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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가CEO ‘남성 호르몬’ 에 열광 왜?

위기후 치열한 CEO자리경쟁
테스토스테론 정기적 주사
무기력 탈피 활력회복 효과
업무성과 기여는 미지수

맨해튼 병원 뜻밖 호황
알약형 호르몬사업도 인기


‘자본주의 수호자’에서 ‘탐욕의 집단’으로 추락한 미국 월스트리트의 금융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병원으로 몰리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선택은 뜻밖이다.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주사를 주기적으로 맞기 위함이다. 그야말로 ‘우두머리 수컷’으로 재탄생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업무 면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으려 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월가 금융맨들의 일상이 이처럼 변했으며, 관련 산업도 번창하고 있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 리오넬 비순은 몇 년 전까지 중년 여성들의 복부비만 치료에 중점을 뒀지만, 금융위기가 월가를 강타한 이후 전례 없는 현상에 맞닥뜨렸다.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놓아달라는 30~40대 남성 금융업 종사자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통상 테스토스테론은 발기부전 처방용으로 쓰인다. 그런데 월가의 금융맨들은 이 호르몬의 힘을 빌려 멋진 몸을 가꾸고 직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길 원하고 있다.

비순은 테스토스테론 주사 처방을 시작할 초기엔 아널드 슈워제너거처럼 육중한 근육을 키우는 데 혈안이 된 남자만 찾는 걸로 생각했다. 그는 그러나 “환자의 90%가 금융업 종사자들일 뿐만 아니라 이들의 상당수는 30, 40대에 최고위층에 오른 사람들이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비순은 “월가 사람들은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 살고 있다. 한 환자는‘언제든 내 자리를 꿰찰 능력 있는 후배들이 줄 서 있는 데다 실적이 나쁘면 조기 퇴직을 종용당하기 때문에 주사를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루 12시간 동안 일하며 무기력증을 느껴온 벤처캐피털사의 테이크 존(가명ㆍ40) 대표는 항우울제 등을 복용하라는 병원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얼마 전부터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맞은 뒤 활기를 되찾았다. 그는 “지금은 수컷이 된 느낌”이라며 “잠을 덜 자고도 업무에 집중할 수 있고 미래도 밝게 보게 됐다”고 했다.

의학계에선 테스토스테론이 전립선암을 유발할 수 있어 40세 이상의 남성에겐 처방을 잘 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해당 병원들은 사전에 혈액 및 심장 검사, 전립선암 체크 등의 절차를 밟고 있다고 설명한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도 활기를 띠는 법. 라스베이거스에 본사를 둔 의료체인 세네제닉은 오는 3월 뉴욕증권거래소 인근에 테스토스테론을 처방해주는 센터를 열 계획이다. 이 업체는 초기 가입비로 무려 4000달러(한화 약 447만원)를 받지만 간호사가 환자의 집까지 찾아가 혈액 검사를 하는 ‘특급 대우’를 해준다. 미국 전역에 20개 센터가 있고, 환자도 2만여명에 달한다. 매출도 급증세다. 지난해 6000만달러를 기록, 4년 전보다 배가량 뛰었다. 

테스토스테론을 알약이나 크림 형태로 파는 사업도 활황이다. 안드로겔이라는 이름의 크림을 파는 아보트연구소는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8억75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보다 무려 35%나 증가했다.

FT는 그러나 테스토스테론이 업무 성과를 높이는 데 기여할지는 미지수로 봤다. 캘리포니아 데이비스대학의 논문에 따르면 남성 트레이더들의 주식 운용 비율이 여성보다 45%가량 많지만 수익률은 이 수치보다 낮다고 나온 것. 남성이 너무 자신만만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약물의 힘까지 빌리려는 월가 금융맨의 군상이 애처롭기까지 하면서도 다음엔 과연 뭘 찾을지 궁금해진다. 

<홍성원 기자> /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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