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신라호텔 14층의 한 객실을 점거하고 농성중인 ‘주식회사 엔텍 중소기업 피해배상 촉구 채권단’과 서울중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오후 5시 20분께, “음식물을 제공하겠다”고 채권단과 협상한 후 문을 열게 했다. 빵과 라면, 햇반등 음식물을 들여보내고 몸이 안좋은 80대 노인을 병원에 보내기 위해 농성장에서 내보낸 순간, 경찰과 소방관 3~4명은 갑자기 객실문을 몸으로 미는 등 진입을 시도했다. 이후 채권단 사람들이 안쪽에서 문을 밀며 맞서자 경찰은 스프레이통에 담긴 정체불명의 가스를 방안으로 분사하며 다시 진입을 시도했다. 채권단은 방 안에 있는 바퀴벌레 약을 문 밖으로 뿌리는 등 응사하다가 결국 오후 5시 30분께 문을 닫고 상황을 종료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3일에도 경찰과 협의, 생수통을 받는 등 신뢰가 형성된 상황에서, 방안에 음식물이 떨어져 음식물 제공을 요청해 여태순 엔텍 대표가 음식을 가져오기로 했다”며 “이미 중부경찰서 관계자들과 무력을 사용하지 말고 신사적으로 하자고 약속을 했는데 경찰이 약속을 어기고 무리하게 진입을 시도한 것”이라 말했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전기충격기의 불빛이 번쩍이는 것도 봤으며, 진입을 시도하며 뿌린 정체불명의 가스로 인해 숨이 막히고 기침이 나는 등 20여분간 고생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과정에서 여태순 엔텍 대표가 다리를 다쳐 병원에 실려갔으며, 농성자 중에도 손목을 다친 사람이 나왔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채권단은 증거물로 경찰이 방안에 뿌리다가 떨어뜨리고 간 스프레이 통 한개를 촬영해 보내기도 했다. 사진을 본 경찰청 장비계 관계자는 “스프레이류의 장비로 보이지만 경찰 표준장비는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부경찰서 박명수 서장은 이와 관련 “이들에 대한 고소장도 접수된 상황이며, 현행범인 이들의 농성장에 문을 열고 들어가 얼굴을 보면서 이들을 설득해 채권단의 신원을 파악하고 일단 귀가 시킨 후 차후 불러 조사하려 했다”며 “삼성측에서 대화를 주선해달라는 얘기도 들어 상황을 중재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서장은 이어 “경찰 중 한 명도 안에서 뿌린 모기약같은 스프레이를 얼굴에 맞고 눈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기충격기는 가져가지도 않았다”며 스프레이의 정체에 대해서는 “소방관들이 사용한 소화기일 것”이라 해명했다.
한편, 이번 경찰 작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한 관계자는 “경찰이 약속을 어기고 무력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등 채권단과의 신뢰관계를 먼저 깬 것 아니냐. 앞으로 경찰이 상황을 중재를 하겠다 할 때 채권단들이 이를 믿을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그는 또 “신나와 휴대용 버너까지 들고갔다 주장하는 사람들의 방에 무리하게 진입하다 이들이 불이라도 냈으면 이들 뿐 아니라 신라호텔 다른 투숙객들에게도 피해가 갔을 것. 제 2의 용산참사를 서울 한복판에서 낼 셈이었나”고 무리한 진입 작전을 지적했다.
김재현ㆍ이지웅 기자/madpen@heraldcorp.com
사진설명 : 경찰이 진입을 시도하며 방안에 뿌리다가 떨어뜨리고 간 장비. 채권단은 이를 “최루액 같은것을 뿌린 장비”라 주장하는 반면, 경찰은 “소방관들의 소화기인 것 같다”고 맞서고 있다. [채권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