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봉입니까? 대기업들의 동네 상권 진출로 일반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하는데, 지금 중개업계 또한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다”
가뜩이나 부동산 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인중개사들이 대형 포털의 중개매물 홍보 비용 인상과 대형 은행의 중개서비스 진출 등으로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부동산 중개사고 시 지급하는 보상금의 보험료격인 ‘공제료’ 인상도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그렇잖아도 거래 시장의 침체로 중개 수입이 크게 줄어든 상태에서 이래저래 부담만 가중되면서 공인중개사들은 법적 대응과 함께 총선ㆍ대선을 앞두고 단체 행동도 불사할 태세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29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포털인 네이버는 부동산 매물 등록 서비스의 조건을 크게 강화시켰다.
그동안 네이버는 중개업소의 회원 가입 시 15건까지 매물 무료 등록 서비스를 제공해왔는데, 최근 이를 10건으로 축소시킨 것이다.
공인중개사들이 대형 포털의 중개매물 홍보 비용 인상과 대형 은행의 중개서비스 진출 등으로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공제료 인상 또한 불가피해지면서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사진은 부동산 침체로 주택거래가 뚝 끊겨 한산한 서울의 한 중개업소 전경. |
이 때문에 매물 검색 시 전면부에 위치하는 매물을 등록하기 위해 각 중개업소는 건당 1만1000원 가량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네이버는 또한, 그동안 500가구 미만의 소규모 아파트에 대해서는 한 개 중개업소가 독점으로 매물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최근 이를 2개 중개업소까지 등록이 가능토록 했다. 2개 업소까지 등록이 가능해지면서 경쟁 상황으로 변했지만, 서비스 비용은 오히려 재계약 시 마다 올려받고 있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수익을 네배 가까이 올리고 있는 셈이다.
공인중개사 박모씨는 “당초 단지 독점 매물 광고로 6개월에 60만원을 했는데, 재계약 때는 업소가 두 개로 늘어났는데도 광고비는 110만원을 요구해 울며 겨자 먹기로 재계약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현재 네이버 등 대형포털에 매물 등록을 하지 않고서는 고객들의 문의 전화 자체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한층 높아진 홍보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매물 등록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설상가상으로 대형 은행인 국민은행이 상반기 중 부동산 거래창구를 신설키로 하면서 공인중개사들의 설자리는 더 좁아질 전망이다.
이 서비스는 부동산 매물 검색에서 중개, 계약체결, 담보대출까지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모든 과정이 은행 창구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는 부동산 중개 서비스의 틀을 바꾸는 것이어서 공인중개사 업계는 크게 긴장하고 있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공인중개 협회는 이 서비스가 관렵법 등에 위반되는 지에 대해 법률자문을 의뢰한후 강력 대응키로 했다. 협회는 법률검토 후 문제 제기 및 법적 조치 등을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설상 가상으로 정부는 최근 부동산 중개사고시 지급하는 보상금의 보험료격인 ‘공제료 인상’을 추진중이어서 공인중개사들의 부담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공인중개사 이모씨는 “대부분이 자영업자인 공인중개사업계에 대형 포털과 은행 등이 진입하게 되면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시장 침체로 수입도 변변찮은데, 이러다가는 대부분이 길거리에 나앉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식 기자/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