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원 L 고, 美오이코스大서 총기난사…시험 부정행위 신고후 따돌림 극단적 선택 충격
남은 건 희생자 가족의 눈물과 원통함, 그리고 가해자 부모의 사죄뿐이었다. ‘계획된 학살’을 저지른 용의자인 한국계 미국인 원 L 고(한국명 고수남·43)은 되레 경찰 체포 직후 “후회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허망함을 더한다. 지난 2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의 오이코스대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고는 도를 넘은 한 인간의 비정상적 행동이 잉태하는 비극의 단면을 다시금 보여준다.
참사는 ‘왕따’에 대한 보복 성격으로 결론이 내려지는 양상이다. 미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데다, 연거푸 닥친 불운한 가족사도 용의자를 ‘살인마’로 몰아간 것으로 보인다.
고 씨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1987년 워싱턴으로 이민을 갔다. 2004년 버지니아 주 헤이스에서 오클랜드로 이사한 그는 2년 전까지 곡물업체와 슈퍼마켓 등에서 근무하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지난해 2월 간호학과 신학을 주로 가르치는 오이코스대 간호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영어가 서툰 그는 과목 이수 학점을 통과하지 못했다. 오클랜드 경찰은 “학교에서 행동에 문제가 있었고, 몇 달 전엔 자퇴를 요구받았다”고 전했다. 그런 와중에 어머니와 동생이 차례로 세상을 떠났다. 경제사정도 좋지 않아 최근엔 학교를 상대로 이미 납부한 수업료 반환을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논쟁을 벌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고 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지난해 시험에서 다른 학생의 부정행위를 교수에게 알렸지만 묵살당한 뒤 왕따를 당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말한 것으로 전해져 이 대목이 범행의 결정적 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앙갚음은 사전에 계획된 ‘처형(execution)’으로 이어졌다. 특정 교직원을 찾아 돌아다니다 그를 발견하지 못하자 안내데스크에 있던 여직원을 쐈다. 그리고 간호학과 강의실로 들어가 학생들을 벽에 기대 서게 한 뒤 “너희 모두를 죽이겠다”고 외치고 한 명에 한 발씩 총을 쐈다. 사망한 인원은 현재까지 7명(한국계 2명ㆍ잠정 확인)이지만, 3명이 중태에 빠져 희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 씨의 아버지는 “피해자와 가족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했지만, 사망자 심현주(21) 씨 등의 유족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망연자실해하고 있다.
AFP통신은 용의자가 피해자들의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다고 보도했으며, 유대관계가 긴밀한 한국 이민사회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