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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팝 창구’ 뮤직뱅크, 한류에 더 기여하려면
K-팝(Pop) 한류열풍에서 KBS ‘뮤직뱅크’를 빼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뮤직뱅크’가 72개국에 생방송되면서 이 프로그램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뜨겁다. ‘뮤직뱅크’의 인기는 동남아에서는 엄청나다. 말레이시아에서는 금요일 오후면 젊은 아이들이 한 곳에 모여 ‘뮤직뱅크’를 볼 정도다. ‘뮤직뱅크’는 콘텐츠로써도 해외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을 뿐만 아니라 한국노래 외에 한국 젊은이들의 패션과 문화도 알려주고 있다는 사실에서 자부심을 느낄만하다.

이제는 가수들이 외국에 왔다갔다 하는 것보다 ‘뮤직뱅크’ 프로그램 하나 출연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제작자들도 더러 있다. 가수들이 쇼케이스나 프로모션을 위해 외국에 처음 나갔는데, 현지 팬들이 ‘뮤직뱅크’에서 이미 봤다며 그 노래를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한국가수가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 현지에서 2~3년씩 장기체류하는 문화가 바뀔 수 있다.

‘뮤직뱅크’는 K-팝의 창구다. ‘뮤직뱅크’는 이미 도쿄와 파리에서 공연했고, 오는 5월 자카르타, 홍콩을 비롯해 9월 미국 LA, 브라질 상파울루 등 전 세계 각국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라고 한다.

‘뮤직뱅크’가 외국에 나가 공연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단순히 한국가수들을 15~20개팀 정도를 모아 놓고 공연한다면 한꺼번에 모든 걸 보여주는 ‘종합선물상자’가 돼 K-팝을 소비하는 외국팬들을 향한 개별공연의 파워가 약화될 우려가 있다. 현지 가수들과의 콜라보레이션(협업) 등의 방법으로 이 점에 대한 기획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외국인들은 한국음악이 퍼포먼스를 내세우는 아이돌 음악만 있는 줄 아는 사람도 많다. K-팝을 아이돌 음악으로 한정지으면 안 된다. 아이돌 음악이 지금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비교우위에 있는 것만은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한국에는 뮤지션의 음악, 인디음악도 있고 힙합, 트로트, 포크 등 다양한 음악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아이돌 음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뮤직뱅크’ 외에도 ‘불후2’, ‘콘서트7880’도 좋은 포맷이라 외국에 내보낼만하다. 음악 프로그램이 K-팝의 인기가 금세 식지 않게 하는 전략을 다각도에서 검토해야 한다. 


◆ KBS 음악프로그램의 경쟁력이란?

KBS의 두 채널에서 방송되고 있는 음악 프로그램이 몇 개인지 아시는가? 무려 10개나 된다. ‘뮤직뱅크’ ‘유희열의 스케치북’ ‘불후의 명곡2’ ‘톱밴드’(이상 2TV) ‘콘서트7080’ ‘가요무대’ ‘열린음악회’ ‘국악한마당’ ‘전국노래자랑’ ‘클래식 오디세이’(이상 1TV). MBC와 SBS가 기껏해야 ‘뮤직뱅크’ ‘스케치북’과 유사한 음악 프로그램과 오디션 음악예능물 하나 정도 방송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실로 엄청난 숫자다.

KBS 음악 프로그램이 갖는 경쟁력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다른 지상파에서 도저히 시도할 수 없는 다양한 음악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세대를 아우른다는 점이 경쟁력이다.

음악 장르와 즐기는 세대에 따라 대중가요, 그중에서도 아이돌 음악을 좋하하느냐, 뮤지션 아티스트의 음악을 선호하느냐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나눠져 있고, 전통가요, 7080음악, 국악, 클래식까지 취향에 따라 골라 볼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참가할 수 있는, 그래서 방송 콘텐츠 중에서는 민주화를 가장 잘 실현시켰다는 ‘전국노래자랑’까지 있다.

‘톱밴드’에서 밴드음악 경연을 벌여 댄스와 발라드 위주의 대중음악계에 새롭고 신선한 음악을 감상할 기회를 주었고, 최근 ‘국악한마당’에서 국악뮤지컬 집단이 판소리음악극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한 것도 KBS 음악 프로그램이 가진 큰 힘이다. KBS에는 장수 음악프로그램들이 많다. 이는 오랫동안 시청자와 함께 호흡해 왔다는 점을 의미하며 시청자들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뮤직뱅크’에서 ‘스케치북’으로, ‘콘서트 7080’에서 ‘가요무대’로 자연스럽게 선호하는 프로그램을 갈아탈 수 있다.

