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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영화감상 장애문턱 없애야죠”
영화관람권 확대운동 이은경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대표
자막·음성해설 넣어 새로운 ‘연출’
기업·정부기관 차원 인식 개선 필요


‘경계와 문턱이 없다’는 뜻의 ‘배리어프리(Barrier-Free)’란 영화계에선 특별히 시청각 장애인들도 즐길 수 있도록 자막과 음성해설이 함께 제공되는 영화관람권 확대 운동을 의미한다. 일반 영화에 장애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단순히 ‘부가’하는 정도가 아니라 자막이나 더빙, 음성해설을 감독의 의도에 따라 새롭게 ‘연출’함으로써 영화를 ‘예술’로서 온전히 감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국내에선 지난해 10월 일부 영화인이 뜻을 모아 ‘배리어프리영화설립추진위원회’를 발족했고, 최근 사단법인으로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시청각 중복장애인인 조영찬 씨와 청각장애인 김순호 씨 부부의 삶과 사랑을 다룬 다큐 ‘달팽이의 별’을 배급한 영화사 ‘조아’의 이은경(46) 대표가 좌장을 맡았다.

“일본 영화계에서 일하면서 배리어프리영화를 알게 됐죠. 작품들을 봤더니 너무 재미있는 겁니다. 내가 즐긴 작품을 한국 관객에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죠. 건축이나 산업 디자인의 개념으로 치자면 최근 사회적 관심이 부쩍 늘어난 ‘유니버설 디자인’(성, 인종, 연령, 장애와 관계없이 보편적인 편의성을 강화한 디자인)인 겁니다.”


미국과 일본에서 벌써부터 광범위하게 제작되고 있는 ‘배리어프리영화’는 시청각 장애인뿐 아니라 현지 언어가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ㆍ다문화 가정, 영화 이해나 청력, 집중력이 떨어지는 어린이ㆍ고령자층, 다운증후군 같은 지적 장애인 등 다양한 관객층을 위한 서비스로 확대되고 있다.

이 대표는 1990년대 초반 16㎜ 어린이 극장용 영화의 스크립터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심형래의 ‘영구와 공룡쭈쭈’의 현장에도 있었다. 2000년대 중후반 3년간 일본 굴지의 영화 제작ㆍ배급사인 가도가와사에서 한국영화 수입과 한일합작 담당으로 일했다. ‘워낭소리’의 일본 배급을 주선한 것도 이 대표다. 현지 영화계에서 활동하면서 배리어프리영화에 눈을 떴다. 지금까지 한국영화 ’블라인드’와 ‘마당을 나온 암탉’ ‘달팽이의 별’, 일본영화 ‘마이 백 페이지’ 등 7편의 국내외 영화를 배리어프리영화로 제작해 개봉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영화사 조아를 통해 여성과 장애인 등 약자를 위한 작품의 제작 및 배급에 주력할 계획이고, 배리어영화위원회는 장애인단체 및 영화진흥위원회, 멀티플렉스 극장 등과 협력해 매해 15편 이상씩의 배리어프리영화 제작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국내 관객뿐 아니라 기업이나 관련 정부기관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배리어프리영화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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