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반(反)포퓰리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연일 정치권의 포퓰리즘 공약에 정면으로 맞서 집중 포화를 날리고 있고, 청와대 참모들의 ‘입’도 거침없다.
20일 기획재정부가 그동안 정치권에서 쏟아진 복지공약을 망라, 허구성을 지적한 것도 ”포퓰리즘에 각 부처가 적극 대처하라“는 이 대통령의 강력한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청와대는 오는 22일로 예정된 이 대통령의 ‘취임 4주년 특별기자회견’도 정치권에 포퓰리즘에 대한 날선 비판애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청와대의 반포퓰리즘 공격은 여ㆍ야 구분 없이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여의도 정가와의 전쟁 2라운드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오는 22일 이 대통령은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집권 4년 동안 소회와 남은 임기를 맞는 각오를 진솔하게 얘기할 것”이라며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해 제주 해군기지 등과 관련한 야권의 ‘말 바꾸기’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총선·대선을 앞두고 국가의 미래보다는 표를 겨냥한 저축은행특별법을 비롯한 ‘포퓰리즘 법안’에 대한 언급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여야의 저축은행특별법과 민주통합당의 한미 FTA 폐기 주장에 직격탄을 날린 데 이어 이번엔 직접적으로 대국민을 향해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쐐기를 박겠다는 것이다. 발언의 강도에 따라선 청(靑)과 정치권 사이에 형성된 전선(戰線)에 걷잡을 수 없는 불을 붙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정치권과 혈전을 벌이고 있는 데에는 ‘더 이상 물러설 수가 없다’는 정권 차원의 절발함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은 여야 구분없이 4ㆍ11총선 구도를 ‘현정부 심판론’으로 몰고 가고 있다. 게다가 정치권의 포퓰리즘 공약 대부분이 현 정부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고, 포퓰리즘 논란으로 인해 임기 마지막해에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법안들이 용도 폐기되는 것에 대해 위기감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선거철을 앞두고 여권은 정부와 선긋기를 한다든지, 야권은 현 정부 심판론으로 몰고가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인식이 많다"며 "해야 할 것은 안하고, 하지 말아야 될 법안들을 통과시켜서 되겠냐"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 정부가 잘못한 것은 사실대로 비판해야지 정부 정책과 연계해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은 판을 깨자는 것이 아니고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각종 정책들이 노무현 정권에서 시작된 것이 적지 않음에도 야당이 이제와서 ‘말 바꾸기’로 일관하고있다”면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냐”고 했다.
이와함께 피아(彼我)를 부분하지 않고 공격의 고삐를 죄고 있는 데에는 ‘반포퓰리즘’을 계기로 친정부 성향의 세력을 결집, 정치권의 공세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일종의 이이제이((以夷制夷)인 셈이다. 신임 정무수석에 ‘반포퓰리즘’을 기치로 내걸었던 ‘더 좋은 나라 포럼’ 발기인으로 참여하기도 했던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발탁하고, “기존 관례에 묻혀 있지 말고 새로운 관점에서 변화되는 계기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