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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선임기자의 대중문화비평> 한결같은(?) ‘6시 내고향’…시골만 고향은 아니다
5000회 맞은 20년 장수 프로
지역 특산물·행사 알림이役 톡톡

리포터 중심 진행 이젠 진부한 느낌
전문가 활용 정보 깊이 더해야

‘고향=시골’이분법적 구분 탈피
젊은 층 위해 도시도 다뤘으면


KBS ‘6시 내고향’이 오는 4월 9일 5000회를 맞는다. 1991년 5월 첫 방송을 시작해 20년 넘게 고향의 푸근한 소식을 전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6시 내고향’은 장수 프로그램인 만큼 안정감을 주고, 고정 시청층이 많다. 식욕을 자극하기 좋은 시간인 오후 6시, 그때그때 전국 각 지역들과 연계해 그 시기에 맞는 특산물과 지역행사를 시청자에게 전해 주고, 영농정보와 유통정보, 맛집정보 등도 제공해 지방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바 크다.

한편으로는 도시인의 각박한 삶에 위안을 주는 동시에 고향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하고 다양한 문화에 접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을 찾으려는 사람에게는 친근한 프로그램이다.

‘6시 내고향’은 요일별로 다양한 코너와 아이템이 있다. ‘조문식의 장터탐험’ ‘김종하의 달려라 우리장터’ ‘전영미의 고향명품’ ‘엄용수의 고향늬우스’ ‘박상철의 신바람 트로트’ ‘박용식의 맛만세’ ‘노유정의 엄마의 부엌’ ‘시골길따라 인생길따라’ ‘김기섭의 청산愛 살어리랐다’ 영상에세이 ‘그땐 그랬지’ ‘고향극장’ 등 고향과 장터, 시골 등이 공통 키워드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성격상 겹치는 코너들이 제법 많아 몇몇 코너는 정리할 필요가 있다. ‘조문식의 장터탐험’은 장터의 구수한 인심과 맛 위주, ‘김종하의 달려라 우리장터’는 지방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마케팅과 이벤트 위주라서 차별화는 돼있지만 다루는 소재는 서로 비슷하다.

특정지역이나 농산물 홍보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6시 내고향’의 거의 모든 아이템이 특정지역이나 특산품 홍보를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특산품 홍보냐 아니냐보다는 착한 PPL이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6시 내고향‘은 지금처럼 고향의 정취를 담은 편안함을 추구하면서도 접근방식의 참신함으로 노후한 이미지를 조금씩 벗는 게 과제다.

농촌에도 부농이 생기고, 성공한 사람도 많다. 굳이 성공한 인물과 특산물을 소개하기보다는 마케팅과 광고를 하기 힘든 지방민을 발굴해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게 ‘착한 PPL’이다. 이런 프로그램이 아니면 알리기 힘들고, 시청자에게는 도움이 되는 정보와 필요한 제품이라면 오히려 찾아 나서야 한다.

‘6시 내고향’이 계절에 따른 먹거리와 특산물 등의 소재를 계속 다뤄야겠지만 그것을 어떻게 포장하고 다룰지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방송에서의 맛집 소개를 풍자한 ‘트루맛쇼’까지 나온 마당에 리포터의 지나친 수다와 칭찬 위주 전달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이젠 진부해졌다.

현장을 찾아가는 데는 리포터 방식이 주로 쓰이고 있는데 좀 더 참신한 접근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개그맨, 가수, 배우 등 과거 인기를 얻었거나 중년 연예인들이 현장을 찾아 나서다 보니 단순 전달밖에 되지 않는다. 어떨 때는 혼자 호들갑을 떨다가 ‘우리 동네로 오세요’ ‘맛있는 해산물이 가득합니다’식으로 마무리하는 건 프로그램을 낡고 진부하게 만든다.

‘6시 내고향’이 자기만의 색채를 찾기 위해서는 지역, 장터, 사진, 음식 등 각 분야의 코멘테이터(Commentator: 해설자)를 활용할 만하다. 지식과 유희를 겸비한 코멘테이터는 정보를 대중의 시선에서 쉽고 재밌게 풀어줘 일반 시청자들에게 예능적 재미를 주면서도 유익하다. 지역과 특산품의 단순 나열식 방영보다는 게임적 요소를 가미해 게임을 즐기다 보니 지역정보가 저절로 시청자에게 전달되게 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 만하다.

‘6시 내고향’은 농어촌과 섬 지방 등 시골을 많이 다루고 있다. 도시화율이 높고 도시에서 태어난 젊은이들이 갈수록 많아지는 현실에서 도시라는 지역(로컬)도 고향의 개념으로 다룰 만하다. 도시냐 시골이냐는 이분법이 아닌 고향의 개념이다. 도시의 과거 흔적을 찾아 사라져 가는 가치로서의 향수를 느끼는 것도 ‘6시 내고향’류가 될 수 있다. 고향의 정은 살리되 구태의연한 느낌이 나는 부분은 조금씩 수정해 나가면서 시청자와의 소통을 확대해 나갔으면 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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