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정현변호사의 TV꼬리잡기]‘해품달’ 굿으로 사람을 죽이면 살인죄가 될까?
요즘의 사극은 전통적인 형태를 탈피해서 현대적 시각으로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여기에는 약간의 판타지도 가미되곤 하죠. 또 하나의 사극판타지 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 놀라운 시청률로 궁중로맨스 대박드라마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뛰어난 연기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스타로 등극한 젊은 연기자 김수현이 왕 이훤역을 잘 소화하고, 그의 여인 연우역은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모습을 보이는 한가인이 맡아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는데요.

극 중 특이한 소재로서 신녀들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데요. 쉽게 말하면 궁중 전속 무녀지요. 이 무녀들을 이용하여 정권의 유지하려는 세력과 이들에 맞서 왕권을 수호하고자 하는 것이 극의 중심인데요. 극 중에서 세자빈으로 간택이 된 ‘연우’을 무녀가 일종의 ‘굿’으로 병들게 하여 죽이는(사실은 살린 것이죠) 장면이 있습니다.

흔히 굿을 통하여 행운을 빌고 액운을 막기도 하지만, 간혹 특정한 상대방의 질병, 도산, 불행을 비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는 짚풀인형을 만들어 바늘로 찌르는 저주의 의식을 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묘하게도 도모하였던 상대방에게 질병이나 손해가 발생해서 뜻을 이루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 경우 이에 대한 처벌이나 배상책임을 물릴 수 있을까요. 


이 경우는 악의를 가진 행위가 있고 의도한 결과가 발생하였지만, 이른바 ‘인과관계’가 없습니다. 즉 그 무속행위를 결과의 원인으로 볼 수 없으므로 처벌이나 배상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물론 공개된 자리에서 상대방을 저주하는 의식을 행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욕죄가 될 수는 있겠지요.

‘굿’과 관련된 흥미로운 판례가 있습니다. 수천만원 들여서 여러 차례 굿을 하였는데 원하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고 하여 무속인을 상대로 ‘굿 값 반환청구’를 한 사건이 있었지요. 이 사건에서 판례는 ‘무속의 실행에 있어서 반드시 어떤 목적한 결과의 달성을 요구하기보다는 그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마음의 위안 또는 평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희망했던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여 그 대가를 반환 청구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하나는, 사랑하는 유부남과 결혼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해서 600만원을 들여 굿을 했는데, 역시 원하는 결과가 없어서 사기죄로 고소하고 그 굿 값을 반환 청구한 사건이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무속인이 유부남과 살 수 있게 해준다고 한 책임은 있지만, 이를 철석같이 믿은 굿 의뢰인도 책임이 있는 만큼 굿 값 전액을 돌려받을 수는 없다’면서 400만원으로 조정을 권유했고 양측이 받아들여 확정되었습니다.

법원의 태도를 종합하면, 본래 굿 값은 돌려받기가 어렵지만 구체적 사실의 발생을 확언하고 그 사실이 반사회적이며, 굿 값이 터무니없이 고액인 경우는 예외적으로 돌려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정도로 받아들이시면 되겠습니다.

연초에 토정비결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운수를 점쳐보시는 분들 많으시지요. 무턱대고 자신의 행운만을 빌 것이 아니고, 사람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서 하늘을 감동시키는 것이 빠른 길이 아닐까요. 역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 최고의 지름길입니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