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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 한국영화와 한국정치 ‘민심’이 상상력이다
좋은영화는 유행 읽어야

관객들 지갑을 열고

좋은정치가 민심 얻으려면

유권자 요구 제대로 읽어야


지난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소통 2012 국민 속으로’ 행사는 어지간히 떠들썩했던 모양이다.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 등이 흥행하면서 사법권력이 연일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자 사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국민과의 대화 행사였으나 결국은 ‘불통’과 불신의 벽만 확인한 자리가 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의미 있었던 판결 사례 등을 소개하며 공정한 재판을 위한 사법부의 노력을 소개했고 ‘법원의 하루’ 등 동영상을 보여줬으나, 이날 모인 청중들은 고함과 야유, 마이크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주최측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행정, 사법, 입법 등 권력기구들이 강조하는 ‘소통’이 실상은 쌍방향의 대화가 아닌 일방적 ‘홍보’의 다른 표현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씁쓸한 자리였던 셈이다. 영화로 치자면 감독과 제작진의 상상력이 부족해도 한참 부족했던 것이다. 관객들은 함께 즐기자고 보러 갔으나 훈계조의 사설만 잔뜩 늘어놓은 작품만 보고 온 격이다.

영화와 정치, 영화인과 정치인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대중의 지지가 ‘밥줄’인 분야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좋은 영화는 관객들의 지갑을 열고, 좋은 정치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연다. 영화인과 정치인의 활동은 각각 티켓과 표로 보상을 받는다.

최근 우리 관객들은 한국영화에 기꺼이 주머니를 열고 있다. 지난해 한국영화는 1조2000억원이 넘는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한국영화 점유율도 50%를 훌쩍 넘어 외화를 압도했다. 지난 주말(4~5일) 극장가에선 한국영화가 1~5위를 싹쓸이하는 기염을 토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8일 발표한 ‘2011 영화소비자조사’ 보고서에서도 영화의 주 관객층인 15세 이상 59세 이하 관객들은 46.4%가 한국영화가 더 좋다고 했고, 38.1%만이 미국 영화가 더 재미있다고 답했다.

이렇듯 한국영화는 관객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나 정치는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하고 있다. 여당은 당명까지 바꾸며 분위기를 일신코자 했으나 격려보다는 조롱과 비아냥을 더 많이 받고 있다.

한국영화의 선전 중심에는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에 더해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까지 권력과 사회를 비판적으로 그린 작품들이 있다는 사실은 위정자들이 주의 깊게 봐야 할 대목이다. 그런데 권력집단 사이에선 “영화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현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등의 볼멘소리가 더 큰 듯하다. 최근 방영됐던 한 TV 토론 프로그램에서도 이러한 시각이 한편을 차지했다. 그렇다면 영화를 보고 분노하거나 공감한 수백만의 관객은 ‘잘못 가르쳐주면 잘못 아는’ ‘주는 대로만 받아먹는’ ‘속이면 속아 넘어가는’ 존재인 셈이다.

‘범죄와의 전쟁’은 범죄세계와 정치ㆍ사법권의 먹이사슬을 그리며 나쁜 놈과 더 나쁜 놈, 제일 나쁜 놈들의 투견 같은 생존싸움을 그리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매일 뉴스에서 보는 것도 ‘나쁜 이들의 전성시대’가 아닐까.

영화는 유행을 읽어야 티켓을 팔고, 정치는 유권자들의 요구를 읽어야 표를 받는다. 결국 ‘민심’이 상상력이다. 그리고 1968년 5월 프랑스 파리의 담벼락에 쓰였던 말처럼 ‘상상력이 권력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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