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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시대, 16년전 김광석에 열광하는 이유
가수 김광석이 세상을 뜬 지 어언 16년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그는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절실하게 살아나고 있다. 

젊은이들은 군대에 가는 친구를 위해서 ‘이등병의 편지’를 부르고, 서른 살을 지나는 사람은 ‘점점 더 멀어져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로 시작되는 ‘서른 즈음에’를 부르며 막걸리나 소주잔을 기울인다. 90년대는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가 더 인기가 높았지만 지금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라고 말하는 ‘이등병의 편지’가 더 자주 불린다.

김광석의 노래에는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힘이 있다. ‘김광석 다시 부르기’ 콘서트는 지난 3년간 60여명이 넘는 가수가 함께 하고, 누적관객 2만명이 넘는 대형 공연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11일 콘서트에서 김광석의 친구인 박학기는 김광석이 선배가수와 후배를 연결해 주는 고리라고 말했다. 이런 자리가 아니면 아이유와 알리, 장재인 같은 후배가수를 어떻게 만나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관객도 부모와 함께 온 10대 등 가족 단위가 유난히 많았다. 부모와 함께 공감하며 감상할 수 있는 콘서트가 거의 없는 요즘, 김광석을 부르는 공연장은 가족들이 모처럼 나들이할 만한 공간이었다.

영화에서 김광석은 남과 북도 이어준다. ‘공동구역JSA’에서 북한군 송강호는 남한군 이병헌에게 “광석이는 왜 그렇게 일찍 죽었다니? 야, 광석이를 위해서 우리 딱 한잔만 하자”고 말한다.

음반이 나온 뒤 길어야 3개월이면 활동을 접는 시대에 16년 전 세상을 떠난 이 가수의 노래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진해지고, 뚜렷해진다. 화려한 퍼포먼스나 전자 사운드 없이 오로지 통기타와 하모니카로만으로 부르는 그의 포크풍 노래에 놀라운 힘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노래를 치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김광석의 노래는 솔직한 고백이다. ‘나의 노래’ ‘일어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사랑이라는 이유로’ ‘거리에서’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등 그가 부른 노래들의 가사는 포장 없이 순수하고 진솔하다. 



스마트폰ㆍSNS 등 디지털 문화가 발전할수록, 또 기계음으로 포장된 노래가 늘어날수록 진실된 성찰과 사색의 힘은 강하게 살아난다. 진실된 인간의 숨결이 느껴지는 김광석의 노래는 앞으로 음악 트렌드가 수없이 바뀌어도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할 것이다. 이런 가수를 ‘레전드’라고 한다.

사람들은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면서 잊혀졌던 저마다의 추억을 불러낸다. 그의 노래는 옆과 뒤를 둘러보게 하는 힘이 있다. “내가 왜 이렇게 앞만 보고 달려왔지. 인생이란 게 별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주위도 좀 돌아보며 살아야지.” 노래를 듣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동안의 삶을 둘러보고 반성하고, 앞으로의 삶에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된다. 이날 콘서트에서 ‘서른 즈음에’를 부른 성시경은 “김광석 선배님이 지금 살아계셨으면 일면화돼 있는 우리 가요시장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고 말했다.

확실히 김광석의 노래는 차분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 있다. 왠지 애잔하고 애틋해진다. 하지만 아쉽고 서글픔 속에서도 따뜻함이 느껴진다. 멋있고 흥겨운 아이돌 가수의 공연장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감성이다. 그의 출생지인 대구광역시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에는 김광석을 추억할 수 있는 그림들이 걸려 있다. 마음이 심란할 때에는 한 번 가봐야겠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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