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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류가 된 SF원조…‘볼 거리’는 요란했다
1912년 버로스 소설‘존 카터’를 3D영화로…지구영웅·외계종족 등 SF의 원형 다 담겨
‘존 카터: 바숨전쟁의 서막’은 SF소설의 지존이자 뿌리를 원작으로 삼았으나 온갖 양념과 재료, 변종 ‘레서피’가 섞인 잡탕 혹은 종합선물세트를 접시에 올린 작품이다. ‘뿌리’에서 출발했되 ‘아류’와 ‘짬뽕’이 된 영화라는 말이다. 하지만 영화사 연구가가 아니라면 볼거리는 단점을 충분히 상쇄하고 남을 정도로 요란하고 화려하다. 즐길 만한 재미가 있는 2억5000만달러짜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3D영화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대번 ‘아바타’와 ‘스타워즈’ 시리즈를 떠올릴 것이다. 외양도 그렇고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아니나 다를까, 이 작품은 ‘아바타’의 제임스 캐머런이나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이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소설이 원작이다. ‘타잔’의 원작 소설가로 유명한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의 SF소설 시리즈 ‘존 카터’다. 특히 그중에서도 1912년 출간된 1부 ‘화성의 공주’를 스크린에 옮겼다. ‘존 카터’ 시리즈는 영화뿐 아니라 서스펜스 스릴러, SF문학의 거장들인 스티븐 킹, 레이 브래드버리, 로버트 E 하워드 등에게 큰 영향을 끼쳤고, 현대 대중문화의 한 맥을 형성했다.

외계 행성의 생태계, 언어ㆍ문화ㆍ기술 수준이 다양한 외계 종족, 지구의 영웅과 외계 종족 공주의 사랑, 외계 군대와 비행선 전투 등 ‘아바타’와 ‘스타워즈’를 비롯한 SF영화의 ‘원형’적인 모티브들이 ‘존 카터’ 시리즈, 특히 ‘화성의 공주’에 다 담겨 있다. ‘존 카터: 바숨전쟁의 서막’에 등장하는 외계 종족 중 키가 3m나 되고 무소 같은 뿔이 달려 있으며 4개의 팔과 녹색의 피부를 가진 독특한 괴물 생김새의 타르크족은 ‘아바타’의 나비족이나 ‘스타워즈’의 건간족, 네이모이디언족을 떠오르게 한다.

‘존 카터: 바숨전쟁의 시작’은 미국의 남북전쟁으로부터 이야기를 출발시킨다. 남부군 대령으로 전장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던 존 카터(테일러 키치 분)는 전쟁에 염증을 느끼고 금광을 찾아 헤매다 정체 모를 적들과 대결한 뒤 혼절한다. 깨어 보니 낯선 환경과 이상한 생김새의 종족, 타르크족에 둘러싸여 있다. 바숨이라는 행성으로 공간이동을 한 것. 이곳에서 수십, 수백m를 간단히 뛰어오를 수 있는 영문 모를 능력을 얻게 된 존 카터는 타르크족 군단에게 생포되고, 도약 능력을 보여 달라는 주문에 시달리게 된다. 알고 보니 바숨은 화성이었고, 중력의 법칙으로 인해 존 카터가 신비한 능력을 얻게 됐다. 이로 인해 바숨에선 아무도 갖지 못한 힘을 갖게 된 존 카터는 또 다른 종족인 헬리움족과 조던가 간의 전쟁에 휩쓸리게 된다. 헬리움의 공주 데자 토리스(린 콜린스 분)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SF 마니아들을 제외한 국내 관객들로선 다소 뜬금없는 판타지이지만, 비교적 단순한 스토리가 오히려 관람의 재미를 높인다. 무엇보다 뛰어난 볼거리가 관람료만큼은 충분히 한다. 외계 종족의 설정이 일단 흥미롭다. 인간과 가장 흡사한 헬리움족과 조던가, 그리고 괴물 같은 모습의 타르크는 각각 고유의 독자적인 문화와 역사, 기술을 가지고 있다. 헬리움은 지적이고 평화를 추구하는 종족이며 뛰어난 과학기술을 갖고 있다. 반면에 조던가는 파괴적이고 공격적인 면모를 가진 종족이다. 타르크는 수천년의 고대문명을 가진 종족인데, 장난기가 많으면서도 공격성과 친화성을 두루 가진 이들이다. 도시국가 또한 각 종족의 특성에 맞게 디자인됐다. 헬리움의 도시에는 고공 첨단 건물이 있고 유려한 곡선으로 설계됐다. 반면 호전적인 조던가의 도시는 직선의 딱딱한 이미지다. 타르크족의 공간은 고대신전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다. 이들의 전쟁에는 칼이나 구식 소총부터 첨단의 레이저 광선과 비행선 등 온갖 무기가 총동원된다.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와 ‘월.E’의 감독으로 유명한 앤드루 스탠턴이 메가폰을 잡았다. 스탠턴 감독은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픽사 창립 멤버로, 1990년대 픽사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와 같이 일했다. 이 인연으로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에 “우리 모두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준 스티브 잡스에게 바친다”는 추모사를 넣었다. 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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