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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술·이야기·웃음 환상조합…불 켜진뒤 ‘감동 쓰나미’가
이은결 매직환상극 ‘일루션’ 리뷰
매지션 이은결(31·사진)의 15년 마술 내공을 담은 블록버스터 매직 환상극 ‘AGAIN ’이 오는 3월 4일까지 3주간 서울 충무아트홀 무대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은결은 무대에 올라오자마자 마술을 속임수 또는 사기로 바라보는 편견에 대해 말했다. “저는 마술을 속이기 위해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재미를 주기 위해 합니다.”

이처럼 이은결의 마술쇼는 여느 마술인과는 차원을 달리할 정도로 뛰어난 테크니션의 재주를 보여줘 서스펜스를 야기하고, 마술 속에 감동적인 기승전결 스토리를 담고 있는 특징을 지녔다.

특히 이번 공연은 그동안 보여준 ‘눈으로 보는 마술’이 아닌 ‘가슴으로 느끼는 마술’이라는 환상극이었다.

마술의 근간이 되는 ‘환상’이라는 키워드로 이은결의 이상, 상상, 회상, 공상, 환상에 관한 내용이 마치 한편의 뮤지컬을 보듯 펼쳐지며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이은결이 군 제대 후 사진작가 김중만, 고려대 의료봉사단과 함께 떠난 아프리카 봉사활동에서 받은 영감을 마술로 풀어낸 섀도 매직 ‘아프리카의 꿈’과 동심의 세계로 빠져드는 환상극 ‘스노맨’ 등 다이내믹하고 버라이어티한 마술 공연뿐만 아니라 타 예술 장르와의 코웍(Co-work)을 시도해 보다 환상적인 무대로 꾸며졌다. 자신의 양손을 활용해 동물의 모양을 만들어내는 섀도 매직은 그가 어느 정도 집요하게 훈련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였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밀림으로 비춰내고 각종 동물을 형상화하는 그 정교함은 탄성을 지르게 했고 결국 감동으로 이어졌다. 그의 섀도 매직은 세계적 마술가 데이비드 카퍼필드의 매직 디렉터 돈 웨인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관객 중 연인에게 마술 속의 스토리로 프로포즈 할 기회를 주고 ‘스노맨’ 코너에서는 어린이 관객에게 예기치 못한 즐거움을 주는 등 끊임없이 관객과 호흡하는 공연임을 입증했다.

고교를 졸업하고 프로 마술사 생활을 시작한 이은결은 당시 고(故) 김형곤이 운영했던 ‘코미디 클럽’에서 공연을 하다 일본 유명 마술사 ‘유지 야마모토’에게 발탁돼 2001년 8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세계마술대회(UGM)에 출전, 당당히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은결의 마술은 피나는 연습과 집요한 노력의 산물이다. 마술은 관객들에게 보는 것만으로도 마치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는 듯한 판타지를 선사하지만, 마술사는 단 한 번의 성공을 위해 수백, 수천번의 실패를 견뎌야 한다. 이은결도 지하연습실에서 수많은 밤을 지샜다. “연습실이 지하였기 때문에 나중에는 정말 낮 4시인지, 새벽 4시인지 헷갈릴 정도였어요”라고 말해 이은결의 연습 강도를 짐작케 했다.

이은결은 마술로 승승장구했지만 시련도 겪었다. 친형과도 같았던 사람과 회사를 만들었지만 수익분배 9대 1에 계약기간 10년이라는 터무니없는 계약조건으로 마음 고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은결은 재치 넘치는 마술뿐 아니라 개그감 충만한 토크로써 수시로 관객들을 즐겁게 하는 여유를 보여줬다. 서스펜스로 시작해 휴머니즘으로 마무리하는 이은결의 마술쇼 ‘일루션’은 환상과 감동이 공존하는 그만의 무대로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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