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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춘은 가고 ‘중년’이 뜬다…왜?
청춘은 지고 중년이 뜬다. 작년 한해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돌풍 이후 온갖 청춘 위로의 글들이 쏟아지더니 올해는 중년을 위한 책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중년들을 위한 삶의 처방전을 자처하는 ‘중년수업’(가와기타 요시노리), 중년남성의 자아 찾기를 주장하는 ‘남자의 물건’(김정운) 등은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에 링크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왜 갑자기 중년을 위한 책일까?

“요즘 중년들이 무슨 맛으로 살겠어요? 밑에선 기를 쓰고 올라오지 회사에선 언제 잘릴지 모르지, 창업하고 싶어도 불황 탓에 엄두도 못 내고, 자식들 학비 걱정에 노후대비 생각만 하면 푹푹 늙는 일만 남은 거죠.” 서점에서 만난 회사원 김승권(51세) 씨의 푸념이 아마도 그 대답이 될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다가 노화로 인한 체력 약화 및 스트레스가 겹쳐지면서 심한 우울증에 빠지다보니, 이런 위기의 중년들을 위로하고 그들에게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이 사랑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럼 책에서는 중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있을까?

클럽에서 젊은 기타리스트들이 모여 연주 실력을 겨루고 있을 때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의 사내가 등장했다. 여기저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내가 연주하자 청중들은 입을 다물고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의 연주는 결코 빠르거나 화려하지 않았지만 선율 하나하나가 청중들의 가슴에 스며들었다. 연주가 끝난 뒤 젊은 기타리스트가 중년에게 물었다. “어르신, 어떡하면 그런 연주를 할 수 있습니까?” “나이를 먹게나.” (‘중년수업’의 한 대목)

주위를 둘러보라. 똑같이 나이를 먹었는데도 위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노인 처럼 그 나이만의 깊은 멋이 풍기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일이든 취미든, 삶의 즐거움이나 보람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오래돼 숙성된 술 처럼 지긋하게 나이 든다는 것,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래서 ‘중년수업’이라는 책에서는 아예 중년들에게 ‘나이에 지지 않고 진짜 인생을 사는 법’을 제안한다. 늙는 것과 나이 드는 것을 구분하라, 퇴직 5년 전부터 회사 직함을 사용하지 마라, 나잇값부터 버려야 즐길 수 있다 등 누구나 고민할 법한 실질적인 내용들에 대한 상세한 조언이 이어진다.

다행인 것은 중년수업을 받기 위해서 대단한 수고가 필요하지는 않다는 사실. 사고방식과 행동을 아주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도, 나이 드는 것이 지금보다 훨씬 즐거워진다는 것이다. 과연 책에서 주장하듯이 중년 이후 내가 주인공이 되는 진짜 인생이 시작될 수 있을까? 공은 이미 독자들에게 넘어온 듯하다.

박세환 기자/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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