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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장코드’ 버린 주말극이 시청률 30%대?…이유는?
KBS2 새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이 단 2회 만에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반면 이보다 먼저 시작했던 MBC 주말극 ‘무신’과 ‘신들의 만찬’은 각각 9%대, 14%대를 기록하고 있다.

‘넝굴당’은 시집살이를 하지 않으려는 커리어우먼 김남주와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입양아 출신의 외과의사 유준상의 맛깔나는 부부 연기와 강부자 윤여정 장용 등 중견배우의 안정된 연기가 큰 강점이다. 하지만 시작하자마자 이렇게까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것 같지는 않다. 퀄리티보다는 고정 시청자를 붙잡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요소는 별로 없지만 막장적 장치 없이 소소한 재미를 주며 꾸려가는 KBS주말극의 브랜드가 생긴 것이다.

‘무신’과 ‘신들의 만찬’이 시청률이 낮다고 퀄리티가 떨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 25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무신’은 스펙터클하며 긴장감을 주지만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그 시간에 KBS는 여전히 강렬한 웃음을 제공하고 있는 ‘개그콘서트’와 완성도는 높지 않지만 기존 시청자를 흡수하고 있는 정통사극 ‘광개토태왕’이 버티고 있어, ‘무신’이 월화극으로 편성됐다면 시청률은 훨씬 더 높아졌을 것이다.

‘무신’은 정통 사극인지, 퓨전 사극인지 좀 더 정확하게 성격을 규정했어야 했다. 두 형태의 사극 시청층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신’은 최충헌 시대의 역사를 조망하는 정통 사극을 표방했다. 하지만 사실은 당시 노비 출신으로 정권을 탈취하게 되는 김준(김주혁)을 큰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

김준은 최근 2주 동안 월아(홍아름)를 지키기 위해 과격한 마상격구대회에 출전해 상대 선수들을 쓰러뜨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큰 부상을 당했다. 이 장면들은 검투사들의 싸움을 보여주는 ‘스파르타쿠스’나 ‘글레디에이터’와 다름없었다.

‘무신’의 전개가 이런 것이라면 제작진은 역사를 재해석한 흥미진진한 퓨전 사극이라고 하는 게 유리한 마케팅이었다. 그렇다면 더욱더 재미있는 드라마상의 스토리텔링 구축이 가능해진다.

‘무신’은 최충헌의 갈등하는 두 아들, 최우(정보석)와 최향(정성모)의 구도에 최우의 눈에 든 김준이라는 인물이 있다. 얼마든지 갈등구도를 재미있게 엮어갈 수 있다.

‘무신’도 ‘대장금’이 퓨전 사극을 표방해 엄청난 대중성을 확보한 것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하든가, 아니면 우리의 생생한 역사라고 밝혔어야 한다. 하지만 어느 쪽인지 애매해졌다.

정통 사극을 기대하고 보는 시청자는 “이게 뭐야”라며 퓨전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고, 흥미를 기대하는 시청자는 완전한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신들의 만찬’은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지만 여성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콘셉트와 코드를 두루 갖추고 있다. 주말극은 새롭고 낯선 내용이 먹히지 않는다. 익숙한 내용들을 보다 보면 점점 빨려들어가는 구도가 저녁 주말극이 취해야 할 방향이다.

‘신들의 만찬’은 그런 구도에 충실하게 이야기가 설정돼 있다. 성유리와 서현진이 아리랑 식당 후계자 자리를 놓고 물러설 수 없는 요리 배틀을 벌이고, 이들 뒤에는 이미 수십년 동안 이 자리를 놓고 싸워 온 전인화와 김보연의 대결이 자리잡고 있다. 또 한 여자(성유리)의 행복을 위해 모든 걸 버릴 수 있는 두 남자, 주상욱과 이상욱은 현실적인 판타지를 제공한다.

하지만 ‘신들의 만찬’은 주인공인 준영 역의 성유리가 너무 정형화된 캐릭터라는 점이 큰 흠이다. 가진 것 없어도 무조건 밝은, 터무니없는 낙관주의적 성격이 좀 억지스럽다.

게다가 우도에서 아버지의 구박에도 밝고 당당한 모습으로 타고난 손맛을 보여주던 성유리는 아리랑에 들어오면서는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민폐녀’ 캐릭터로 바뀌었다. 요리과정에서 헛점과 실수를 보이지만 결국 아리랑 후계자가 되는 이야기를 그리겠지만 그 과정이 별로 유쾌하지 못하다.

그런 상황을 성유리가 매끄럽게 연기해 내기에는 벅차다. 성유리의 비현실적 낙관주의를 수정해 좀 더 그럴듯하게 리얼리티를 강화해야 할 것 같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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