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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대 뒤 ‘절대권력’ 의상, 캐릭터에 생명 불어넣는 코스튬의 세계로…
‘위키드’330여벌 의상 가치만 35억원…‘엘리자벳’1800년대 유럽풍 드레스 제작에만 2개월 소요

“Oh, my god!(맙소사!)” 스태프가 무대로 뛰어나가는 배우를 부여잡고 흘러내리는 가발을 급히 고정시킨다. 예상치 않게 배우가 교체됐을 때 분장사는 순식간에 메이크업을 마치는 초능력을 발휘한다. 완벽한 무대 연출을 위해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분주한 움직임이 오가는 뮤지컬 ‘위키드’의 백스테이지 모습이다. 이번엔 뮤지컬 ‘엘리자벳’의 무대 뒤편. 19세기 유럽 복식을 재현하는 작품 특성상 공연장은 흡사 패션쇼 현장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초’ 단위로 장면이 전환되는 상황이지만 옷 맵시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배우가 속옷까지 갈아입어야 하는 ‘급박한’ 장면이 연출된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도 시야를 틀어보면 또 다른 이야기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보자.

▶뮤지컬 위키드=330여벌 옷 챙기고, 돌발상황도 문제없어…스태프는 종종 마법사가 된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배우에 따라 최소 3번에서 많게는 8번까지 옷을 갈아입는다. 원단만 대략 7000 종류가 쓰인 330여벌의 옷, 69개의 가발이 백스테이지를 종횡무진하며 주인을 찾는다. 배우 혼자서 입기에 버거울 만큼 무거운 의상이 많아 12명의 의상팀원과 5명의 메이크업 담당자가 시시각각 배우를 도와야 등장인물이 제때 무대에 나갈 수 있다.

‘위키드’의 주인공 중 나쁜마녀 엘파바는 초록색 피부는 지녔다. 때문에 엘파바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의상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초록색 분장이다. 분장팀장 켈리 리치는 “배우가 급히 교체되는 긴급 상황이 발생한 적이 있는데 보통은 40분 넘게 걸리는 메이크업을 ‘8분’ 만에 완성한 적도 있어요. 백스테이지에서는 종종 마법이라도 부려야 할 것 같은 상황이 생기죠”라며 웃어보였다.

위키드 사진=Jeff Busby

“드레스 무게만 20㎏이 넘습니다. 레이어드, 레이어드, 레이어드….”

의상팀장 폴 플래너건이 착한마녀 글린다가 입는 푸른색 드레스를 직접 들춰 보여준다. 겹겹이 이어지는 치마 속 원단을 헤아려보지만 끝이 없다. 작품 속 ‘에메랄드 시티’의 한 장면에서 남자 앙상블이 입는 긴 코트는 건장한 성인이 들기에도 휘청거릴 정도의 무게감을 자랑한다.

의상 담당자는 “척추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허리보호대 착용은 필수”라고 말했다. 제임스 딘의 헤어스타일을 10배 정도 부풀린 듯한 금빛 가발은 3㎏에 육박한다. 실제로 연기자는 “체감하기엔 10㎏ 정도 되는 것 같다”며 그 무게감이 대단하다고 전했다.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세상’임을 드러내기 위해 작품 속 의상이나 소품의 일부분을 한껏 부풀려 놓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풍부한 상상력이 가미된 ‘위키드’ 의상은 토니상을 받았고 그 가치는 300만달러(약 35억원)에 이른다.

의상팀장은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팀이 제작, 사용하는 의상과 소품을 그대로 쓴다. 작품의 오리지널리티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편의대로 더 가벼운 소품이나 옷으로 바꿀 수 없다”고 했다.

작품에 사용되는 모든 의상과 소품을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관리하는 것은 물론 담당 스태프의 몫이다. “가발은 인모여서 때마다 빨아야 하고, 폼 라텍스로 만든 동물캐릭터 가면은 색칠이 벗겨지면 다시 덧발라줘야 해요.” 백스테이지에서 스태프의 손은 쉴 새 없다.

엘리자벳 사진=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엘리자벳= 한땀, 한땀… 의상담당자는 ‘장인’으로 거듭난다

뮤지컬 ‘엘리자벳’에 출연하는 배우는 평균 5~6벌의 의상을 갈아입는다. 속옷까지 바꿔입고 드레스를 재착용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 장면이 ‘퀵체인지’되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몸을 가릴 여유도 없다. 짧은 시간 완벽하게 옷을 바꿔입기 위해 무대 옆 작은 공간에서 대여섯 명의 인원이 웅크린 채 배우의 의상 교체를 돕는다. 간혹 옷감이 찢어지거나 모양이 흐트러진 부분이 있으면 즉석 바느질은 기본이다.

‘엘리자벳’의 의상을 담당한 디자이너 한정임 씨는 “배우가 입는 의상은 캐릭터를 시각적으로 설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디테일한 부분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를 갈망하는 엘리자벳 주위를 끊임없이 맴돌며 그녀에게 사랑을 갈구하고 유혹의 손짓을 보내는 ‘죽음’은 작품에서 인상적인 캐릭터다. ‘죽음’과 ‘죽음의 천사들’이 내뿜는 마성적이고도 환상적인 매력은 은빛 가발이나 날개, 올블랙의 의상에서 비롯된다.

“날개옷을 만들 때는 그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부분부분 실을 바꿔가며 한땀 한땀 엮었어요. 여러 원단을 섞어 조명에 따라 3~4가지 색상의 느낌이 나도록 했죠. 일일이 레이저로 커트한 낱개의 원단을 이어 만들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몇백개의 작은 날개가 모여 큰 날개가 완성된 셈입니다.” 디자이너의 전언이다.

‘엘리자벳’ 의상담당자가 뽑은 작품 속 최고 의상은 ‘헝가리 대관식’에서 엘리자벳이 입는 드레스다. 실크 벨벳으로 만들어 원단도 특이할 뿐만 아니라 화려함을 더하기 위해 보통 드레스보다 요철을 2배 이상 쓰는 등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엘리자벳이 살았던 1800년대 유럽의 복식을 제대로 되살리면서도 배우가 연기하는 데 불편하지 않은 옷을 만드는 데 초첨을 둬 같은 장면에서 같은 캐릭터가 입는 의상도 조금씩 달리 만들었다. 엘리자벳 역에 더블캐스팅된 옥주현ㆍ김선영의 경우 체형이나 이미지에 맞춰 의상을 따로 제작한 것이 그 예다. 원하는 색감과 디자인을 만들어내기 위해 2개월 넘게 소요된 드레스도 있다.

한정임 씨는 “소피가 입는 옷은 너무 반짝여도 안되고, 그렇다고 너무 소박해도 안되기 때문에 자가드 원단으로 입체감을 살리면서 적당한 색상을 뽑아내기까지 두 달 이상 걸렸다”면서 “엘리자벳의 시어머니 소피는 위엄있는 인물이라 골드와 블랙이 오묘하게 섞인 원단을 사용했고, 목선을 한껏 살린 드레스를 통해 무대 위 배우의 연기에 권위를 덧입혔다”고 설명했다.

<황유진 기자@hyjsound>/hyjgo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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