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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 죽이면 '머리만 남기고 묻어'
이방인의 눈에 비친 조선의 풍속과 문물

조용한 아침의 나라 조선. 이방인들에게 조선과 식민지 근대는 어떻게 비쳤을까. <세상 사람의 조선여행>(글항아리. 2012)은 우리의 과거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다. 특히 외국인의 눈으로 본 우리 이야기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조선에 대한 대표적인 기행문은 하멜 표류기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선원인 하멜 일행은 일본 나가사키를 향해 항해하다가 폭풍우에 휘말려 제주도로 떠내려 왔다.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13년. 하멜은 비교적 객관적으로 조선인들의 삶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중엔 당시 풍속을 알 수 있는 독특한 내용이 들어있다. 당시에 살인자에게 가한 형벌은 다음과 같았다.

‘살인당한 사람의 온몸을 식초와 더럽고 악취 나는 물로 씻은 후, 그 물을 깔때기로 살인자의 목에 붓고, 그 물이 가득 찬 뒤에는 곤봉을 가지고 배를 쳐 터뜨림.’

이 보다 더 특이한 처벌은 ‘남편을 죽인 여인’에 대한 독특한 형벌 묘사다.

‘머리만 나오게 한 상태로 묻었다, 그곳을 지나는 사람은 나무톱으로 한번 씩 그녀의 목을 켜야 한다. 이 범죄가 발생하면 그 고을은 다른 고을 수령의 토치를 받아야 한다.’

이방인의 눈으로 본 조선의 풍경은 낯설고 이채롭다. 읽다보면 긍정과 부정적 견해 사이에서 당황하게 된다. 한 예로 19세기 말 조선에 들어온 언론인이자 진보작가 잭 런던의 시각은 극히 부정적이다 그는 한국을 겪으면서 살인충동까지 느꼈다고 서술했다.

‘(여러 사실) 보다는 견딜 수 없이 나약하고 게으르며 도둑질 잘하고 약자에게 강한 한국인의 심성, 또 그러면서도 불필요하게 호기심 많은 한국인들의 태도였다.” (본문 224~225쪽)

반면 선교사의 눈에는 한국인의 심성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당시에도 자식에 대한 사랑과 교육열이  뜨거웠다는 보고와 함께 다음처럼 감명 깊었던 이야기를 전했다.

‘조선 사람들은 자선 행위를 정말 소중하게 여기고 실천합니다. 적어도 식사 때 먹을 것을 달라면 거절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일부러 밥을 다시 하기도 합니다. 들에서 일하는 일꾼들은 식사를 하다 가난한 나그네가 지나가면 자기 밥을 나누어 줍니다.’ 201쪽

조선시대에는 이웃 나라 일본과 중국인조차 함부로 들어와 사는 것이 금지되었고, 합법적으로 우리 땅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의 범위도 제한되어 있었다. 따라서 이번 책은 간헐적으로 이뤄진 한국 방문에 대한 귀한 자료 모음집이다.

책을 통해 중국의 칙사와 일본 통신사의 ‘목격담’을 통해 당시 문물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스웨덴 동물학자 스텐 베리만의 ‘한국의 야생동물지’를 통해 우리 땅에서 멸종하고 탈취된 식물과 동물의 종류와 모양 그리고 그들과 얽혀 산 조선의 풍습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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