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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서 “패닉 연기, 즉흥이었어요”
시청자의 뇌리 속에 최근 종영한 MBC ‘해를 품은 달’의 가장 비극적인 인물은 ‘양명’도 아닌 중전 ‘보경’이다. 8년 동안 왕 하나만 바라봤지만 사랑받지 못했고, 아버지한테조차 버림받을까봐 전전긍긍하다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질투에 눈이 멀어 ‘흑주술’을 펴는 악역 중전에게 동정표가 쏠린 데는 김민서의 신들린 듯한 연기력이 한 몫했다.

한복과 가채머리가 아닌 화사한 차림새를 하고 나타난 김민서(28)는 애교섞인 목소리로 “다들 설마 했던 게 우려가 됐다고 해요. 정말로 처녀로 죽었어요”라며 웃었다.

그는 이번에 불쌍해서 밉지않은 악역을 제대로 그렸다. 그는 “드라마 속 전형적인 악역이나, 여느 사극에서 처럼 자애로운 중전이 아니”라며 “그저 왕을 사랑할 뿐이어서, ‘훤을 사랑하는 보경이라면…’을 생각하면서 연기해 많은 것을 시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압권은 전국시청률 40%를 첫 돌파한 16회였다. 공포, 서러움, 분노, 혼란으로 이어진 중전의 ‘4단 연기변신’ 사진이 방송 직후 인터넷을 떠돌았다. 김민서는 “대본이 거의 촬영하기 몇시간 전에 나와서 바로 바로 찍어야하는 상황이었다.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너무 두렵고 경직돼 있는 얘(중전)가 대체 어떤 행동을 하게 될 지 생각했어요. 너무 공포스럽고, 아버지가 미웠다가, ‘이 자리 내자리인데’ 하는 서러움과 슬픔, 이런 복합적인 감정을 어떤 식으로 발산할까 고민했어요. 대본에 ‘패닉’이란 단어가 있더라구요. 정신병자처럼 벌벌 떨다가 횡설수설하는 이런 연기를 마음 속으로 준비하곤, 구체적인 계획이나 연습 없이 즉흥으로 했어요. 감독님도 그날은 평소와 달리 레일을 깔아서 카메라가 천천히 다가가 촬영하도록 했어요.”



원작소설에선 심약하고 훤을 사랑하지도 않는 존재감 없는 보경은 이렇게 풍성한 성격의 인물로 재창조됐다. 아역배우에서 성인 연기자로 바뀐 초반에는 연기력 논란도 불거졌지만 회가 거듭되면서 중전의 연기력은 폭발했다. 김민서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겸손해 했다.

마지막회에서 목을 맨 장면에 대해서 그는 “요즘에 청소년 자살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모방 효과, 베르테르 효과가 무섭다고 하니까, 감독님도 그래서 일부러 자세히 가지 말자고 했다”며 “아버지가 웃어주고, 훤과도 사이좋게 보내는 모습을 환상으로 보면서 목을 매서, 이상하게 웃으면서 끝났다”고 말했다.


김민서는 지난해 ‘동안미녀’에서도 표독스럽고 질투 많은 악녀를 연기했다. 2010년 ‘나쁜남자’에서도 짝사랑하다 투신 자살하는 역을 맡았다. “그때는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영정사진으로만 나왔어요. 이번엔 목 매고…. 앞으로는 성격에 맞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다음에는 밝은 성격에 사랑받고 싶어요.”



실제 성격은 ‘이라이자’ 보단 ‘캔디’에 가까운 그는 당분간 “봄 나들이도 하고, 운동과 책으로 몸과 마음을 가꿔놓고 싶다”고 했다. 또 대학교 졸업논문(단국대 연극영화과)을 제출하고, 졸업장도 받는 등 미뤄놓은 학업도 마칠 계획이다.

<한지숙 기자 @hemhaw75>
/jshan@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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