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흔히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표현을 씁니다. 이지메(집단따돌림) 행동을 하는 학생 중에는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또 현실적으로 이지메 피해자에 대해서만 구체적으로 보도되고 가해자에 대해서는 보도되지 않는 측면이 있기도 하고요.”

청소년 학교폭력 문제의 원인을 또 다른 시각으로 해석한 연극이 무대에 올려진다. 청소년 학교 폭력이 단순히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부모들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 12일 오후 서울 정동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일본 극작가 하타사와 세이고는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당시 ‘이지메’를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느낀 심정을 글로 옮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타사와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일본 규슈 지방에서 이지메를 당하던 남자 중학생의 자살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피해자의 유서를 불태우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드는 가해자 부모의 행동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되짚어보게 한다.

이날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고유경 참부모학부모회 상담실장은 “상담을 하다 보면 피해 상당수 학생이 ‘나는 고통받는데 가해자들은 버젓이 학교에 다닌다는 점’ 때문에 억울함을 토로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 대본에 많이 나와 있었고 많은 학부모에게 이 작품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명성 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는 “지난 1월 말 명동예술극장에서 낭독 공연을 통해 무대에 올려진 작품이다. 당시 낭독 공연에 참여했던 배우 상당수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으로 연극에도 동참하게 됐다”면서 “이런 시사성 있는 작품을 하는 것도 연극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연극에는 손숙, 박지일, 길해연, 박용수, 이대연, 장영남 등 걸출한 연극인이 함께한다. 손숙은 “솔직히 제목도 섬뜩했고 내용도 충격적이었다. 어떤 말보다도 연극 한 편이 우리 사회에 주는 영향력이 클 거라고 기대한다”며 출연 동기를 언급했다. 작품에 ‘지수 아빠’ 역으로 출연하는 배우 이대연은 “우리 딸이 지금 중학교 2학년인데 딸이 대본을 읽고 눈물이 났다고 했다. 부모가 바뀌어야 된다는 이야기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두 달 동안 공연할 계획이지만 결코 장기 공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건만 갖춰지면 각 학교를 돌며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며 강당 투어 공연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황유진 기자/ hyjgo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