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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진희는 왜 황정음이 되지 못했나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가장 먼저 부각된 캐릭터는 백진희였다. 초반부터 엉덩이까지 노출하며(살색 속바지였다) 살신성인 연기를 펼쳤다. 청년 백수 백진희가 고시원을 전전하며 취업은 되지 않고 빚에 쫓겨 도망다니는 장면은 재미있게 볼 수 있었지만 88만원 세대의 암울한 현실이라 충분히 공감할 수도 있었다.

백진희는 고시원에서 공무원 준비생인 고영욱에게 장조림 도둑으로 몰리는 장면과 조폭에게 쫓기는 장면, 쓰레기통에 숨는 장면, 짜장면 흡입 장면을 거침 없이, 능청 맞게 소화해 스타탄생을 예견케했다. 망가짐을 게의치 않았다.

이는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황정음이 강원도 속초 해안에서 미역을 머리에 두른 채 실감 나는 만취 연기로 ‘떡실신녀’로 부상하며 초반부터 인기를 한 몸에 받은 것과 유사하다. 황정음은 ‘지붕킥’ 출연 이전만 해도 정극에서 ‘발연기’ 논란이 자주 일어났지만 시트콤을 통해 연기자로 성장하고 지금은 ‘풀하우스2’의 여주인공으로 촬영중이다.

하지만 백진희는 황정음과 달리 초반의 관심과 인기를 이어나가지 못하며 중반에는 방송 분량이 대폭 줄어들기까지했다.(이때부터 박하선이 개인기 퍼레이드를 펼치며 올라운드플레이어로 활약했다)

백진희는 종반에 접어들며 윤계상을 짝사랑하는 마음을 정리하기까지 러브라인에도 동참하고, 취업에 성공하기까지 분량을 확보했지만 인기가 확 살아나지는 않았다. 백진희는 연기가 자연스럽고 귀여움도 지니고 있지만 캐릭터가 너무 진지해버렸다. 웃음으로 바라보기가 부담스러워졌다.

시트콤의 캐릭터는 ‘하자’ 한두가지씩은 다 가지고 있다. 그리고 쉽게 철들지 않는다. 서운대에 다니는 황정음도 본의 아니게 학력위조(서울대라고 소문이 나는 바람에)가 들통나는 에피소드를 보여주고,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준혁(윤시윤 분)을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실력이 들통나기도 하는 등 페이소스를 담고 있었지만, 이런 에피소드를 마음껏 웃으며 바라볼 수 있었다. 황정음은 끝까지 철들지 않음을 유지해야 황정음이다. 


하지만 백진희는 수없이 취업 실패를 맛보는 청년 백수의 비애를 잘 표현했지만 너무 멀쩡해져버렸다. 자연히 캐릭터가 밋밋해졌다. 마지막에 광고회사 입사 면접 장소에서 “백진희 씨에게 가족이란 어떤 존재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꽃게와 된장, 고추장, 미나리 등 출신도 맛도 전혀 다른 재료들이 한데 어우러져 좋은 맛을 내는 꽃게탕이다”는 말 한마디에 스펙이 후덜덜한 경쟁자들을 모두 이기고 최종합격한다. 이는 희망적 감흥을 남기기는 하지만 캐릭터가 돋보이게하지는 못했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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