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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비웃은 뭄바이 테러 수배자..“내 현상금 1000만달러 나한테 달라”
2008년 인도 뭄바이 폭탄테러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진 파키스탄 무장단체의 창설자가 4일(현지시간) 대놓고 미국을 비웃었다.

주인공은 악명 높은 테러단체 ‘라쉬카르-에-타이바(LeT)’를 이끌고 있는 하피즈 사이드<사진 오른쪽>로, 전날 미국이 그에게 현상금 1000만달러(한화 약 112억원)를 걸자 파키스탄 북부도시 라왈핀디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은 그 돈을 나에게 줘야 한다”고 비꼬았다.

그는 “내가 여기 있는 게 눈에 보일 것이다. 내일은 (동부의) 라호레에 간다. 미국은 원한다면 언제든 나와 접촉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이드에 대한 현상금은 오사마 빈라덴에 이어 알카에다를 이끌고 있는 아이만 알 자와히리에게 걸린 2500만 달러 다음으로 많은 액수다.

사이드가 이처럼 미국을 조롱한 건, 166명의 생명을 앗아간 뭄바이 폭탄테러를 자신이 주도했다는 명백한 증거를 미국이 대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사이드는 테러 직후 체포됐지만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다. 


사이드의 도발은 미국을 당혹케 만들고 있다. 미 국무부의 마크 토너 대변인은 “우린 그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게 아니다. 파키스탄의 모든 기자들이 어디에 가면 그를 찾을 수 있을지 알고 있다”면서“사이드가 뭄바이 테러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찾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키스탄 정부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오히려 사이드의 편인 듯한 인상이다. 파키스탄 외무부가 “사이드에게 법적 제재를 가하려면 명백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밝힌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전문가들도 미국이 사이드에 대한 현상금을 건지 하루만에 그가 기자회견을 연 점으로 미뤄 볼 때 LeT가 파키스탄 정보기관과 연계돼 있다고 의심한다.

사이드의 공격적인 발언 탓에 파키스탄과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해 온 미국의 노력이 퇴색할 처지다. 현상금을 내건 것만으로도 파키스탄 내 급진 민족주의자와 일부 정치인들에게 반미 감정을 부추길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일부에선 미국의 이번 발표는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분석한다. LeT는 언제든 뭄바이 테러와 같은 형태의 공격을 미국과 유럽에서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고 봐서다. 아울러 사이드 후원세력에 경고 신호를 보내는 차원에서도 적절했다는 평가다.

사이드는 이슬람 분야 교수로, 미국과 인도를 비난하는 공개 집회 등을 잇달아 열고 있으며, 애초 소련의 침공에 맞서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서 LeT를 조직했다. 이후 1990년대엔 인도와의 분쟁지역인 카슈미르에서 인도군과 전투를 벌여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홍성원 기자@sw927>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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