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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AM, 언제 그렇게 감성이 깊어졌지?
박진영은 지난 18일 SBS ‘K팝 스타’ 톱8의 세 번째 생방송에서 노래를 부른 박지민과 이미쉘에게 다음과 같은 평을 했다. “가창력은 최고다. 감정 전달, 가사의 진심만 제대로 전달되면 100점이다. 둘 중에 한 가지만 부족하다면 90점 이상 주기 힘들 것 같다. 노래 부르기 전 가사를 말하듯이 여러 번 읽어보면 감정이 더욱 살아날 수 있을 것 같다.”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박진영의 심사평이 1년반 만에 최근 새 음반을 선보인 2AM에게도 그대로 들어맞기 때문이다. 2AM은 박진영이 만들어낸 그룹으로 지금은 방시혁의 회사에 소속돼 있다. 개인적으로 2AM은 초기의 ‘이노래’를 거쳐 2010년 선보인 히트곡 ‘죽어도 못보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물론 이즈음 발표한 ‘잘못했어’도 있지만.

2AM이 ‘감성돌’이라고 불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작곡가 방시혁이 프로듀싱한 정통 발라드 ‘죽어도 못보내’를 발표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애절한 발라드를 불러도 아이돌 분위기에서 탈피하지 못했다. 


초기의 엉성한 춤이 유머를 유발하는 동영상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본 2AM은 노래할 때만큼은 ‘춤을 추지 않는 아이돌’을 지향하는 듯한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감정이 과잉된 느낌이 없지는 않았다. ‘이래도 안들어줄래’ 식의 ‘마케팅 지향적’ 울부짖음은 감정 분배 부조화가 언뜻언뜻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대중의 정서를 정확하게 파악한 방시혁식 감성 발라드는 2AM의 노래를 통해 확실히 구축됐다.

최근 2AM은 ‘피츠제럴드식 사랑이야기’ 쇼케이스에서 새 노래들을 공개했다. 타이틀곡 ‘너도 나처럼’과 ‘내꺼였는데’ ‘추억 다 지워’ 등 수록곡들을 현장에서, 그리고 CD로 들어봤다. 목소리와 감성은 한층 더 깊어졌다. 댄스곡이 한 곡도 없는 것도 새 음반의 특징이다.


“노래를 불러도 거리를 걸어도 온통 너의 생각뿐인데. 너도 나처럼 이렇게 아픈지(중략) 너도 하루 종일 이렇게 추억에 사는지”(‘너도 나처럼’) “한두 달 정도론 안돼 아무리 못해도 일년 아니면 한 십년 아파야 잊혀질 것 같아”(‘내꺼였는데’) “그래 우린 정말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지(중략) 하지만 이제 모두 다 지나간 시간 이야길뿐 그냥 그렇게 잊어”(‘추억 다 지워’)

일본 활동, 개인 활동, 휴가, 학교생활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오랜만에 돌아온 이들의 음악은 한층 더 세련되고 성숙해졌다. 감성과 가사의 분위기가 잘 어울렸다. 이별 후 일상에서 느끼는 공허함과 쓸쓸함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예의 감정 과잉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감성을 억지로 채워넣지 않아 자연스럽게 와닿았다. 완벽한 사람이지만 사랑의 아픔을 지니고 있고, 내색하지 않고 마음속으로 아파하는 ‘피츠제럴드식 사랑 이야기’가 잘 배어나는 듯했다. 음반 제목 ‘피츠 제럴드’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와 ‘벤저민 버턴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원작자다. 


2AM의 이번 음반이 ‘죽어도 못보내’ 식 발라드와 어떻게 다를지 매우 궁금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쇼케이스에 갔었다. 애절한 발라드 ‘죽어도 못보내’는 중독성이 강한 노래지만, 이런 스타일의 노래는 자주 듣다 보면 식상함도 느껴진다. 하지만 이번 노래는 편안하면서도 애잔하게 불렀다. ‘죽어도 못보내’와는 감성 전달법이 달라 마음에 들었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깝’을 떨던 조권이 부른 노래 같지가 않았다. 하지만 창민은 ‘불후의 명곡2’를 통해 다양한 실험을 거쳤고, 진운은 록 음악을 발표하고 드라마 ‘드림하이2’에도 출연하고 있다. 슬옹은 워낙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원더걸스’ 소희와 새벽에 포장마차에서 쌀국수를 함께 먹는 바람에 스캔들이 나기도 했다. 어쨌든 각자의 개인 활동을 통해 음악적 감성의 내공을 다져나간다는 점이 느껴진다.

이번에는 박진영, 방시혁 프로듀서의 의견을 많이 따르지 않고 김도훈, 이상호, 어반자카파, 박선주, 윤종신 등 다양한 뮤지션들이 참여했고 2AM 멤버들의 의견이 훨씬 많이 반영됐다고 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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