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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톨릭의 성지’마카오엔 430년전 경구가…
뼈대만 남은 성 바울성당 벽엔‘죽을 때 생각해 죄짓지 마라’메시지…세나도 광장 걸어서 반나절이면 30개의 세계문화유산 한눈에
“25·26일‘ 파소스 성채의 행진’
“예수상 들고 수천명 거리행진
“이베리아 반도 한 도시에 온 듯

“광둥·포르투갈 퓨전요리 맛보면
“이래서 미식가들의 천국”실감

마카오의 가장 큰 번화가인 세나도(Senadoㆍ포르투갈어로 시청) 광장. 옆길 구시가지 쪽으로 빠지면 오랜 회벽 건물과 낡은 철제 테라스에 내걸린 빨래, 얼키설키 전깃줄이 영락없이 홍콩의 거리다. 물결 무늬의 광장 바닥을 따라 이어지는 알록달록한 건물과 건축양식은 여기가 이베리아 반도의 어디쯤일까 하는 착각이 들게 한다. 광저우, 홍콩과 함께 주장(珠江) 삼각지대를 형성하는 무역의 관문이자, 포르투갈의 400년 식민통치를 받다가 1999년에야 중국에 반환된 도시. 그래서인지 중국 남방 문화와 서유럽 문화가 묘하게 뒤섞인 색다른 멋이 느껴지는 순간, 이 도시에 꼬리표처럼 붙는 ‘카지노의 천국’ ‘원정도박 도피처’란 오명은 잊혀진다.

▶30개 세계문화유산을 반나절 만에 도보로 ‘OK’=마카오 반도에선 걸어서 반나절 안에 30개의 세계문화유산을 둘러볼 수 있다. 오랜 가톨릭 국가인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은 탓에, 성당 건축뿐 아니라 가톨릭에서 유래된 음식과 축제 문화가 남아 있다. 아시아 지역 포교의 중심지인 이곳을 더러는 성지순례차 방문하기도 한다. 매년 사순절 첫째 일요일(올해는 2월 25일)에 성 아우구스티누스 성당에 안치된 예수상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파소스 성채의 행진’에는 성직자, 신도회, 학생 등 수천명의 행렬이 장관을 이룬다.

대표적 명소인 세나도 광장 인근 성 바울 성당 자리는 ‘마카오의 상징’. 1580년 지어졌지만 1595년과 1601년 연이은 훼손과 1835년 화재로 대부분 소실됐고 지금은 정문과 정문계단, 지하실만 남아 있다. 그러나 뼈대만 남은 벽체에 쓰인 ‘죽을 때를 생각해서 죄를 짓지 마라’란 경구는 5세기를 지난 현대에도 전해주는 울림이 크다.

인근 몬테 요새 카모에스 공원에는 한복 두루마기에 갓을 쓴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를 기리는 동상도 있다. 그가 신학을 공부한 성 안토니오 성당에는 목상이, 성 프란체스코 하비에르 성당에는 초상화가 보관돼 있다.

아마 사원도 빠뜨릴 수 없다. 4층으로 된 중국식 사찰이다. 16세기 초 이곳에 도착한 포르투갈인이 지역명을 묻자, 현지인이 사원명을 묻는 줄 알고 ‘아마가오’로 답한 것을 계기로 지금의 마카오 지명이 됐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마침 사원을 방문한 때가 중국 설인 춘제(春節) 시기인 터라 어부의 수호신 아마신에게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려는 사람들로 빼곡하다. 악귀를 쫓기 위한 폭죽 터뜨리기, 향 피우기, 물동이의 손잡이를 문지르며 운 시험하기 등도 소소한 흥밋거리.

아시아 지역 최초의 대학 건물이자 성당인‘ 성 바울 자리’는 마카오의 랜드마크다. 언덕 위에 형체만 남은 정문은 그 아래 유럽풍 세나도 광장과 어우러져 고유의 풍광을 만들어낸다.  
                                                                                                [사진제공=마카오관광청]

▶포르투갈ㆍ광둥ㆍ퓨전식 별미 탐방= ‘딤섬’으로 대표되는 담백한 맛의 광둥 요리, 포르투갈 요리, 이 둘이 섞인 퓨전 요리를 모두 맛볼 수 있는 마카오는 미식가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마카오 전통요리는 광둥 요리를 바탕으로 16세기 이후 서양 선교사와 상인들이 개발한 향신료와 조리법이 더해지면서 발달한 혼합식. 바다와 육지를 접해 다양한 해산물과 육류를 기본으로 코코넛 우유, 계란, 파파야 등을 재료로 쓴다.

본식보다 더 유명한 게 에그타르트, 육포, 아몬드 쿠키 같은 다양한 간식거리다. 세나도 광장이나 아마 사원 등 관광지 주변 거리에선 어디서나 이런 값싼 간식을 맛볼 수 있다. 바삭한 파이 안에 든 부드러운 계란 커스터드는 꼭 맛봐야 할 마카오 에그타르트의 풍미.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재료로 매운 강도와 조미 방법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낸 여러 종류의 육포는 사기 전에 직접 시식해볼 수 있다. 유럽풍 카페에 들러 홍차와 에그타르트, 생강맛 푸딩을 곁들이는 것도 운치 있다.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산책하기= ‘꽃보다 남자’ ‘궁’ 등 드라마 속 촬영지를 찾아가 기억 속 드라마 장면과 비교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베네시안 마카오 리조트 안에서 곤돌라를 타고 상가와 수영장 등을 구경하다 보면 3년 전에 끝난 ‘꽃보다 남자’ OST가 금방이라도 흘러나오고 금잔디가 거리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다.

실제 마카오 반도에서 차를 타고 20분 거리에 있는 타이파 마을은 ‘꽃보다 남자’ 촬영지로 유명해져 한국인 여행객이 부쩍 늘었다는 후문. 마카오 최남단에 있는 어촌 마을 콜로안 섬도 ‘궁’ 촬영지 협찬 효과를 톡톡히 봤다. 카지노나 고층건물 건축 규제 지역으로 조용한 해변 마을인 이곳은 ‘궁’의 아시아적인 인기 덕에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싱가포르, 홍콩에서 온 여행자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마카오 여행은 모나코 같은 작은 나라의 여행지가 주는 ‘콤팩트’ 한 매력이 있다. 동화 속 풍경 같은 파스텔톤의 유럽풍 거리를 돌면서 쇼핑과 먹거리 관광, 유적지 관람까지 큰 발품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소리다. 여기에 성인이라면 카지노 게임 한 판, 연인과 친구끼리라면 스파와 곤돌라 시승, 가족 여행이라면 서커스 공연 관람까지 더하면, 알찬 패키지 여행을 마친 뒤 느끼는 뿌듯함이 몰려올 것이다.

마카오=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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