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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 학원 김OO 수석합격…”…성적마케팅 합법? 불법?
일부 우수자 이름빌려 게재
동기부여 vs 비교육적 찬반
명확한 규정없어 단속 애매

“2011 전교 상위 1~4%(1등급) 성적 최우수자 : ○○중 1 김XX”, “국제수학올림픽(IMO) 한국대표 전국 1위 합격 △△초 6 김□□”

새 학기 들어 초ㆍ중ㆍ고등학생을 상대로 교습 중인 보습학원들이 ‘성적 공개 마케팅’을 통해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학원은 비(非)수강생인 진학 우수자, 성적 우수자들의 이름만 빌려 게시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쉽게 말해 TV 프로그램 중 맛집 소개 코너에 한 번도 소개된 적이 없는 음식점이 각종 TV 프로그램에 소개됐다고 외부에 홍보하는 것과 비슷하다.

서울ㆍ경기 지역 각 학원들은 ‘이 학생들처럼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취지로 성적 우수자의 이름과 학교, 학년, 성적 등을 학원 외벽에 붙여놓고 있는 상황이다.

학원 통학차량은 ‘□□초 5 김△△ 중간고사 성적 평균 95점’ 등의 문구가 반복되는 전광판을 붙이고 운행하기도 한다.



서울 영등포 A 학원 관계자는 “매번 학교 시험 때마다 학생들의 성적표 복사본을 거둬 점수가 오른 학생들은 학원 건물 외벽에 크게 걸어놓고 있다”며 “(학생들의) 동기부여를 꾀한다는 측면에서 ‘학원’의 기본 기능에 충실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경기도 광명시 B 학원은 이 학원에 다닌 적도 없는 우수 학생들을 명문고등학교 진학자로 게시해 당국의 단속을 받는 등 물의를 빚은 적도 있다. 경기도 안산 C 학원은 수학 경시대회 입상자들을 학생의 동의 없이 교실 밖에 내걸고 있다.

이 학원 원장 D 씨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홍보 수단에 학부모들은 그저 기분 좋을 뿐이다.

안산 C 학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 이모(40ㆍ여) 씨는 “상 받은 아들 이름이 학원 게시판에 걸려있는 게 자랑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학부모단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장은숙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은 “교육적이지 못한 발상”이라며 “동의 여부를 떠나 과도한 경쟁을 조장하고 성적지상주의로 아이들을 내몰 뿐”이라고 말했다. 장 회장은 이어 “학생들이 이용당하고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교육당국도 이를 관리하거나 감독할 만한 명확한 원칙이나 규정이 있지 않다.

서울 남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생의 동의를 받아 이름과 성적을 게시했다면 문제될 게 없지 않겠느냐”며 “만일 해당 학원과 관련없는 학생의 정보를 갖다 쓰는 등 허위나 과장으로 홍보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단속 대상이 되겠지만 ‘학생 동의 여부’만을 문제로 삼긴 애매하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 역시 “그런 종류의 마케팅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서있는 셈”이라고 귀띔했다.

윤현종 기자/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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