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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강호 “폭력성 연기? 실제로는 사람 절대 못 때려”
어느 덧 데뷔 20년차를 훌쩍 넘긴 배우 송강호가 영화 ‘하울링’(감독 유하)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그는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극을 진두지휘하는 중심축 역을 해왔지만 이번 영화는 달랐다. 그는 함께 호흡을 맞춘 후배 이나영이 더 빛날 수 있도록 한 발짝 물러선 채 극을 뒷받침하며 프로배우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강호는 그동안 작품 속에서 선보인 모습과는 달리 섹시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배우였다. 특히 그의 차기작인 ‘설국열차’(감독 봉준호)를 위해 기르고 있는 수염이 마초적인 느낌을 더했다.

이번 작품에서 송강호는 승진에 목말라 사건에 집착하는 형사 상길 역을 맡았다. 여형사로 등장하는 은영 역의 이나영에 비해 비중이 적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연기가 주목받는 것보다 작품의 메시지 전달에 의미를 뒀다.

“영화 자체가 여형사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강력계의 마초집단에서 이질적인 소외적 존재인 은영이는 영화의 메시지와 부합하죠”

이처럼 ‘하울링’은 송강호가 아닌 이나영에게 주력한 작품이다. ‘송강호 급’ 배우들이라면 결정을 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번 영화에서 무엇보다 빛나는 한 가지를 발견했다. 바로 ‘희망’이다.

“사실 시놉시스에서 제 분량은 더 적었어요.(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영화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척박한 현실에도 희망의 끈은 놓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이죠”

송강호와 함께 호흡을 맞춘 이나영은 시사회, 쇼케이스 등 다양한 공적인 자리에서도 “(송강호) 선배님으로부터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극중 삐뚤어진 성격의 상길이 찬밥 취급하던 은영에게 점차 마음을 열고, 은근히 챙기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저는 상길이가 은영이를 은근히 도와주는 게 좋더라고요. 사람이 너무 노골적으로 마음이 싹 바뀌는 것보다 이런 잔잔한 표현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어요”

상길은 은영을 만나고 난 후 세상을 보는 눈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매사에 불만스러운 삶을 살았던 그가 자신이 아닌 남을 돌아볼 줄 아는 마음을 갖게 되고, 조금씩 사람을 통해 따뜻한 감성을 느끼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가슴마저 따뜻이 녹인다. 상길처럼 실제 송강호를 변하게 한 사람이 있었을까.

“저를 변하게 한 사람이요? 딱히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살다보면 제가 타인에 의해서 변할 수 있겠지만요. 저 역시 다른 사람을 변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배우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누구 한 명에 의해 변화를 맞이한다기보다는 감독님들이나 선배님들, 또는 동료들을 통해서 변할 수 있고 저에 의해서 변하는 사람도 있겠죠”

무엇보다 이번 영화에서 송강호는 ‘송강호 표 코믹연기’의 강도를 낮췄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코믹한 모습으로 애드리브의 대가다운 면모를 과시했던 그였기에, 보는 이의 입장에서는 의아할 수 밖에 없다.

“사실 감독님과 제가 의도한 부분이 있죠. 상길을 통해 화려한 연기를 선보이면 그 순간은 좋을 수 있겠지만 뒤탈이 날 수가 있어요. 캐릭터가 강해 보이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훼손될 수 있거든요”

이처럼 송강호는 이번 작품에서 자신의 강한 연기 색깔을 죽이고, 작품의 메시지 전달과 상대 배우의 연기를 뒷받침하는 데 치중했다.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모든 게 가능했다. 그렇다면 송강호와 절친한 친구로 알려진 김윤석은 이번 영화에 대해 어떤 조언을 했을까.

“조언이요? 우리는 작품을 선택하기 전에 뭐 서로에게 충고하거나 그러지 않아요.(웃음) 서로의 영화를 본 뒤에 그때서야 본격적인 평을 하곤 하죠. 결국 작품을 선택하는 건 전적으로 본인의 일이니까요”

사실 송강호와 김윤석의 연기는 공통점이 있다. 묵직하고 진중한 연기에도 그들은 늘 웃음을 선사한다. 한 마디로 관객들이 지루할 틈을 아예 주지 않는다. 극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질때쯤 영락없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들의 ‘웃음코드’다.

“그런 이야기를 종종 듣긴 했죠. 하지만 작품마다 틀린 것 같아요. 김윤석도 ‘완득이’에서는 웃겼지만, ‘황해’에서는 묵직했잖아요. 물론 웃음코드를 유발하긴 하죠. 공통점이 있다면 웃기더라도 작품의 본질을 훼손시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거죠. 유머 자체가 곧 극을 풍성하게 하고, 관객들의 몰입력을 강화하는 요인이니까요”

이처럼 작품의 본질을 생각하는 천상 배우 송강호. 그의 수많은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 그의 연기는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 작품마다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지만,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거친 남성미가 묻어나는 것이 사실이다.

그가 주로 선보인 장르는 액션과 스릴러인만큼 극에는 늘 폭력이 등장했다. 이번 ‘하울링’에서도 여지없이 송강호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아들, 전과자들에게 거침없이 주먹을 날린다. 하지만 작품 속 모습과 달리 송강호는 실제로 누군가를 단 한번도 때린 적이 없는 여린 감성의 소유자였다.

“저는 사람을 못 때려요. 군대에 있을 때 그렇게 맞았는데도 고참이 돼서 한 번도 후임을 때린 적이 없어요. 생긴 게 이러니까 다들 의외라고 하시죠. (웃음) 실제로 전 우리 아들도 한 대도 때린 적이 없어요. 교육 상으로도 굳이 자식을 때려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거든요”



또 “그렇다고 자상한 아버지도 아니다. 경상도 남자 특유의 투박함이 있다”며 껄껄 웃어대는 그에게서 배우가 아닌 한 가정의 진정한 아버지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청소년 축구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송준평군에 대해 묻자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에게는 참 고맙지만 아직은 좀 더 지켜볼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어린 선수잖아요. 준평이가 국가대표가 됐을때도 기분이 좋다기보다는 부담스러웠죠. 한 5~6년 정도는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이처럼 한 치의 미련 없이 수십 년 간 연기의 길을 걷고 있는, 부지런히 다음 작품을 향해 달리는 그는 한 가정의 평범한 아버지이기도 했다. 문득 그가 한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사랑하는 가족, 든든한 가족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배들의 롤모델로, 또 한 가정을 지키는 남자로서 송강호가 과연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사진 백성현 기자/ jwon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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