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러브픽션’29일 개봉

‘범죄와…’이어 연타석 흥행기대

“연기인생 안배가 필요한 때

그 첫발은 차기작‘ 베를린’”


배우 하정우(34)가 어릴 적 일이다.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나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시 차를 세웠다. 화장실에 다녀오니 아뿔싸, 차가 없어졌다. 가족들이 한참을 찾아 헤매는데 아버지(탤런트 김용건)가 슬며시 나타나 “내가 숨겨놨다”고 하더란다. 축구를 좋아하는 가족들이 거실에 모여 대한민국 경기를 관전하고 있을 때 두꺼비집을 내려 원성을 사는 것도 아버지가 즐기는 장난이다. 인터뷰 때도 진지한 표정과 달변인 말솜씨 사이 언뜻언뜻 개구장이 같은 표정을 드러내는 하정우. 연기력도 장난기도 아버지로부터 대물림한 셈이다.


‘하정우의 전성시대’다. 지난해 ‘황해’부터 ‘의뢰인’을 거쳐 최근 올해 최단기간 300만명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까지 하정우는 지금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많이 출연하고, 연기력이 좋고, 돈도 많이 벌어주는 스타임을 증명했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로맨틱 코미디 ‘러브 픽션’은 탁월한 유머감각과 뛰어난 극적 짜임새, 재기 넘치는 캐릭터, 독창적인 스타일로 벌써부터 입소문이 여간 좋지 않다. 하정우로선 ‘범죄와의 전쟁’에 이어 연타석 흥행 홈런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배우 하정우가 서울 삼청동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한 카페에서 자신의 연기, 연애론을 털어놓았다. 그의 입버릇이자 책 제목 처럼 봄기운이 성큼 다가온 북촌의 하늘과 배우로서 전성기를 달리는 하정우의 표정이 썩‘ 느낌 있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제가 맡은 인물이 전체 극의 구조 속에서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지 균형과 계산에 맞춰 연기를 합니다. 각 신(scene)마다 목표를 정하고 관객들이 뭘 원하는지를 파악하려고 노력하죠.”

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하정우는 예의 바리톤의 목소리와 문어체의 말투로 대답을 해나갔다. 만약 그 진지한 표정 그대로 여자에게 “여름은 멜로의 계절이죠”라고 한다거나 “낭자, 저녁 한수에 배나 띄워놓고 칵테일이라도 한 사발 들이키시려오?”(‘러브 픽션’ 중)라고 데이트를 청한다면 어지간한 상대 아니고선 뿌리치기 어려울 것이다.

하정우가 ‘옷발’ 좋은 남자라고 한다면 ‘황해’에선 거친 빈티지 혹은 남루한 작업복이 삶 자체가 악전고투일 뿐인 밑바닥 인생의 징표인 듯했고 ‘의뢰인’에선 트렌디한 수트가 몸에 딱 붙었다. ‘범죄와의 전쟁’에선 나서지 않으면서 깊은 존재감을 드리우는 클래식한 정장이었다면 ‘러브 픽션’은 유머러스한 액센트가 가미된 캐주얼 차림이다.

이번 작품에선 평생 소원하던 운명의 여인(공효진 분)을 만나 우여곡절의 연애담을 펼치는 30대 초반의 작가역을 맡았다. 무표정과 심각한 어조로 시치미 뚝 떼고 여자를 꾀기 위한 농담과 넉살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역할이 ‘역시나, 하정우’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전계수 감독이 4년 전 술자리에서 만난 하정우를 보고 “당신보고 시나리오 하나 써도 될까요”하고 시작했던 기획이다. 

지난 몇 년간 숨가쁘게 달려온 하정우는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한 시기, 안배가 필요한 때”라며 “그 출발은 차기작인 ‘베를린’(감독 류승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