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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을 보는듯한 서정의‘스파이 첩보물’
게리 올드먼 등 명품배우들의 연기경연‘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액션보다 감정으로 표출한 지적 스릴러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26일)을 앞두고 후보작들이 잇따라 국내에서도 개봉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워 호스’와 무성흑백영화 ‘아티스트’가 눈길을 끄는 가운데, 관록의 연기파 스타 게리 올드먼이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영국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도 9일 상륙했다. 각색과 음악을 포함해 총 3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노리는 영화다.

이 영화는 매우 지적인 첩보 스릴러영화로, 특히 관록의 배우들의 연기 경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주연인 게리 올드먼을 비롯해 지난해 ‘킹스 스피치’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콜린 퍼스, ‘해리포터’ 시리즈로 낯익은 베테랑 배우 존 허트 등 관록의 중견 배우에 ‘인셉션’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톰 하디, ‘워 호스’ ‘호빗’의 개성파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까지 영국 출신 스타들의 ‘명품연기’가 돋보인다. 빠르고 자극적인 전개는 아니지만 기품 있고 빈틈없는 영상과 음악에 긴장감이 넘치는 분위기가 스릴러를 애호하는 관객들의 감각을 사로잡을 만하다. 메가폰을 잡은 토마스 알프레드슨은 스웨덴의 ‘렛미인’을 통해 전세계적인 호평을 받은 감독이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1970년대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영국 비밀 정보부에 침입한 적국 소련의 이중간첩을 색출하려는 전직 요원의 추적을 그렸다. 


‘서커스’로 불리는 영국의 비밀 정보부 국장인 컨트롤(존 허트)은 조직의 수뇌부에 소련의 스파이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를 밝히기 위해 특수요원을 비밀리에 헝가리에 급파하지만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작전 실패로 컨트롤과 측근인 조지(게리 올드먼)는 정보국 내에서 자의 반 타의 반 실권하고 3인자였던 퍼시(토비 존스)를 위시해 빌(콜린 퍼스), 로이(시아란 힌즈) 등이 조직의 권력을 장악한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정보가 적국에 넘어가는 낌새를 알아채고 물러앉은 조지를 불러 이중첩자를 밝혀내라는 임무를 맡긴다. 비밀리에 수사를 시작한 조지는, 소련의 고위급 장교를 감시하다가 상대의 정부와 사랑에 빠져 정보국과 연락이 두절됐던 현장요원 타르(톰 하디)를 만나 서커스 내 최고위 관료 중 한 명이 KGB와 내통하는 이중첩자라는 정보를 확인한다. 조지는 어제까지 동료였던 정보국 내 요원들을 상대로 ‘두더지’(스파이)를 잡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두더지’를 배후에서 조종하는 KGB의 거물 ‘칼라’와도 상대해야 한다. ‘칼라’는 한때 조지가 감시하던 적국의 스파이로 소련 정부가 KGB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과 재정비를 단행할 당시 조지가 영국 망명을 제안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자신의 조국으로 돌아갔던 인물이다. 조지로 보자면 과거 실패했던 작전 대상자인 셈이다.

이 영화는 조지가 정보국에 침투한 이중첩자뿐 아니라 소련 KGB의 핵심인물 칼라와 벌이는 지략대결을 빈틈없이 탄탄한 이야기로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스파이로 살고 살아온 인물들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했다. 신념과 조국에 대한 충성, 개인적인 이해ㆍ욕망 사이에서 요원이나 스파이들이 느끼는 인간적인 비애와 회한이 물고 물리는 냉철한 첩보활동과 함께 그려진다. 노장 첩보원인 조지는 평생 음모와 배신, 권력투쟁 속에서 살아온 인물이다. 때로 첩보대상 인물의 인간적인 약점을 이용해 조국이나 신념을 배반하라고 종용하는 ‘악역’이 주 임무였고, 자신 역시 가족을 적에게 이용당하기도 했다. 게리 올드먼을 비롯한 첩보요원 역의 배우들은 음모와 배신의 두뇌게임 외에도 자신과 작전 희생양에 대한 연민과 회한을 함께 표현해냈다.

이 영화는 첩보소설의 대가로 꼽히는 존 르카레 원작의 1974년작 소설을 TV시리즈에 이어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원작 소설은 영국 정보부 내의 소련 이중간첩이었던 킴 필비 사건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집필된 것으로, 실제 주인공은 케임브리지 출신의 엘리트로 공산주의자였으며 영국 정보부의 고위직까지 오를 뻔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제목은 영국 전래동요의 가사 중에서 따온 것이며 극중에선 영국 정보국 고위인사를 가리키는 암호명으로 사용됐다. 15세 이상 관람가.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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