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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가족동반자살 한국서만 급증
본지 지난 15년통계 분석
2006년 33건·작년 37건
환란前보다 거의 4배급증
올해에만도 벌써 5건…

가족주의 강한 사회문화
양극화 따른 생활고 등 원인
10세 이하 자녀와 극한 선택

“엄마 어디 가는 거야?” “음, 소풍 가는 거야….”

아이에게 소풍을 간다고 말한 부모는 인적이 드문 숲속으로 향한다. 철썩철썩 들리는 파도소리. 아무것도 모르는 꼬마아이는 파도소리에 맞춰 콧노래를 부른다. “랄랄랄라….” 차 안의 말없는 아빠는 어린 아들이 마실 우유에 넣을 약을 빻고, 엄마는 아들이 지쳐 잠들 수 있도록 산책을 하며 노래를 부른다. 아버지는 비장하고 매서운 표정으로 자동차에 배기가스를 집어넣는다. 그리고 이들은 차문을 모두 닫고 눈을 감는다.

영화 ‘소풍’의 내용이다. 사업실패를 이유로 일가족이 함께 목숨을 끊는 가족동반자살을 다룬 영화다. 영화 같은 현실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가족동반자살이 급증 추세다. 자살은 지난 1997년 IMF 이후 크게 늘어 많은 연구ㆍ분석이 이뤄졌지만 최근 눈에 띄는 현상은 단독 자살이 아닌 집단, 특히 ‘가족동반자살’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 들어 한국사회에서 새롭게 보여지는 현상이다.   ▶관련기사 6면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가족동반자살 실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공식통계가 없다. 이 때문에 헤럴드경제가 직접 연간 가족동반자살 건수를 조사했다. 조사는 매년 언론에서 보도된 가족동반자살 사례를 집계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1996년부터 5년 간격으로 2011년까지 분석했다. 사망 여부에 관계없이 두 명 이상의 가족이 자살을 시도한 경우를 기준으로 잡았다.  

조사결과, 가족동반자살 건수는 2000년대 들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MF사태 이전인 1996년 10건이었던 가족동반자살 건수는 2001년 9건으로 비슷한 수준을 보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급증했다. 2006년 가족동반자살 건수는 33건으로 5년 새 4배 가까이 폭증했다. 이는 계속 증가해 2011년에는 37건으로 늘었다. 2월 중순인 올해에만 벌써 가족동반자살은 5건이나 발생했다.

가족동반자살 방법은 질식사, 투신자살, 방화 등으로 다양했으나 자살 유형은 부모가 10세 이하 자녀와 함께 목숨을 끊은 경우가 가장 많았다. 대부분 생활고와 빚, 우울증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가족동반자살이 유독 한국사회에서만 두드러지는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들은 한국의 사회ㆍ문화ㆍ경제적 특징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사회ㆍ문화적 특징으로는 사회적 안전망 부재와 강한 가족주의, 가부장 문화가 지적됐다. 자녀에 대한 과도한 부모의 자아투영에 따른 자녀와의 자아혼돈도 심리적 요인으로 분석됐다. 극심해지는 사회양극화는 이런 한국인들을 가족동반자살로 이어지게 하는 촉발제와 가속제가 되고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가족동반자살을 줄이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에 대한 연구는 물론, 사회 안전망 확충과 의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심상용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족들 당사자에게만 가족보호의 책임을 전가하는 현 사회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현 건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이는 부모 때문에 삶을 빼앗긴 것”이라며 “가족동반자살도 ‘타살’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혜진ㆍ이지웅 기자/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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