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오디션의 진화물 속속 나온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 종편을 가리지 않고 오디션 프로그램이 신규 편성되거나 시즌2, 3 등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서로 경쟁 양상을 빚으며 차별성을 강화하고 있다. ‘아메리칸 아이돌’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해 정착시킨 ‘슈퍼스타K’의 성공 이후 너도나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내걸고 있다. 오디션 열풍은 일시적 현상을 넘어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의 유행을 대체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는 리얼 버라이어티보다 더 리얼하다는 점에서 연유한다. 특정 상황에서 보여주는 리얼한 반응과 토크에 웃음까지 유발해야 하는 리얼 버라이어티보다는 오디션에 합격하겠다는 다양한 참가자의 절절함과 이를 심사하거나 멘토링하는 사람들의 반응과 개성, 취향들이 더 생생하게, 더 진정성 있게 와닿는다는 말이다. 젊은 시청자에게는 오디션이, 직장이나 취업 관문으로 해석될 수 있어 공감의 폭이 더 커진다. 어쨌든 고난 극복 드라마와 닮은 이런 서사구조를 한국사람들이 유난히 좋아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완결판 ‘보이스 코리아’

지난 10일 첫 방송된 Mnet ‘보이스 코리아’는 오디션 프로그램 시장에 또 하나의 화제를 남기고 있다.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 ‘더 보이스’의 프로그램 포맷을 네덜란드에서 정식 구매해 제작한 오리지널 한국 버전인 ‘보이스 코리아’는 오직 목소리만으로 승부하는 블라인드 오디션이라는 새로운 포맷이 눈길을 끌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초기에는 일반인인 참가자들을 각인시키기 어렵다. 시간이 지나 노래 실력이 화제가 되고 스토리까지 붙어 대중에게 알려지는 단계를 밟는다. 초기에는 가수나 작곡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이나 멘토, 코치의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보이스 코리아’는 방송 첫회 만에 참가자들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참가자들의 수준 높은 음악 실력과 실제 프로 가수들의 공연을 보는 듯한 환상적인 무대와 음향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첫방송부터 평균시청률이 2.3%(AGB닐슨, 케이블유가구 기준), 2회 평균 시청률은 무려 3.8%를 기록했다. 장재호, 샘구, 정승원, 배근석, 하예나, 우혜미 등 1회 방송에 출연했던 일반인 참가자들은 짧은 시간 단 한 번의 공연만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벌써부터 스타 탄생을 예고하고 나섰다.

김연우의 노래 ‘이별택시’는 참가자 장재호 특유의 중저음 보컬과 만나 이별의 아픔을 극대화 했고, 서인영의 ‘신데렐라’를 불렀던 참가자 배근석은 방송 직후 그의 독특한 음색이 온라인서 뜨거운 화제가 됐다.

참가자들의 얼굴을 보지 않고 노래만 듣고 선택하는 코치이자 심사위원들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프로그램을 보는 재미다. 빨간 버튼을 누른 코치가 2명 이상이 되면, 거꾸로 코치들이 참가자에 의해 선택받는 운명에 처한다.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은 독설이 사라졌다 해도 심사위원이 갑(甲), 도전자가 을(乙)이라는 기본적 관계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이스 코리아’는 그렇지만도 않다. 그러니 한 사람당 12명의 팀을 확보해야 하는 코치들도 제법 긴장해야 한다. 신승훈, 백지영, 길, 강타 등 코치들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은 마치 스피드 퀴즈게임을 보는 듯한 긴박감을 제공한다.

17일 2회 방송에서는 더 나은 실력자를 자기 팀원으로 끌어오기 위한 코치들간의 심리 싸움이 더욱 치열해졌다. 코치들은 참가자 앞에서 갖은 구애를 펼치는가 하면, 어떤 때는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다른 코치에 대항하기 위해 연합전선을 형성하는 등 나름의 전략으로 최상의 팀원을 꾸리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펼쳤다.

거미의 ‘어른아이’를 부른 참가자 이웅희를 두고 백지영을 제외한 신승훈, 길, 강타가 의자를 돌려 팀원으로 맞고 싶다는 적극적 의사를 표현했다. 특히 길은 이웅희의 노래를 듣고 흥분한 나머지 박수를 치다가 반지가 깨져 손에 피를 흘리는 사고 아닌 사고까지 당했는데, 하지만 그가 선택한 건 신승훈이었다. 이에 길은 신승훈에게 “신선배, 반지값은 주셔야 겠어요”라는 말로 이웅희를 데려오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적극 표현했고, 백지영 역시 신승훈을 향해 “피 본 후배의 팀원을 뺏어가냐”라는 말했지만 신승훈은 이에 아랑곳 하지않고 “앞으로 반지를 좋을 걸 껴”라고 응수해 코치들간 유쾌한 심리전이 본격화됐음을 전했다.



