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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온 김소연 “집중해야 할 20대 준비없이 보내 후회”
日·러 이중첩자 따냐역
아이리스이어 ‘가비’서 열연
재도약 힘찬 날개짓

준비안된 상태서 中진출
국내 복귀후엔 공백기…

“한국팬 사로잡지 못하면서
해외팬 얻는건 어불성설”


데뷔 18년차 스타지만 처음 겪어본 일도 있다. 최근 KBS2 오락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코너 ‘꺾기도’에 출연했다. 방송 1분도 안돼 휴대폰 문자알림음이 쉴 새 없이 ‘딩동’거렸고, 무려 30여개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SNS엔 유저의 140자 만평이 줄을 이었다. “재미있었다”는 반응에 기분이 좋았다가도, 썩 달갑지 않은 글에는 쌜쭉해지는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요새 연예인에겐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이지만 배우 김소연(32)에겐 새로웠다. 1990년대 중반 10대의 어린나이로 데뷔해 청춘스타로 한창 각광받다가 스스로 말하길 “준비되지 않은 중국 진출”로 리듬이 끊겼던 김소연은 그만큼 부침이 적지 않았다.

드라마 ‘아이리스’에서의 연기 호평에 이어 대작 사극영화 ‘가비’(감독 장윤현ㆍ15일 개봉)의 주연을 맡으면서 김소연은 재도약의 흐름을 타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소연을 만났다.

“1개월 속성코스로 바리스타 과정을 밟았죠. 2급 자격증도 받았어요. 얼마전 부모님을 모시고 카페에 가 아버지께는 이가체프를, 어머니께는 탄자니아 원두의 커피를 권해드렸어요.”

‘가비’는 구한말 열강의 다툼 속에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해있던 ‘아관파천’ 시기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다. 역적의 자식으로 몰려 러시아를 전전했던 ‘역관의 딸’ 따냐가 친일 세력의 음모로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로 위장해 고종의 곁에서 커피를 내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따냐 역의 김소연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지켜주던 일리치(주진모)와 뜨거운 사랑과 운명을 나누는 사이지만 고종(박희순)의 고독과 신념, 인간적인 풍모에 점점 빠져든다. 그러나 일본과 러시아의 2중첩자였던 따냐는 조선의 왕을 시해할 ‘독배’에 커피를 내려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영화 ‘가비’서 역관의 딸 따냐 역할을 맡은 영화배우 김소연.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똑같은 커피콩이라도 누가 내렸느냐에 따라 다르더군요. 내가 내린 커피는 왜 그렇게 쓰기만 한지. 커피를 내리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내리는 것이라고 하던데, 그 말이 딱 맞아요.”

사랑은 안 그렇고, 연기라고 안 그럴까. 어느새 김소연은 자신의 표정이나 몸짓에 살짝 깃든 어둠과 그늘을 읽을 정도가 됐다. 김소연에겐 20대의 한창 무렵인 2000년대 중반이 힘든 시기였다.

“ ‘이브의 모든 것’이 중화권에서 인기를 끌면서 서극 감독의 ‘칠검’과 중국 40부작 드라마에 출연하게 됐죠. 제의만으로도 마냥 좋았어요. 1년 동안 중국에 체류하면서 열심히 촬영했고, 당시 소속사에서도 중국 진출을 야심차게 밀어붙였죠. 하지만 당시에는 홍보수단이 지금같지 않아서 국내에선 아무도 모르시더라고요. 한국에 와서는 금방 작품이 줄을 이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찾는 분이 없어 공백이 생겼어요. 역시 해외진출은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최근에는 ‘검사 프린세스’가 중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현지에서의 제안도 심심치 않게 들어오고, 지난해 중국 화장품 광고모델도 했지만 이제는 신중하려고 합니다. 한국 팬도 사로잡지 못하면서 해외 팬을 얻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해요.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스태프의 마음을 움직이는 배우가 결국은 관객도 감동시킨다는 사실도 깨달았어요.”

“연기에 집중해야 될 때 딴 데 정신 팔고, 꽃다운 시간을 준비없이 보낸 20대의 과오”라고 말한 김소연은 “다른 분야처럼 연예계도 간절함이 사라지는 순간 처참하게 고꾸라지는 냉정한 세계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20대에는 왜 꾸미는 데 그렇게 급급했는지, 귀고리도 주렁주렁 달고 반지나 가방도 매번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서른이 넘으니 치장하지 않아도 더 예쁘고 외모말고 자신만의 무기가 생기는 나이인 것 같아 더 좋다”고 했다.

한 가지 더. “연예계에 갓 데뷔한 10대에는 한국영화는 성, 폭력 표현의 수위가 너무 높다는 생각에 조금이라도 노출이 있는 작품은 ‘절대 불가’였지만, 지금은 관객의 편견도 없고 한국영화도 세련된 만큼 좀더 과감한 연기에 도전하면서 내가 가진 다양한 패를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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