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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 ‘IMF 트라우마’는 치유되지 않았다
수출위한 고환율 정책

개인 구매력 떨어뜨려

내수 중심 성장 위해선

시스템 개혁 선행돼야


우리 국민들은 IMF(국제통화기금)의 ‘I’ 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킨다. 환란 당시 IMF 구제금융으로 가계와 기업의 연쇄 파산과 엄청난 실업, 고금리ㆍ고물가의 고통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한국은행이 밝힌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2월 말 기준)은 3158억달러다. 세계 7위다. 달러금고가 바닥나 IMF에 손을 벌렸던 때와 비교해보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하지만 그게 바로 14년이 지나도록 여전한 ‘IMF 트라우마’다. 결코 지워지지 않았다.

외환보유액을 늘리려면 경상수지 흑자가 필수적이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심한 나라는 무역수지에서 반드시 흑자를 내야 한다. 우리가 3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축적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무역수지만은 적자를 내지 않겠다는 정책 의지와 노력 덕분이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 환란을 겪은 아시아 국가 모두가 무역수지 흑자 쌓기에 집중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된 중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 약 9조달러로 추정되는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절반 이상이 아시아 국가들에 쌓였다.

그러는 동안 유럽 등 선진국의 곳간은 비어갔다. 그리스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재정위기로 ‘초주검’이 된 유로존 국가들은 1998년 이후부터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려왔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회자된 ‘그린스펀의 수수께끼’, 즉 장ㆍ단기 채권금리가 거꾸로 움직이는 현상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쌓아둔 달러를 안정적인 미국 장기국채에 집중 투자한 결과다.

미 연준(Fed) 의장인 벤 버냉키는 이를 ‘과도한 저축성향(savings glut)’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를 경험한 나라들로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소위 ‘최종 대부자’도 아닌 IMF가 구제금융의 대가로 한 나라의 금융ㆍ재정정책을 뿌리째 흔들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당시 IMF는 우리에게 너무 가혹했다. 캉드시 당시 IMF 총재도 인정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생기게 마련이다. 자연의 이치이자 경제법칙이다. 외환보유액 축적 과정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 국가들은 많은 것을 잃었다.

국제 경제에서 ‘경상수지 흑자국과 적자국 간 무역불균형’이 커졌다면, 개별 국가 내에서는 ‘가계와 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소득불균형’이 심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수출 확대를 위해 고환율 정책을 고수하다 보니 개인의 구매력이 떨어져 물가부담을 키웠다. 내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의 소득을 감소시켰다. 그 결과 전체 경제에서 민간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시간이 갈수록 하락했다.

중국은 최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7.5%로 낮춰잡고 내수 중심의 질적 성장 계획을 발표했다. 위안화 절상폭도 확대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말로만 내수 확대를 외쳐봐야 소용없다. 그동안 저평가받아 온 국민들의 구매력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그 해답은 외환보유액의 적정 수준을 찾고, 수출 중심의 환율 정책 등 경제 시스템을 바꾸는 데서 찾아야 한다. 이것이 IMF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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