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韓영화 수어지교 윤종빈-하정우, 열정으로 通했다
“나는 마틴 스콜세지 할게, 형은 로버트 드니로 해”

2005년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로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두 사람의 젊은 영화학도가 농담조로 나눴던 대화다. 그 해, 두 사람이 빚어낸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매료됐다. 그리고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두 사람은 한번 더, 그리고 또 한번 더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이 두 사람은 윤종빈 감독과 배우 하정우다.

두 사람은 영화 ‘비스티보이즈’를 거쳐, 2012년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을 들고 나타났다. ‘범죄와의 전쟁’은 전국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극장가를 점령했다. 촉망받던 두 영화학도는 이제 명실상부 한국 영화계의 든든한 기둥으로 자리 잡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5년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동기인 두 사람은 막상 학창시절에는 별 다른 교류가 없었다고. 하지만 평소 교내 연극무대 등에서 하정우의 연기를 눈 여겨 보던 윤 감독은 졸업 작품을 준비하면서 그에게 첫 프러포즈를 전했다.

‘용서받지 못한 자’를 작업한 1년 동안 그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콤비로 발전하게 된다. 영화 속 ‘태정’은 애초부터 하정우를 염두에 두고 탄생한 캐릭터였다. 윤 감독의 눈은 탁월했다. 하정우는 태정이였고, 태정은 하정우였다. 그 둘의 작업은 한국 사회의 군대라는 시스템의 부조리함에 대해서 날카롭게 파헤친 수작을 탄생시켰다. 한국 영화계는 젊고 영리한 두 영화인의 등장에 열광했다.

윤 감독은 그의 두 번째 영화이자, 첫 번째 상업영화 ‘비스티 보이즈’에서도 하정우와 함께 작업했다. 그는 이 각본 역시 하정우를 염두에 두고 집필했다. 윤 감독은 ‘비스티 보이즈’의 하정우에 대해 ‘하정우스러운 연기’의 정점을 보여줬다고 이야기했다. 영화 속 재현이란 인물은 정의롭지 않은 인물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에 기생해, 적당히 속여먹고 적당히 뺏어먹으며 자신을 보호하려는 사람이다. 하정우가 만들어낸 재현은 비겁하고 찌질하지만, 능글맞고 때론 귀엽기까지 하다. 감독이 그에 대해 흡족했던 것에는 허탈함에 기인한 영화적 메시지의 전달을 완벽하게 해낸 그의 ‘귀여운 디테일’도 한몫 했으리라.

그리고 그들은 ‘범죄와의 전쟁’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이번이 고작 그들이 함께한 세 번째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 윤종빈 없는 하정우와 하정우 없는 윤종빈은 상상하기 어렵다.

윤 감독은 영화 속에서 디테일한 표현을 구현해냄과 동시에, 그 안에서 뼈있는 날카로운 시선을 견지한다. 특히 사회의 이야기를 그대로 영화적 언어로 옮겨내는 그의 세심함은 관객들의 무릎을 탁 치게 할 정도로 탁월하다. 하정우는 이런 윤 감독의 완벽한 ‘페르소나’이다. 하정우는 그의 디테일함을 그대로 살려내는 세심한 연기를 보여준다. 실제로도 하정우는 배역을 완벽하게 표현해 내기 위해 캐릭터 연구에 많은 공을 들이는 배우로 유명하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윤 감독과 하정우의 시너지효과를 살려내는 것은 둘의 ‘소통’이다. 실제로 가까운 곳에 산다는 두 사람은 일주일에 서너 번은 함께 술 마시며 이야기 하는 사이라고. 두 사람이 함께 많은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서로 어떤 것을 원하는 지 잘 안다. 빠르고 쉽다. 그것은 그 둘의 작품을 더 좋은 작품으로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된다.

두 사람의 세 번째 레이스를 지켜봤을 때, 그들이 앞으로 보여줄 레이스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졌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났을 때는 윤 감독과 하정우가 정말 마틴 스콜세지와 로버트 드니로 콤비만큼, 아니 그들을 넘어서는 한국영화의 콤비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게 됐다. 새롭게 ‘통할’ 그들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최준용 이슈팀 기자 / issue@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