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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용우, 순수한 설렘을 품고 살아가는 배우
배우 박용우는 17년의 연기 경력이 무색할만큼 털털한 웃음이 매력적인,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긴 시간 속 배우의 길을 걸어온 박용우. 그는 그동안 손을 꼽을 수 없을만큼 많은 작품 속 틀에 박히지 않은 캐릭터로 팔색조 매력을 펼쳐왔다. 그런 그가 영화 ‘파파’(감독 한지승)를 통해 6남매를 둔 아빠로 돌아왔다.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때론 진지하게, 때론 재치있게 마음 속 깊숙이 간직했던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 ‘불효자’ 박용우, 가족을 말하다

전작 ‘아이들’에서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을 파헤치는 열혈 특종PD 강지승으로 열연했던 박용우. 따뜻함과는 거리가 먼 작품을 마친 그가 처음 ‘파파’를 접했을 때 강렬한 설렘을 느꼈다.

“타이밍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파파’ 시나리오가 제 마음 속의 생각과 일치했다고나 할까요. 재미있으면서 따뜻한 영화를 찾고 있었는데 이번 영화가 그랬어요. 사실 한지승 감독과 좋은 사이 틀어질까봐 걱정도 했지만, 촬영을 마치고 든 생각은 ‘아 한 감독하고 하길 잘했구나!’였어요”

이번 영화로 가족을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가진 그는 가슴 한 켠에 ‘내 가족의 예쁜 집’을 마련해 놨다. 



“개인적으로 전 불효자입니다. 아직 결혼도 못했고, 바빠서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니까요. 제 위로 형님이 있는데 한국에서 일을 하시다가 호주로 이민갔거든요. 한국에 남은 자식은 저 하나 뿐인데 너무 죄송스런 마음이죠. 대학교 때부터 혼자 살았기에 부모님께 더 죄송스런 마음이 커요. 늘 가족에 대해 아쉽기도 했고요.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을 보면서 ‘이렇게 살고 싶다. 참 따뜻하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어느 덧 불혹을 맞이한 그가 생각하는 미래의 가정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가족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진심’을 꼽았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하면 당연히 힘든 점들이 있겠죠. 경제적인 책임감이 가장 커질 것 같고요. 어찌됐든 저는 가족이든 연인이든, 그리고 아이와의 관계 역시 진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로 감동하는 것들을 주고 받고, 느끼면 정말 행복하겠죠. 진짜 행복은 진심으로 서로를 느끼는 것 아닐까요”

- “‘파파’ 속 아이들, 야단치고 싶었어요”

박용우는 이번 작품을 통해 흑인부터 백인까지, 컬러풀한 여섯 아이들과 호흡을 맞췄다. 한국 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정서를 가진 ‘악동’들이였기에 그는 남다른 고충을 겪어야만 했다.

“아이들이 마치 제가 배우인 걸 믿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절 생전 처음 보는 외국 아이들이니 너무 무시를 하더라고요.(웃음) 애들이 버릇이 없다기보다는 문화적인 정서가 자유로워서 손위 사람도, 손아래 사람도 없다고 생각하더라고요. ‘프로 대 프로’의 만남이라고 여긴다고 해야 할까요?”

그는 거침없고, 자유분방한 아이들을 따끔하게 혼내고 싶었지만 원활한 촬영을 위해서 참아야만 했다. 



“촬영을 막힘없이 했어야 했어요. 사실 애들을 야단치고 싶기도 했죠. 하지만 야단치면 달래는 시간도 필요하고, 정리하는 시간도 필요하잖아요? 시간이 없으니까 야단을 치려고 하다가도 계속 참았어요. (웃음)”

‘파파’의 춘섭은 박용우의 실제 모습과 얼마나 일치할까. 환한 웃음으로 재치있는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그에게서 장난기 가득한 춘섭의 모습이 비춰졌다.

“아무래도 어떤 역이든 저와 연관성이 있으니까 캐스팅 제안을 받는 거겠죠? 저는 ‘박용우 식’대로 연기하는 게 맞는거고요. 사실 ‘파파’ 속 춘섭과는 살아가는 방식이 굉장히 달라요. 제가 만약에 춘섭과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절대로 못 견뎠을 것 같아요”

- 그를 존재하게 한 ‘올가미’, 그리고 브라운관

17년 동안 녹록지 않은 연기로 대중들의 꾸준한 사랑을 얻은 박용우. 그가 이처럼 무수한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을 수 있었던 가장 큰 발판은 스크린 처녀작 ‘올가미’ 덕분이다. 그는 ‘올가미’에서 마마보이 아들 ‘동우’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신인이었던 그에게 어마어마한 선배였던 윤소정과 최지우의 연기 호흡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 당시에는 정말 눈치보기 바빴죠.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첫 촬영을 시작했는데, 눈 앞에 있는 윤소정 선생님, 최지우 씨를 보니 눈 앞이 하얘지더라고요. 대사는 이미 다 외웠는데, 말이 제대로 안 나왔어요. 입을 덜덜 떨면서 연기했죠. 감독님이 처음에는 ‘이런 연기자가 어디 있느냐. 너무 잘한다’며 응원해 주셨는데, 나중에는 ‘저런 똥배우가 다 있어!’라며 욕하시더라고요.(웃음)”



그는 당시로 돌아간 듯 진지한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 때는 정말 풋내기 같았죠. 당시에는 연기가 정말 하기 싫을 정도였으니까요. ‘ 몇 년 하고 끝나겠구나’ 했는데, 어느 덧 17년째네요.(웃음)”

‘올가미’이후 그는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연기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2010년 드라마 ‘제중원’ 이후 그를 브라운관에서 볼 수는 없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의 차이 때문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일까.

“브라운관과 스크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해요. 얼마든지 드라마에 출연할 의향이 있어요. 좋은 작품이어야 역할이 돋보이기 마련이더라고요. 기본적으로 직업적인 색채가 뚜렷한 역할, 능동적인 캐릭터를 하고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모험을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편식’은 없는 배우 박용우. 그는 “설렘과 애정이 느껴져야 작품을 선택한다”며 서글서글한 웃음을 지었다. 그의 가슴 속 요동치는 순수한 설렘과 열정이 대중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길 바래본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사진 백성현 기자 / jwon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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