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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빠의 귀환’ 이범학, 왜 트로트인가?(인터뷰)
가수 이범학이 20여년의 공백을 깨고 트로트가수로 변신, 다시 팬들 앞에 섰다.

이범학은 최근 ‘이별 아닌 이별’의 록 버전과 트로트 곡 ‘이대팔’이 담긴 새 싱글 앨범 ‘이대팔’을 발매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특히 이번 타이틀곡 ‘이대팔’은 보컬그룹 바이브의 윤민수가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낳기도 했다. 최근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만난 이범학은 “다시 이렇게 가수로 활동하게 돼 행복하다”며 인터뷰 내내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20년 만에 컴백..왜 트로트일까?

이범학은 90년대 초 혜성처럼 나타나 ‘이별 아닌 이별’로 방송 가요 차트와 그해 연말 가요제 신인상을 수상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새로운 스타탄생을 예고했다. 당시 초등학생들도 그의 노래를 흥얼거릴 정도로 그의 인기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하지만 이듬해 2집 ‘마음의 거리’로 한동안 활동하다 어느 순간 팬들 곁에서 사라져갔다. 그런 그가 20년 만에 다시 대중들 곁으로 돌아왔다. 


“20년 만에 다시 시작하려고 하니 막막하더라고요. 뮤지컬, 드라마도 했지만 최종 목표는 항상 새로운 노래를 불러야겠다는 것이었죠. 컴백을 준비하면서 발라드로 나오려고보니 발라드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경쟁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컸어요. 때마침 우연히 바이브 윤민수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그가 나이에 맞는 음악을 해보자고 제안을 하더군요. 그래서 탄생한 곡이 ‘이대팔’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트로트라는 장르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발라드가수라는 꼬리표 때문에 부담감이 컸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물론 처음 듣고 고민을 했죠. 이범학의 이미지는 발라드가수로 되있는데 느닷없이 트로트로 나온다고 하면 대중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또 내가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뽕필’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고 저도 어느새 쉰을 바라보는 나이여서 ‘내 나이에 맞는 음악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차린 음악이라는 밥상에서 트로트라는 반찬이 하나 늘어난 것일 뿐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트로트 가수로 컴백을 선언한 그는 이쪽 업계의 경쟁 역시 만만치 않음을 느꼈다. 하지만 그때마다 가수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던 때를 회상하며 다시 초심을 다잡는다고.

“트로트계가 더욱 경쟁이 치열하더라고요. 하지만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때문에 경쟁이라는 생각은 이미 머리속에서 없어진 것 같아요. 후회없는 선택이라고 자신하고 있답니다. 제가 처음 가수의 꿈을 꾼 것이 고등학교 2학년때였는데 ‘나를 원한다면 열 명의 관객 앞에서도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가수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어요. 마음이 약해질때마다 그 생각을 하며 다시금 힘을 내죠.” 


# “남들이 제 인기를 부러워할 때 저는 죽음을 생각했죠”

최근 이범학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과거 조울증을 앓고 정신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고 깜짝 고백을 한 바 있다. 조울증은 기분이 들뜨는 조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기분이 가라앉는 우울증이 나타나기도 하는 기분 장애의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다.

“전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가수만 바라보고 살아왔어요. 당시 가수가 되는 길은 강변가요제나 대학가요제가 유일한 길인줄 알고 있었죠. 당시 한 제작자 분이 ‘이색지대라는 그룹이 앨범을 준비하고 있는데 오디션을 보지 않겠느냐’고 하시더라고요. 다행히 합격을 하고 앨범 준비에 돌입했죠. 그때 나온 곡이 ‘이별 아닌 이별’이었어요.”

그의 대표곡이 된 ‘이별 아닌 이별’은 그에게 부와 명예를 선사했을 뿐만 아니라 조울증이라는 질환을 함께 가져다줬다.

“제가 3일 밤낮동안 ‘이별 아닌 이별’을 듣고 자아도취에 빠진 적이 있었어요. 근데 그 증상이 점점 심해져서 스스로 내가 예수님인줄 착각하게 되더라고요.(웃음) 증상이 심해지자 집에서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가자고 하더라고요. 의사 선생님과 면담하는데 ‘내가 예수의 부활이라면 믿겠냐’는 말을 하자마자 입원시켰어요. 하지만 완치되지는 않았죠. 조증으로 입원했다가 결국에는 우울증을 가지고 퇴원을 했어요.”


이후 여러가지 사정으로 ‘이별 아닌 이별’을 함께 불렀던 이색지대 팀은 해체됐고, 결국 멤버들의 뜻에 따라 이색지대 1집이 이범학 1집으로 바뀌어서 세상에 빛을 보게됐다. 그렇게 발표한 ‘이별 아닌 이별’은 큰 인기를 끌었지만 그에게는 고통의 시간이었다고.

“병원에서 퇴원한 그 해 앨범을 발매했기 때문에 우울증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때문에 인기가 있었을 때 저는 죽음을 생각하고 있었죠. 그때는 정말 행복하지 않았어요. 물론 제 생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우울하게 보낸 것은 아쉽긴 하죠. 하지만 대중들의 갑작스런 관심은 저에게는 큰 부담감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이범학은 당시 조울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소속사와 분쟁 등을 이유로 활동이 멈췄다. 갑작스런 인기를 감당하기에는 당시 이범학은 너무나 어리고 여렸다.

“그 전에는 조울증을 빼고 이야기하니 알맹이 없이 제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조금 지나고 나서 이야기 하려고 했는데 굳이 감출일이 뭐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죠. 모두 솔직히 말하고 나니 마음이 훨씬 편해요. 조울증은 20년 공백이 생길수 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모두 완치되서 주위에 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분들에게 카운셀러를 해주고 있답니다.” 


#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것, 행복하다는 것”

최근 만난 이범학은 인기에 연연해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예전 생각도 날법도 했지만 20년이라는 긴 공백기 끝에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노래를 계속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단다.

“주병진씨 등 예전 연예인들이 다시 활동하는 것보면 너무 좋아요. 가끔 방송국에 가면 모두 모르는 사람뿐이더라고요. 그래서인지 과거 활동했던 연예인들을 만나면 즐겁기까지 해요. 최근에는 매순간순간이 행복해요. 하루에 스케줄이 3-4개 뿐이어도 즐거워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고 행복합니다.”

그는 인터뷰 끝자락에서 다시 가수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당찬 각오를 전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제 20년 공백기가 아픔이라고 보여지겠지만 저에게는 그 시간이 굉장히 소중했다고 봐요. 가수 이범학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고 생각하거든요. 긴 공백기가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좋은 모습만 보여드릴테니 기대해주세요.”

먼 길이었지만 이범학은 한층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의 20년 공백기는 어찌보면 그가 좀더 완벽한 가수가 되기위해 대중들에게 선언한 ‘이별 아닌 이별’이었을지도 모른다.

박건욱 이슈팀기자/ kun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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