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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첨단 디지털, 따스한 鄕愁를 만나다
시네마천국으로 가는 ‘3040 추억’
94년작 라이언킹 3D입고
작년 美서 첫주 1위 깜짝쇼

스타워즈1·타이타닉도
3D로 속속 개봉 예정

80~90년대 그린 한국영화
써니·댄싱퀸·범죄와의 전쟁
美 80년대 댄스음악 OST로
3040감수성 자극 흥행 연결

지난해 9월, 미국 영화업자들이 깜짝 놀란 사건이 있었다. 1994년작인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이 재개봉해 첫 주 흥행 1위에 등극한 것이다. 영화 사상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원본에서 달라진 것은 3D의 새 옷을 입었다는 것뿐이었다. 이어 1999년작 ‘스타워즈 에피스도1: 보이지 않는 위험’의 3D판은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오는 9~10일 개봉하고, 1997년작 ‘타이타닉’의 3D판은 오는 4월 16일 상영된다. 3D 컴퓨터 그래픽의 최첨단 영상기술로 재탄생한 ‘클래식’이 세계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새로운 ‘금맥’이 된 것이다.

새로운 부가가치의 땅에 먼저 발을 들여놓고 가능성을 발견한 것은 오히려 한국이었다. 디지털로 복원된 ‘로보트태권V’가 탄생 30주년인 2006년 (재)개봉해 당시로선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것이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수십년 묵은 콘텐츠를 대박으로 이끌어낸 동력은 최대 구매력을 지닌 3040세대였다.  

클래식과 첨단기술이 융합된 세대공감형 콘텐츠가 문화산업의 흥행 코드로 떠올랐다. 그 밑바탕은 ‘향수 마케팅’과 소셜 네트워크의 대중화다. 지난해 최고 흥행작 중 한 편인 ‘써니’와 최근 개봉해 인기를 얻은 ‘댄싱퀸’, 지난 2일 극장에 걸려 첫날부터 압도적인 관객동원 1위에 나선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등 한국영화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영화음악은 혹시 무엇인지 아시는지? 1987년 발표된 미국 댄스음악 듀오 ‘런던 보이즈’의 ‘할렘 디자이어’다. 3편 모두 1980~1990년대의 시대적 풍경이 그려진다.

세계적인 마케팅 전문가인 마틴 린드스트롬은 최근 국내 번역출간된 저서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에서 현대 기업의 가장 중요한 마케팅 전략을 ‘향수’로 꼽는다. 그는 “어릴 때 사용했던 브랜드를 성인이 돼서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은 향수(鄕愁ㆍnostalgia)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특정 제품과 관련된 향수는 섬세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마케터들이 우리의 두뇌 속에 심어놓은 것이다. 마케터들은 소비자들이 그들의 브랜드를 집, 그리고 가족과 관련된 따스한 추억과 연결시키도록 조작한다”고 말한다.

이는 문화산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여기에 더해 현재 실질적으로 지갑을 여는 당사자들인 30~40대의 부모들은 인터넷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과거 세대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적극적으로 어린 자녀세대와 정보, 정서, 감수성 등을 공유한다.

지난해 엄청난 사회적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TV 가요경연 프로그램인 ‘나가수’의 경우 3040세대들이 10대 시절 열광했던 임재범과 올드팝의 리메이크를 전면에 내세워 큰 성공을 거뒀다. 그것이 옛것이었다면 경연과 오디션, 리얼리티쇼라는 코드는 디지털 시대가 만들어낸 ‘새로운 조류’였다.

한류의 아이콘인 소녀시대와 원더걸스의 이름 및 이미지가 각각 이승철의 동명곡(1989년 발표)과 미국 TV시리즈 ‘원더우먼’(1977년 한국 방영) 등 3040세대의 성장기에 환호했던 콘텐츠로부터 빌려왔다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한국에선 30여년 전 엄마 아빠를 졸라 ‘로보트태권V’를 관람했던 코흘리개들이 어엿한 부모세대가 돼 자녀들과 나란히 객석에 앉았고 ‘트랜스포머’에 열광을 보냈다. 미국에선 ‘라이언 킹’을 봤던 아이들이 성인이 돼 다시 자녀들을 데리고 극장을 찾았다. ‘향수 마케팅’과 함께 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완구용품을 통해 펼치고 있는 것과 같은 ‘키드 마케팅’은 결국 다시 ‘취향의 대물림’으로 이어진다. 국내 대중문화산업이 주목해야 할 전략이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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