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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 십’ 밀어서 만든다
스마트폰·태블릿PC 등 활용 선박 건조서 폐선까지 전 공정 관리…항해정보·선박 자체점검까지 활용‘스마트 십’시대
#2002년 2월 17일

현대중공업 조선 품질경영부에 근무하는 A 과장은 건조 중인 컨테이너 선박 상층부를 확인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선박 도면과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A 과장은 서둘러 설계 부서에 전화해 상층부 설계 담당자를 찾았다. 또 혹시 있을지 모를 오류를 점검하기 위해 자신의 사무실로 다시 돌아가 컴퓨터(PC)를 통해 관련 데이터를 검색했다. 이렇게 담당자를 찾고 사무실과 야드(yardㆍ조선소 야외 작업장)를 뛰어다니며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반나절이 훌쩍 지나갔다. A 과장은 오늘도 일찍 퇴근하기는 힘들다는 생각에 어깨에 힘이 쭉 빠졌다.



#2012년 2월 17일

10년 전 A 과장과 같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B 과장. 스마트십(Smart Ship) 건조 공정을 점검하기 위해 태블릿PC를 꺼냈다. 그 안에서 선박 도면을 불러와 도면에 따라 배가 건조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도면과 선박 일부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한 B 과장은 이동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설계 및 건조 공정 담당자들을 연결, 실시간으로 협의하며 문제점을 단박에 발견했다. 화상회의 도중 C 사원이 급히 결제가 필요하다고 연락이 와 전자결제시스템으로 바로 결제해줬다.

조선소가 똑똑해지고 있다. 수백장의 철판을 이어 붙여 배를 만드는 이른바 ‘노가다(막노동)’ 이미지에서 벗어나 LTE(Long Term Evolution)나 와이파이(Wi-Fi) 등 최신 무선인터넷을 기반으로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이른바 스마트워크(Smart Work)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이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우리 기업들도 첨단 기술을 보유한 스마트 십을 건조해 조선 강국의 아성을 유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품질경영팀 직원들이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야드(yard)에서 태블릿PC를 통해 선박 도면을 확인하고 있다.

▶조선소에 웬 무선인터넷?= 지난해 하반기 조선업계는 경쟁적으로 SK텔레콤, KT 등 통신사들과 무선인터넷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략적 협약식을 체결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는 물론 STX조선해양, SPP조선 등 중견 조선사에서도 배를 짓는 야드에 무선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전통적인 조선소 이미지를 떠올리면 넓은 야드에서 무선인터넷이 필요할 일이 뭐가 있을까 싶어 의아할 정도다.

하지만 이들이 경쟁적으로 야드에 무선인터넷 환경을 구축하기로 한 것은 ‘스마트 조선소’를 만들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생산 담당 부서는 정확한 선박 건조를 위해 늘 도면을 가지고 다니며 현장을 점검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짐이 많고 업무도 고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무선인터넷 환경이 조성되어 대용량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주고받을 수 있게 되면 많은 짐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하나로 대체되고, 타 업무 담당자들과도 실시간으로 업무 협의를 할 수 있어 생산 효율이 높아진다. 생산 및 물류, 시스템 등도 용이해져 업무 시간과 절차가 대폭 축소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선박 내외부 작업에 최적화한 무선인터넷 환경을 만들어 조선 건조기술과 정보기술(IT)을 융합한 스마트워크를 실현하는 게 목표”라며 “조선소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도 스마트해진다= 스마트 조선소는 업무 효율을 향상시키는 수단일 뿐 아니라 온갖 첨단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십 생산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지난 2010년 세계 최초로 스마트 조선소를 시작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월 역시 세계 최초로 스마트십을 선보였다. 이 선박은 선박 기관감시제어장치와 항해정보기록장치, 주 추진제어장치 등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한 독자적 선박통합통신망(SAnㆍShip Area Network)이 핵심이다. 통신망을 통해 수집된 정보는 선박의 경제적 운항관리와 기자재 재고 관리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와 연동이 가능하다. 즉 현재의 기상과 파도상태에서 가장 연료를 적게 드는 속도 및 배의 중량을 알려줘 선박 관리가 보다 경제적이고 편리해진다는 것이다.

선박의 건조에서 인도, 폐선까지 선박의 전 생애(Life time)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스마트십을 출시한 지 1년도 안 된 2월 중순 현재 이미 110척의 선박을 수주해 성과를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현재 추진 중인 스마트십빌딩(Smart Shipbuilding)의 범주에 스마트오피스(Office)와 스마트십야드뿐 아니라 스마트십까지 포함시켰다. 조선 기술에 IT기술을 접목시켜 제품의 가치를 향상시키겠다는 복안에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0년 5월 이메인텍, 대한해운, KT와 공동으로 선박 및 해양플랜트 설비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는 ‘온보드 설비관리시스템(CMMSㆍComputerized Maintenance Management System)’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선박 내 모든 설비와 자재의 통합관리는 물론, 사전 점검을 통한 예방 정비까지 가능한 통합 관리 솔루션이다.

선박 스스로가 현재 상태를 모니터링한 후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고장 등을 미리 알아내 자체 정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박 관리도 스마트하게= 국내 조선소들은 선박 건조뿐 아니라 관리 역시 무선으로 간편히 할 수 있는 스마트 시스템 구축에도 앞장서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을 이용한 선박 애프터서비스(AS)를 시작했다. 모바일 전용 선박 AS 시스템인 ‘m-PASS(엠패스)’를 자체 개발해 서비스 제공을 개시한 것이다.

m-PASS는 현대중공업의 AS 전용 웹사이트인 ‘e-PASS(이패스)’를 스마트폰에 맞게 최적화한 시스템이다. 선주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웹사이트에 접속, 선박에 설치된 각종 장비의 문제들을 손쉽게 등록, 조회할 수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선박의 안전을 최고로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세밀하게 설계된 도면과 이에 맞는 건조 기술 등이 결합한 최첨단 사업이지만 ‘노가다’ 이미지 때문에 사실 폄하되기도 했다”며 “스마트 조선소는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조선업의 고정 관념을 개선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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