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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꼼수 ‘스마트폰’ 만남, 절묘했다
김성환 교수‘나꼼수로 철학하기’출간
사회현상에 의심 또 의심…
소비자들의 강한 소구력 자극
메시지 전달 새유통 구조 창출

공격적 팬덤 문화 부작용 등
꼼진리교 문제의식 부족은 흠


대중에게 철학은 여전히 ‘뜬구름’처럼 아득하다. 많은 철학자들이 이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영화, 드라마 등을 성찰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내용과 형식 사이에서 길을 잃은 ‘먹물’들의 글쓰기는 눈높이 조절에 실패하기 쉽다. 이에 30년 경력의 자연철학자가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를 들고 나섰다. 김성환 대진대학교 철학과 교수의 ‘나꼼수로 철학하기(바다출판사)’는 철학을 시민의 편에 돌려주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저자가 분석하는 ‘나꼼수’의 철학적 힘은 무엇보다 의심에 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있다.” 데카르트의 명제는 ‘이렇게 의심하는 내가 있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다’는 의심의 끝에서 나온 결론이다.

저자에 따르면 의심은 참된 지식의 출발점이다. ‘나꼼수’ 역시 마찬가지다. 왜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의 투표장소 사이트 접속이 끊겼을까? 이를 통해 누가 이득을 챙길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심은 탄탄한 철학의 기본기를 보여준다.

또한 이를 토대로 ‘젊은 직장인들의 아침 투표를 방해하려고 조작이 일어났다’고 주장할 때, ‘나꼼수’는 귀추라는 논리학의 전형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아울러 저자는 맥루한의 미디어 철학을 빌려 나꼼수의 탄생과 흥행 배경을 세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나꼼수’는 인터넷을 통해 배포되는 라디오 형식의 방송 팟캐스트라는 뉴미디어의 진화로 탄생했다.

둘째, 쌍방향 소통이 원활한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사람과 사회도 변하게 됐다. 소수의 정보 독점은 끝나고 수용자가 정보를 생산하며 다수가 개성을 발휘하는 사회가 왔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꼼수’ 청취자들은 어디서나 원할 때 방송을 들을 수 있다. “미디어는 사람의 확장이다”는 맥루한의 말처럼 청취자들은 스마트폰으로 귀와 뇌를 확장한 사이보그라 할 수 있다. 저자는 기계는 이미 사람의 일부가 됐으며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받아들이고 즐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요컨대 진화하는 기술은 ‘나꼼수’의 산파이며, ‘나꼼수’는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유통구조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나꼼수의 반권위적 성격 등 내용은 형식과 분리될 수 없고 이는 “미디어가 곧 메시지”라는 맥루한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니체, 벤야민 등 15명의 철학자들의 눈으로 본 나꼼수 읽기는 시종일관 나꼼수처럼 유쾌하고 거침없다.

하지만 저자 스스로가 밝히고 있듯 분명 애정에 치우친 느낌이 있다. 자신들의 오류 가능성을 일축하는 듯 독단과 편 가르기에 빠진 ‘꼼진리교’에 대한 문제의식은 부족해 보인다. 또한 공격적인 팬덤 문화가 과연 자발적 선택인지, 비판자들의 의견처럼 선동의 결과인지에 대한 여부도 논란거리로 여전히 남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존재’ ‘인식’ ‘회의’와 같은 용어를 최대한 피하며 엉클어진 밀림을 베어내듯 철학의 길을 터준다는 데 무엇보다 장점이 있다. 300여 페이지의 철학서적이 그야말로 한달음에 읽힌다.

김기훈 기자/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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