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외환위기 이후 유행하던 ‘사오정(45세 정년퇴직)’ ‘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다니면 도둑놈)’가 다시 나오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를 중심으로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직장을 떠나는 ‘명예퇴직자’가 늘고 있다. 자녀교육비, 노후자금 등으로 한창 돈을 벌어야 할 나이지만 일찍 은퇴하면서 ‘리타이어 푸어(retire poor)’가 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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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0대 이후 취업자 및 자영업자 비중이 급증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신규 취업자 53만6000명 중 70%에 해당하는 37만6000명이 50대 이상이다. 등 떠밀려 취업하는 이들은 주로 임시직 등으로 고용의 질이 떨어진다.
50세 이상 자영업자 수도 지난해 12월 기준 전년 대비 17만5000명 증가했다. 중년 명퇴자들이 마땅한 재취업 자리를 얻지 못하자 식당이나 편의점, 여관 등 생계형 창업에 몰리는 것이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이들이 이미 379만8000명이나 되는 것으로 본다. 벌써 ‘300만명 시대’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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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재취업이든, 창업이든 안정적인 생계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중년층의 재취업은 고교생 아르바이트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창업 역시 폐업 확률이 높다. 한 해 평균 100만개의 자영업 창업이 생기고 1년도 안 돼 85만개가 폐업한다. 소득 또한 임금근로자 연평균 개인 소득의 38% 수준(연 707만원ㆍ한국보건사회연구소)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영업 대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조기 퇴직자 증가를 막을 수 없다면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고용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데에 입을 모은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장ㆍ노년층에 맞는 사회적 기업, 사회적 일자리 형태가 많이 생겨나야 한다”면서 “창업 리스크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확보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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