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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북한 김정남 “정기적으로 함께 식사하는 남한 사업가 있다”
얼마전 북한 김정남이 마카오에서 호텔비를 내지 못해 객실에서 쫒겨났다는 소문이 돌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후 삼남 김정은이 군 최고사령관에 오르며 후계자의 지위를 탄탄히 굳히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 화제가 됐다.

김정남은 지금까지 도박과 엽색에 빠진 방탕아의 이미지로 알려졌다. 1990년대 중반 평양의 호텔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피웠다가 김정일의 노여움을 샀고 2001년 위조 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 적발되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이런 행각들 때문에 김정일의 눈 밖에 나서 후계자에서 배제됐다는 게 통설이다.

"일본의 북한 전문기자 고미 요지가 2004년부터 올 1월까지 7년여에 걸쳐 김정남과 150통의 이메일을 주고받고 7시간에 걸친 인터뷰 끝에 쓴 ‘안녕하세요 김정남입니다’(중앙M&B)는 이런 세간의 이미지와 다르다."

김정남의 육성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에서 김정남은 우선 마카오 생활에 대해 오해가 많음을 시사했다.

“제가 일각에서 보도된 뉴스에서 처럼 마카오 VIP카지노를 밤낮 드나들었다면 아마 지금쯤 쪽박을 차고 거리에 나앉았을 것입니다. 그러면 카지노도 하지 않는 제가 왜 마카오에 자주 나타나느냐는 의문이 꼭 생길 것입니다. 제가 서방교육을 받고 어릴적부터 자유를 만끽하며 성장했다는 점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북한 여권을 들고 비자없이 갈 수 있는 나라가 과연 몇이나 되는지.....”

그는 감시를 받고 있지만 마카오생활은 자유롭다며 정보기관의 관심이 자유를 침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남은 세 명의 아내와 산다는 등 여자 문제에 대해선 “교제하던 여성은 많지만 결혼한 아내는 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 책에서 김정남의 발언은 북한을 우리식으로 ‘북한’으로 호명하는 등 흥미로운 대목들이 많다.

남한 친구가 있다는 충격적인 얘기도 털어놨다.
“사실 남한 사람 중에서도 저와 연락하거나 함께 식사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마카오에 와서 저와 함께 식사하는 남한 사업가도 있습니다.”

후계문제에 관해선 “(부친은)아들에게 세습하지 않겠다고 여러번 말씀하셨고, 저도 직접 들었습니다”라고 김정남은 밝혔다. 그런데 왜 만년에 김정은에게 권력을 물려주었을까. 김정남은 3대 세습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3대 세습’이란 과거 봉건왕조 시기를 제외하고는 전례 없는 것이고 상식적으로 사회주의에 부합지도 않는다는 것은 세인이 공감하는 현실입니다. 또한 3대 세습에 가장 부정적이셨던 부친께서 오늘날 이를 강행하실 수 밖에 없으신 데는 그만 한 내부적 요인이 있었다고 믿고 있습니다.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중략) 북한이 향후 집단 지도 체제로 간다 하더라도 그 중심을 ‘백두의 혈통으로 못 박지 않는 한 권력층의 누수를 막을 없다고 판단하여, 북한의 내부적 특수성을 감안해 ‘백두의 혈통’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을 단행했다고 봅니다.”

저자는 스위스 유학시절 자유사회와 자본주의에 물든 게 김정일과 대립하게 된 이유로 설명한다. 김정남은 “제가 완전 자본주의 청년으로 성장해 북한에 들어간 때부터 부친께서는 저를 경계하신 것 같습니다. 아마 부친의 기대 밖이었을 것입니다”고 말했다.

저자는 김정남이 연평도 포격 사건에 관해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고 전한다. 당시 김정남은 저자에게 “남한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조정해야 합니다”고 이메일을 보냈다는 것. 그러나 남한의 부적절한 대응도 지적했다. “전면전 발발시 남한이 입는 경제적 손실은 막대하기 때문이다”며, “북한은 이런 약점을 알고 언제 어디서든 유사한 공격을 가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남은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 환경보호 관점에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김정남은 동생 김정은에겐 “북한 주민을 잘 먹이고 입혀 달라”는 조언과 함께 걱정과 우려도 피력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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