▶후발주자 ‘K팝스타’의 예상외의 큰 인기

SBS ‘일요일이 좋다-K팝 스타’(이하 ‘K-팝 스타’)는 오디션의 후발주자이지만 대한민국 ‘빅3’ 가요기획사인 SM, YG, JYP가 참여해 가창력만 보는 게 아니라 스타로서의 가능성을 엄밀하게 체크해 가수로 키워낸다는 기획 의도가 제대로 먹혔다. 예선에서도 15%안팎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안방극장을 점령하고 있다.

기존 오디션 서사구조는 온갖 난관을 이겨내고 마침내 스타, 히어로가 탄생하는 이야기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서민적인 영웅, 과외 수업을 받지 않은 스타를 선호해왔다. 이런 서사구조는 보편성을 띠고 지역성을 초월하지만 이제 이런 구도가 약간 식상해질 만한 시점이 됐다. 서민형 영웅 ‘허각’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럴때 ‘K-팝 스타’가 나왔다.

‘K-팝 스타’의 박성훈 PD는 “참가자들이 서바이벌 체제의 혹독한 현실에 던져져 시련을 뚫고 살아남는 데 포커스를 맞추는 게 아니라 제작자 마인드가 더 크게 부각된다. 참가자가 실수투성이라도 제작자인 심사위원들이 가능성을 믿고 이들을 어떻게 구출, 구조, 조련해 내느냐를 본다. 제작자들의 피와 땀이 섞여있는 체계적인 경험과 노하우를 자연스럽게 보여 주고 싶다”고 말해 ‘K-팝 스타’가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별화돼 있음을 알려줬다.

‘K-팝 스타’에는 이하이, 박지민, 이미쉘, 이승훈 등 노래 잘부르는 참가자들이 유난히 많다. 수펄스(이미쉘, 박지민, 이정미, 이승주)는 팀으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가끔 시청자들이 생각한 바와 다르게 평가할 때가 있다. 그게 ‘K-팝 스타’의 묘미다. 프로듀서이자 CEO인 박진영과 양현석이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가령, 노래를 잘했지만 떨어뜨리는 경우), 보아가 중요시 하는 점이 시청자와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빅3’의 트레이닝 방식의 개성과 차이를 또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는 ‘K-팝 한류’가 각광받는 시점에서 타이밍상으로도 자연스럽게 드러낼 만하다. ‘K-팝 스타’ 도전자 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은 ‘빅3’들이 지금까지 만들어 왔던 아이돌형 가수들이 아니라는 점, 프로그램 자체도 아날로그적 감성이 묻어나 있다는 점이 새로운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K-팝 스타’는 지난 12일부터 총 18명이 ‘배틀 오디션’을 시작했고, 3월 4일부터는 9주간 생방송 체제에 돌입한다.



▶‘탑밴드’ 시즌2, 자격요건의 탈피 ‘윤도현도 와라’

대한민국 최초 밴드 서바이벌인 KBS ‘탑밴드’ 시즌2도 진행 일정이 발표돼 벌써부터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탑밴드’ 시즌1은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밴드를 알리는 그 첫 출발점이었다. 시즌2는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밴드, 그들의 진정한 음악성, 그들의 다양한 음악을 알리는 데에 초점을 둘 계획이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자격요건의 완화로 인해 대한민국의 모든 밴드들이 참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인부터 프로페셔널까지, 모든 자격의 벽을 허물게 돼 윤도현밴드인 YB나 김윤아가 속한 자우림도 참가할 수 있다. 직장인 밴드, 스쿨 밴드, 프로젝트 밴드, 인디 프로 밴드 등 밴드의 성격을 나눠 좀 더 장르와 성격으로 구분하여 그들의 음악성을 세밀하게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탑밴드 시즌2는 MR 음악이 팽배하는 현존의 음악시장에 진정한 라이브 연주와 사람의 손이 직접 사운드를 빚어내는 밴드의 편성, 그 음악으로부터 비롯되는 진정성에 가치를 두고 있다.

시즌2는 기존의 탑밴드 16강제와 달리 본선 경연은 12강의 토너먼트로 부활한다. 서바이벌 구조를 통한 세밀한 긴장감을 부여할 수 있는 기존의 토너먼트제를 유지하되 본선에 오를 수 있는 밴드의 팀을 줄여 좀 더 실력파 밴드들의 경연을 본선에서 볼 수 있도록 한다.

시즌1의 카리스마였던 신대철, 김도균 등 4명의 코치들이 예선전에서 직접 심사를 하며 자신들이 코칭할 팀을 고른다. 실력파 밴드들의 경연이 예상되는 만큼 이번 예선은 3차의 오디션으로 나누어 치밀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1차(3월 말)는 오직 라이브 동영상으로 접수 심사, 2차(4월 중순)는 스튜디오에서 진행, 3차(4월 말)는 시즌1에서 진행했던 300초 룰을 부활시켜 밴드들에게 주어진 300초 안에서 밴드만의 특징인 현장성, 그 현장을 얼마나 잘 소화하는지에 대한 적응력, 그 현장에서 어우러지는 밴드만의 사운드를 최종 예심의 기준으로 삼으려 한다. 탑밴드 시즌2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밴드 패러다임을 제시할 대한민국 밴드 청사진이 탄생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