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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쌀 포기하고 강성대국 쇼... 김정은 ’권력승계 완성’노린듯
김정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북한 체제를 접수한 지 3개월여만에 미사일 카드를 꺼냈다. 이버지 김정일 사후 북미 회담 및 6자 회담 재개 등 해빙 분위기에 들떴던 국제 사회에 28살 김정은이 찬물을 끼얻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예고로 동북아 및 한반도 정세는 다시 김정일 시대로 되돌아갔다고 분석했다.

18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00돐 태양절에 즈음한 실용위성 발사’라는 기사에서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의 당위성을 구구절절 강조했다. 조선신보는 “동맹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의 위성발사는 인정하면서 조선의 위성만을 탄도미사일로 몰아붙이는 부당한 2중 기준은 버려야 한다”며 “발사 목적을 조선의 내부결속용, 혹은 대미 협상카드로 보는 것은 초점이 빗나간 견해이며 아전인수 논리”라고 강변했다. 미국과 중국의 적극적인 반발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겠다는 의미다.

예상밖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발표는 북한이 내건 ‘강성대국’ 슬로건과 관련이 깊다. 김일성의 100회 생일인 올해 4월15일 직전, 강성대국 진입을 기념하는 축포용으로 미사일을 활용, 김정은의 업적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북한 주민들을 들뜨게 한 강성대국의 원년에 식량난 등 경제위기를 단숨에 해결할 정도의 서방의 경제 지원이 사실상 힘든 만큼, 강성대국 기념품으로 미사일을 꺼낸 것이다.

한 대북 문제 전문가는 “북한 주민들과 군부 등 집권층의 지지도가 김정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김정은에게 빠른 시간 내 ‘강성대국’이라는 유훈을 이뤄냈다는 상징물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이런 조급함이 결국 쌀과 경제지원을 버리게 만든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분석은 과거 김정일의 권력승계 작업의 경험도 한 몫 하고 있다. 북한은 1998년 첫 대륙간 탄도 미사일인 ‘광명성 1호’를 발사한 직후 김정일을 국방위원장에 재추대, 최고 권력의 지위를 공고히 한 바 있다. 이번 미사일 발사일을 4월로 예정된 노동당 대표자회 전후로 잡은 것도, 김정은의 최고 권력 공식 추대를 위한 ‘보여주기 쇼’라는 분석이다.

밖으로는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을 향한 압박 카드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빅터 차 전 미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은 “젊은 지도자 김정은은 자신의 아버지와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꺾는 처사”라면서 “새 지도부 들어 오히려 더 예측이 불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김정일 사후 김정은이 권력 중앙에 등장하는 시점에 맞춰, 대규모 식량 지원 카드를 꺼냈던 국제 사회의 분위기에 역행하는 조치임을 강조한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자신들이 만만한 대화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효과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첫 카드로 핵이 아닌 장거리 미사일을 꺼낸 점에 주목했다. ‘핵 포기=식량 지원’이 핵심인 6자 회담과 북미 협상에서 상대적으로 ‘평화적 목적’으로 위장이 쉬운 미사일을 꺼냄으로써 서방의 경제 지원을 재촉하는 이중적인 효과를 노린 것이다.

앞서 북한은 북미 회담 재개를 뜻하는 ‘2ㆍ29 북-미 합의’를 발표하면서 미국 측 발표문에는 없는 “6자회담이 재개되면 경수로 제공 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는 대목을 끼워 넣은 바 있다. 이번 장거리로켓 발사 발표도 ‘평화적 용도인 인공위성’ 발사인 만큼 북-미 간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합의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며 새로운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카드로 볼 수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과거 ‘광명성 2호’ 발사와 2차 핵실험에서도 이번과 비슷한 전술을 구사했다”며 “북한으로서는 대선을 앞둔 미국이 공세적인 반응을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다시 한 번 낡은 레코드를 돌리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정호ㆍ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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