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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공감의 진화’…인류발전의 힘은 무리짓기 본능
팔은 안으로 굽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자연스럽다 해서 과연 바람직하다 할 수 있을까? ‘우리’를 당기는 힘과 ‘타인’을 밀쳐내는 힘 사이에는 일종의 작용ㆍ반작용 법칙이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진화생물학자인 폴 에얼릭과 심리학자 로버트 온스타인이 함께 쓴 ‘공감의 진화’(고기탁 옮김/에이도스)는 이 같은 인간의 ‘무리 짓기’ 본능을 파헤친 저서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핵심 키워드는 ‘공감’이다. 오늘날 인류가 번성하게 된 배경에는 공감과 협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신생아도 태어난 지 44분 만에 보호자의 표정을 따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알아보는 안면인식세포가 고도로 발달했다는 증거다. 또한 인간의 뇌는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고 내면을 읽어내는 ‘거울신경’이 발달돼 있으며, 이는 공감 능력이 선천적임을 뒷받침한다.

공감과 협력은 인간이 ‘미숙아’상태로 태어난다는 사실에서도 비롯된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보다 성숙하기까지 오랜 기간 보살핌이 필요하며 생존을 위한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조건들을 배경으로 인류는 번성할 수 있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하지만 공감과 협력이 ‘우리’라는 작은 울타리에 묶여 있을 때, ‘타인’을 구분 짓고 배척할 때, 나치와 르완다 학살 같은 거대한 비극을 피할 수 없다. 좁은 ‘우리’에 집착하는 순간 공감과 협력은 되레 역설을 낳는다. 이에 거듭되는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수렵채집사회 수준의 ‘우리’에 대한 인식을 벗어나고 확장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비록 실천을 위한 해법은 아득하지만 뇌과학, 인류학, 생물학 등을 동원해 정확한 인식을 제공한다는 점에선 더없이 소중하다. 특히 혈연, 지연, 학연에 기댄 패거리 문화가 유독 심각한 한국사회엔 더 절절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김기훈 기자@fumblingwith>

/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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