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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경환, “유행어 먼저 짜고 개그 짠다”
데뷔 7년차 개그맨 허경환(31)은 고교시절부터 축제MC를 봤다. 고향인 경남 통영시에서 행사 사회를 봤고 부산까지 갈 때도 있었다. 이벤트 MC를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부산예술대학 이벤트 연출과에 진학해 부산에서 본격적으로 행사를 맡기 시작했다. 그러던 즈음 아버지로부터 불호령(?)이 떨어졌다.“대학 졸업후 2~3년 정도 해보고 안 된다고 판단되면 접어라. 빚을 내서라도 내가 포크레인 한 대 사 줄테니 건설 일이나 해라.”

그의 부친은 공무원 생활을 오래 했고 지금도 통영시청 건설과장이다. 하지만 허경환은 아버지가 한 이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적성이 건설쪽이 아니었다.

대학 졸업 후에도 부산에서 행사MC를 해 생계는 꾸려 나갔다. 대학 행사가 많았고 몸값도 괜찮았다. 일주일에 두 번 하면, 최소 100만원은 벌었다. 하지만 미래가 불투명하고, 자칫 수명도 짧을 수 있으며, 시기와 질투가 유난히 많은 직업이라 고민이 없을 수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서울로 오디션을 보러 가는 거였다. 
허경환 인터뷰.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2012.03.15

2006년 신동엽이 진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Mnet ‘톡킹 18금’을 통해 3차까지 합격하고 신동엽이 경영하던 DY엔터테인먼트에 소속돼 방송도 타게 됐지만 소속사 끼워팔기라는 시기성 루머에 밀려 KBS 22기 공채 개그맨으로 새롭게 섰다.

개그맨으로서는 가장 잘생긴 얼굴을 지닌 덕분인지 초반에는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대한민국완소남’ 등 몇몇 코너를 선보였으나 이를 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허경환은 자신을 기다려주는 제작진과 동료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제 동기인 22기는 들어올 때부터 개그로 무장된 프로페셔널이었다. 김준현은 하루 5차례 대학로 무대에 서던 베테랑이었고 박성광, 최효종, 송준근, 박지선 등 면면이 화려했다. 나는 완전히 껍데기였다. 동기들이 너무 착해 나는 운빨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나를 따돌릴 수도 있었을 텐데…” 
허경환 인터뷰.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2012.03.15

허경환은 콩트를 히트시키진 못했어도 유행어에는 유난히 강했다. “봉숭아학당에서 ‘~ 있는데’를 선보였을 때는 너무 못 웃겨 접으려고 했는데 김석현 PD가 기다려 주었다. 그런데도 못 웃기자 김 PD가 웃기지 못하는 캐릭터로 가면 위험하다며 콘셉트를 가수로 잡아 보면 어떨까 하고 코치해 주었다. 그래서 트로트 음반도 내고 객석에 앉아 있다가 무대에 올라가기도 했다. 올라가면 상대가 ‘너가 가수야, 그런데 왜 웃겨’ 하는 식이었다.”

허경환은 ‘개콘’의 이상덕 메인 작가도 항상 “잘될 거야”라며 격려해 주었고, 서수민 PD도 개그맨을 배려하고 밀어주는 스타일이라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허경환은 ‘있는데’ 이후 ‘자이자이 자슥아’ ‘아니아니아니돼요’ 등의 유행어를 히트시켰다. 다른 개그맨들은 개그를 짜고 유행어를 짜는 반면 자신만은 유행어를 먼저 짜고 스토리를 입힌다고 했다.

“ ‘있는데’는 장난치다가 나온 말인데, (정)범균이가 웃길래 한번 해봤다. ‘자이자이 자슥아’는 고교 때 선생님이 그대로 썼던 말이다. ‘아니아니아니돼요’는 ‘아닙니다’ ‘아니됩니다’가 밋밋해 톤을 살렸다. ‘아니돼요’는 ‘개그콘서트’에서 코너를 만들었지만 녹화만 뜨고 방송되지 못했다. 그러다 ‘해피투게더3’에서 유재석 선배가 말했더니 사람들이 금세 따라하더라.”

허경환이 유행어 될만한 것을 들고 PD와 작가에게 검사 받으러 가면 웬만한 것도 허용해준다. 다른 개그맨들이 이상한 유행어를 쓰면 일반 빼라고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허경환에게 왜 자신에게만 유독 유행어가 많아진지를 물어봤다. 이에 대해 허경환은 “개그를 잘 짜기 때문이 아니라 대중에게 내가 유행어를 하는 개그맨이라는 생각이 생겼고, 한번 따라해 봐야지 하는 느낌이 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도 모르게 그렇게 잡힌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메이트’ 등 사투리 개그를 했던 허경환은 요즘 개그콘서트 ‘네가지’와 ‘해피투게더3’에서는 개그맨 G4의 일원으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네가지’에서 그는 키가 작다는 콤플렉스를 내세운다. “이 정도 생겼으면 작아도 되잖아!” “이 정도 생겼으면 안 웃겨도 되잖아”라는 코멘트를 날린다.

허경환은 얼굴이 잘생겨 주변에 여자가 많을 것이라고 다들 생각한다. 박미선은 “허경환이 키가 10㎝만 더 컸다면 이상한 곳으로 빠졌을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방송에서 여자 이야기를 해도 별 탈 없이 넘어간다.

허경환은 “내가 발동이 조금 늦게 걸리는 경향이 있다. 하는 것 없이 오래 버틴다는 말도 들었지만 치열하게해서 파급력을 더 키워나가겠다”면서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만드는 웃음 중독효과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겠다”며 열의를 보였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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