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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김병헌> 웹툰, K-코믹스 시대 여는 新한류콘텐츠
K-팝이어 세계도약 기대속

방심위, 청소년유해물 지목

작가들 창작 의지만 꺾어

한국만화 미래 막지 말아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네이버, 다음 등 4대 포털사이트에서 연재 중인 웹툰 23편을 대상으로 ‘청소년 유해 매체물 결정 관련 사전 통지 및 의견제출 안내’라는 공문을 발송한 데 대해 만화계가 강력 반발하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방심위는 해당 웹툰이 “전기통신회선을 통해 잔혹한 살상 또는 폭행 등의 장면을 자극적으로 묘사하여 폭력을 조장하거나 미화할 수 있는 내용으로,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만화계와 웹툰 작가들은 이 상황을 매우 심각한 ‘공권력 검열 사태’로 보고 있다. 이에 한국만화가협회 등 6개 단체는 반대 성명서 발표에 이어 다양한 형식의 규탄 활동을 벌이고 있다.

만화계는 1997년에도 청소년보호법 시행과 함께 성인만화에 대한 과도한 단속으로 인해 출판만화 시장이 초토화된 경험을 갖고 있다. 그 뒤로 상당 기간 만화 시장은 침체돼 있다가 이제서야 인터넷 시대의 활로를 찾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웹툰은 우리 만화계가 2000년을 전후로 등장한 인터넷 사용자 환경을 중심으로 발전시켜 온 만화 장르다. 국내 500여명에 달하는 웹툰 작가들은 다양한 출신 배경을 토대로 색다른 세계관과 작화를 보여주며, 현재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어떤 작품의 경우 1억회가 넘는 구독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또 웹툰 코너는 포털 내 다양한 전체 서비스 중에서도 사용자 이용도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주요 분야로 성장해 있다.

특히 이번에 방심위가 청소년유해물로 지목한 웹툰 23편 역시 문화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정연식 작가의 ‘더 파이브’는 대한민국콘텐츠어워드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했고, 꼬마비ㆍ노마비 작가의 ‘살인자 O난감’은 신인상과 오늘의 우리 만화로 선정된 바 있다. 호랑 작가의 ‘2011 미스테리단편’ 역시 3차원(3D) 효과를 가미한 동적 연출로, 유튜브 등을 통해 해외에서도 화제가 돼 ‘한국형 디지털 만화, 웹툰’을 세계에 알린 작품이다.

지난 1월 열린 세계 유명 만화축제인 프랑스의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서도 한국의 웹툰은 세계 만화계를 흥분시켰다. 더구나 앙굴렘만화제 40주년이 되는 내년에는 행사의 주요 전시로 ‘앙굴렘한국만화특별전’까지 마련된다. 부천시는 ‘K-팝(Pop)’을 넘어 ‘K-코믹스(Comics)’란 브랜드 기치를 내걸고 한국 만화를 소개할 예정이다. 주최측 역시 정보통신 강국 대한민국이 웹툰을 중심으로 세계 만화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포츠, 영화, 드라마, 음악 못지않은 문화 장르로서 웹툰이 세계를 향해 날갯짓을 하려는 이 마당에 안에선 웹툰의 유해성을 심의하겠다니, 만화계의 분노가 더욱 커진 것이다.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가설과 개연성만으로 한국 만화의 미래인 웹툰에 철퇴를 내려선 안 된다.

이 사건으로 인해 웹툰의 유통 기반인 포털사이트가 웹툰 전체에 대한 유통 의지를 축소하거나, 몇몇 작품에 대한 내용 심의를 강화하게 되면 웹툰 작가들의 상상력과 창작 의지는 한풀 꺾일 것이다. 이는 어렵게 구축해낸 한국 만화 세계화의 기반을 흔드는 일이다. 결코 가설과 개연성만으로 핵심 콘텐츠인 웹툰의 세계로 가는 길을 막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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