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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재곤의 스포츠 오딧세이> 못잊을 2가지 잊고싶은 1가지
유난히 길었던 올 겨울을 보내며 기억에 남는 스포츠 장면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얼마 전 끝난 아프리카 네이션스컵대회다. 세계축구 변방인 잠비아가 우승을 거머쥐었다. 대단한 이변이었다. 상대는 아프리카의 축구지존이며 유럽의 빅리그 출신이 즐비한 코트디부아르였기에 더욱 그랬다. 결과는 승부차기까지 가는 혼전 끝에 9번째 키커로 나선 잠비아 선수의 볼이 들어가면서 8-7 잠비아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그 거함을 침몰하게 만들었을까?

그 답은 너무도 명쾌하다. 이기고 싶은 열정,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은 열망, 아프리카 빈국 중 하나인 자신의 조국 잠비아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명분이다. 마침내 그들은 희망한대로 잠비아의 존재감을 세계인에게 멋지게 알렸다.

또 하나 인상적인 장면은 호주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결승.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 라파엘 나달(스페인)의 경기였다. 전날 저녁에 치러진 경기가 다음 날 새벽에야 최종승부가 났다. 승리는 조코비치에게 돌아갔고, 장장 5시간53분 동안 치러진 대혈전이었다. 나달의 서브게임에서 랠리가 31회나 이어졌으니 말해 무엇 하랴. 둘은 탈진해서 그 자리에 서 있을 수 조차 없었다. 유례없이 시상식동안 의자가 제공됐다. 이어 승리자는 멋진 소감을 이야기한다. “트로피가 두 개라면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그렇지 못해 아쉽다”라고. 승자와 패자라는 기존의 이분법적 사고는 이날 이 게임에서는 없었다.

마지막은 한국 프로스포츠의 근간을 뒤흔든 승부조작 사건이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다. 조작에 가담한 선수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철학과 애정이 부족했다. 같은 나이 또래들은 청년실업의 질곡을 벗어나기 위해 하루를 열흘같이 치열하게 살고 있다. 헌데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자들의 부(富)의 망덕(亡德)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몰염치의 극치였다.

더 심각한 일은 가족과 소속팀과 팬들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경기장에서 피땀을 흘리는 프로선수들의 신성한 직장을 일순간에 폐쇄시킬 수 있는 어마어마한 일을 획책했다는 점이다. 발본색원은 당연하며 구단차원에서도 준법교육의 시스템화가 시급하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처럼 더 이상 우를 범하지 말자. 가담자는 솔직하게 나서서 용서를 구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우리사회에 도대체 정의란 무엇인가? 새 봄을 맞이하며 서로에게 물어보자.

칼럼니스트/aricom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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