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의 메인 제작사인 드림써치 이창훈 대표는 지난해 막바지 제작비를 구하지 못해 애가 달았다.3D 애니메이션 ‘점박이’의 제작비는 애초 30억원 내외에서 충당할 예정이었으나 ‘아바타’를 경험한 관객들의 눈높이는 이미 한껏 높아져 있었다. 그래서 기술력과 완성도를 높이느라 순제작비는 처음 계획보다 두 배 이상 오른 68억원까지 치솟았다. 발을 동동 구를 때 마침 ‘마당을 나온 암탉’이 한국 애니메이션 역대 최고 흥행신기록(220만명)을 세우자 고개를 돌렸던 투자자들이 팔짱을 풀고 계좌를 열었다. 한 산업분야의 부흥이 시작되는 전형적인 사례라 할만했다. 이 대표는 “한국 애니의 역사가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대표 콘텐츠는 없었는데 (기술적, 대중적) 기반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나 싶다”면서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 K팝에 이어 한국 애니도 가족영화 시장을 넓히고 산업적인 비약기를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점박이’의 질주가 눈부시다. 지난 1월 26일 개봉해 3주만인 지난 12일까지 80만명을 돌파하며 단숨에 한국 애니로는 ‘마당 암탉’에 이어 역대 흥행 2위에 올랐다. 한국 3D영화 부문서도 ‘7광구’에 이어 역대 흥행 2위다. 한국 애니의 역대 최고 성적을 지난해 여름까지만해도 무려 30여년 전의 콘텐츠인 ‘로보트태권V’의 2006년 디지털 복원판이 차지하고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반년여 사이에 연이은 ‘마당암탉’과 ‘점박이’의 선전은 주목할만하다. 뽀로로, 뿌까, 티보, 타요, 코코몽 등 캐릭터와 TV 애니 분야에서의 괄목할만한 성과에 이어 스크린에서도 한국 애니의 부흥을 알리는 청신호다. 


‘점박이’는 지난 2008년 EBS에서 방영돼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을 모태로 했다. EBS와 올리브 스튜디오가 제작한 컨텐츠를 기반으로 드림써치가 메인제작사로 합류하며 극장판 3D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다. 이 대표는 “자동차와 로봇, 그리고 공룡은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 어린이들이 성장과정 중에 반드시 한번쯤은 거치는 보편적인 놀이 아이템”이라며 “서양 공룡에 대응해 아시아를 대표할 수 있는 우리만의 토종 공룡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토종공룡의 비상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할 정도로 ‘점박이’의 잠재력과 파괴력은 국내 극장 매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더 의미심장하다. ‘원 소스 멀티 유스’와 ‘에듀테인먼트’의 대표적인 사례로 출판과 완구, 교육자료 뿐 아니라 전시, 공연까지 아우르고 글로벌 콘텐츠로서도 세계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은 미국, 유럽 등지에 한국 다큐로는 역대 최고가에 팔렸고, 그림책은 70만부가 판매됐으며 전시탐험전엔 40만명이 몰렸다. 그러다보니 애니 ‘점박이’의 부가판권을 따려는 출판사들의 경쟁이 이어졌고, 최근 메이저 출판사인 웅진(주니어)이 3D 그림책과 어린이용 교육서적, 퍼즐 등을 내놓았다. 실물 크기의 (로봇)공룡이 무대에 등장하는 공연도 기획되고 있다. 이미 ‘점박이’는 세계 33개국에 수출됐으며 특히 중국과 일본 등엔 대규모로 배급하려는 전략을 짜고 있다. 이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테마 파크 건립이 목표”라고 말했다. 



‘점박이’는 배경이 된 8000만년전 한반도를 보여주기 위해 뉴질랜드에서 올 로케이션 촬영을 하고 이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무대화한 애니메이션이다. 지난해 베이징에서 단독으로 가진 쇼케이스에선 중국 관계자들이 3D와 CG, 캐릭터의 완성도에 혀를 내두르며 ‘점박이2’에 투자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이를 협의하기 위해 내달 방중한다. 현재로선 ‘점박이2’가 중국 로케이션에 한-중 합작 애니메이션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극장수입과 책, 퍼즐 등 관련 상품 판매, 해외 수출 등을 포함하면 ‘점박이’의 개봉만을 놓고 본 단기적인 최소 예상매출은 140억원 규모다. 하지만 공연, 완구, 속편 제작 등을 반영한 장기적인 경제 효과는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