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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병진토콘’ 개편후에도 갈 길 멀다
MBC ‘주병진 토크콘서트’가 방송 4회 만에 전면 개편을 단행했다. 하지만 개편 전에도 확실한 차별화가 안돼 있었고, 개편 후에도 여전히 차별화와 정체성은 약하다.

주병진쇼를 진단하려면 요즘 토크쇼 생태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최근 토크쇼는 ‘라디오스타’ ‘해피투게더3’ ‘스타 부부쇼 자기야’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대체적으로 어수선하고 수다수럽고 속도가 빠르다.

주병진 토크쇼는 이와는 차별화돼 있다. 요즘 스타일과 흐름을 포기하고 확실하게 아날로그 정통 토크쇼로 가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편안한 아날로그형 토크가 아니라 답답하고 딱딱한 느낌을 주고 있다.

물론 주병진은 짙은 색 양복과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점퍼 등 캐주얼복으로 갈아입고 엉뚱발랄한 사유리를 투입해 가벼운 느낌을 주는 등 변화를 주기는 했다. 하지만 아직 유연하지는 못하다. 이 상태로는 젊은 친구는 물론이고 30~40대 시청자의 주목을 끌기도 어렵다.

주병진 토크쇼는 개편 후 연예인에 집착하지 않고 주로 사회 명사나 일반 시민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신선한 시도로 보여진다. 하지만 사회 유명인사를 만나보는 ‘핫피플’ 코너는 수박 겉핥기식에 머무르고 있다.

전 세계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의 주역 ‘K팝 스타’ 총출동이라고 해놓고 한 시간여 동안 나눈 대화가 일본 숙소에서 이탈한 경험이나 악플에 힘들었다는 고백, 이상형이 누군가 하고 묻는 정도였다면 주병진 토크쇼는 암담해진다. ‘K팝 스타’와의 토크는 ‘주병진토크 콘서트’ 최대의 패착이다.

한 걸그룹 멤버의 “일본 대기실이 무섭다”는 이야기며, 일본 갈 때 가방에 무엇을 가져가는가 하는 질문은 여타 연예정보 프로그램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굳이 주병진 토크쇼로 가져올 필요가 없다. 



이준석 한나라당 최연소 비상대책위원이나 전남의 낙도 섬에서 학원 한 번 다니지 않고 서울대에 합격한 김빛나 양,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 리더 3인방과의 토크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들이 다른 토크쇼에 가면 할 수 없는 이야기나 분위기가 나와야 했다.

과거 안철수 교수가 ‘무릎팍도사’에 나와 큰 반응이 나왔고 여운도 제법 오래 지속됐다. 안 교수가 다른 토크쇼에 갔다면 그 정도의 다양한 모습을 뽑아내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다. 연예인을 데려왔으면 연예전문 프로그램과는 다른 모습을, 정치인이나 일반인 CEO를 모셨다면 정치ㆍ경제ㆍ경영 영역에서 다루는 내용과는 또다른 면모를 보여주어야 한다. ‘주병진 토크콘서트’에 필요한 것이 이 같은 탐구정신이다.

어떤 사람을 데려오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지명도가 있는 사람이 새로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고 해서 토크쇼가 사는 건 아니다. 한 회만 살 뿐이다. 게스트가 한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그 이야기가 MC와 부딪혀 어떤 분위기와 감성을 만들어내느냐가 토크쇼의 정체성을 결정한다. 주병진 토크쇼는 아직 이 부분이 약하다. 



‘붉은 소파’ 코너가 시민과의 소통을 중점으로 한 의도는 좋았다. 하지만 한강다리, 남산도서관, 부산해수욕장을 지나가는 시민으로부터 귀기울일 만한 이야기나 재미를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점을 알았다면 소파를 설치하는 장소와 인터뷰 방식에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주병진이 신세대와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댄스를 배워 춤을 추는 모습을 방송했다. 이렇게 한다고 유연해지는 건 아니다. 후배에게 좀 더 혼나고 당해주는 것도 좋다. 또 ‘이것 저것 모아 모아’ 방송하면 프로그램 색깔이 안 생긴다는 점도 주병진 토크쇼가 새겨야 할 사항이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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