▶ KBS 음악 프로그램 속에서 읽혀지는 대중의 심리

음악 프로그램의 역사를 보면 대중의 성향과 유행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가요톱10’ ‘빅쇼’ 등 보여 주는 게 중요한 시절에는 화려한 쇼의 형태를 띠었다. 이때는 지금처럼 음악과 뮤직비디오나 퍼포먼스 등 시각적 이미지를 연결시켜 보여 주는 방식이 아닌, 가급적 화려하고 버라이어티한 것이었다. 그러다 한동안 순위 중심 음악 프로그램이 유행했다. 이제는 어떤 가수가 이번 주에 1등을 하느냐는 큰 의미가 없다.

그런데 KBS 음악 프로그램을 보면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이 있음을 알게 된다. ‘전국노래자랑’이나 ‘가요무대’처럼 장수 음악 프로그램의 경우 디테일은 조금씩 변하지만 뼈대는 20~30년 그대로 이어져 온다. 거기에 그때그때 트렌드에 맞는 음악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서바이벌 형태의 ‘불후2’와 밴드들이 경연을 벌이는 ‘톱밴드’ 처럼 변화된 시대의 기호를 반영해 다양성을 키워 나가고 있다.

특히 ‘전국노래자랑’은 한국인의 문화와 의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처음에는 무대에서 망가지는 출연자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지만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다년간 학습하면서 사람들 앞에서 자신감 있게 자신을 표현하는 문화를 긍정하게 됐다. 오히려 ‘전국노래자랑’에 나온 출연자들의 체면을 의식하지 않는 뻔뻔함(?)은 일상이 무료한 시청자에게 일탈의 기쁨과 해방감, 대리만족을 안겨 주는 면도 있었다. 이는 노래방 문화의 번성으로 이어졌다.

‘가요무대’는 트로트 일색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해외의 우리 동포를 묶어 주는 데 큰 역할을 맡고 있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전통가요를 듣고 눈물을 흘리면서 따라부르게 된다. 이런 유대감 형성에는 ‘가요무대’만한 프로그램도 없다.

‘콘서트7080’도 처음에는 70~80년대 대학가요제 노래나 포크 음악을 중점적으로 들려주었다. 그러다 40~50대들도 복고풍 올드 음악만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이효리도 좋아하고 아이유도 좋아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SG워너비, 성시경 등 다양한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노래 잘하는 가수들을 출연시켜 과거지향적이고 퇴행적인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탈피할 수 있었다.

▶ 음악 프로그램 다양하지만, 빈 틈 생기지 않도록 해야

음악 장르와 세대에 따라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장점이지만 가만히 놔두면 오히려 대중의 문화적 감각을 수용하지 못하는 지점이 발생한다. 현재 KBS 음악 프로그램의 포맷은 좋지만 계속 변화해야 한다.

과거 중장년 층과 요즘 중장년 층은 분명 감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요즘 나이 든 시청자들이 추억에 잠기기에는 통기타 위주의 ‘콘서트7080’보다는 ‘불후2’가 더 적합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불후2’에서 알리가 조용필의 ‘고추잠자리’와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부르고, 강민경이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임태경이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이해리가 김수철의 ‘못다핀 꽃한송이’를 부를 때 회상에 젖고 과거에 더 푹 빠져 내면을 성찰하게 된다고 한다.

‘불후2’는 출연진을 아이돌 가수에서 남녀 보컬리스트로 변화를 주고 젊은 가수들에게 나이든 가수, ‘전설’이라 할만한 가수의 노래를 부르게 해 신구세대의 소통의 힘까지 얻으며 감동을 주고있다. 이처럼 음악 프로그램에 어떤 기획을 가미하느냐에 따라 큰 변화가 일어난다.

‘전국노래자랑’도 아직 안정적으로 편안하게 볼 수 있지만 농촌적 요소, 지방적 요소들이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 맞춰 이를 어떤 식으로 변화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와 출연자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장년 층을 젊은 층으로 확대시키는 문제 등을 고민해야 한다. 음악 프로그램이 시청자와 소통하기 위해서라면 이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문제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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