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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 ‘민간외교’ 싹틀까.. ‘지란지교’ 수료식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선 작지만 뜻깊은 강의 수료식이 열렸다. 지난 3개월 동안 중국 유학생과 한국 대학생들이 국내 취약계층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무료 중국어 교실 수업 ‘지란지교’가 첫번째 수료자를 낸 것이다. 수료증을 받은 학생들은 모두 60명, 강사로 나선 중국 유학생 9명과 한국 대학생 6명은 감사장을 받았다.

‘지란지교’는 겉으로 봤을 땐 정부가 실시하는 여러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가깝지만 먼 한중 관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반성에서부터 시작된 고심의 산물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국에서 유학했던 중국 유학생들이 중국으로 돌아갈 때는 지독한 반한감정을 가지고 가더라. 이를 해결키 위해 마련된 것이 이번 수업”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동북공정’부터 최근의 해양경찰 살해사건까지 한·중 사이 외교 분쟁이 발생할때마다 한국에 온 중국 유학생들은 직·간접적 피해자들이었다. 여기에 ‘짱깨’라는 말로 대변되는 중국인에 대한 비하와 인터넷상에서 한동안 유행했던 ‘대륙 시리즈’는 중국을 희화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같은 국내 분위기는 한국을 배우러온 중국 유학생들의 마음 속엔 고스란히 ‘반한 감정’으로 남게됐다.



실제로 강의 초기, 중국 유학생들과 학생들 사이의 거리는 멀었다. ‘더럽고 못살고 예의없다’는 편견 때문이었다. 샨시성 출신인 중국 유학생 이철(26·샨시성)씨는 첫 수업때를 떠올리며 ‘중국은 아주 못사는 나라다. 야만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는 말을 학생들로부터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한국 생활 초기에는 “주변 사람들과 참 많이 다퉜다. 그러다가 문득 ‘나 혼자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에 예민한 부분에 대해선 말 수를 줄이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지 4년 된 중국인 유학생 왕방약(21·서울대)씨에게도 한국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왕씨는 “중국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들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그냥 듣고만 있었다”고 말했다. 말하고 싶은 것이 있지만 대부분의 중국 유학생들은 국내 분위기 상 ‘체념’하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지란지교’는 어떤 의미였을까. ‘주변 사람에게 지란지교 강의를 추천하고 싶느냐’는 질문에 둘은 모두 ’네’라고 답했다. 이씨는 ‘강추’한다고도 보탰다. 한국에서의 여러 경험과 다양한 한국사람들과의 접촉이 결국 ‘가깝지만 먼’ 현재의 그리고 미래의 양국 관계를 개선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연자로 함께 참여한 한국 대학생들과 학생들의 반응도 꽤 좋은 편이다. 한가람(21·청주대)씨는 “중국 유학생들과 금방 친해질 수 있게 됐다. 중국에 대해 관심있는 친구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지(23·경희대 대학원)씨도 “학생들이 처음엔 ‘중국은 더럽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중국 유학생들이 중국 연예인들을 알려주는 등 학생들에게 다가가자 나중엔 중국이 좋아졌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10대 초반의 학생들 역시 수료식 ‘소감문 발표’에서 중국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던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발표했다.

정부 관계자는 “캐슬린 스티븐슨 주한 미국 대사는 한국 유학시절 때의 인연으로 지한파가 됐다”며 “중국 유학생들이 가지는 한국에 대한 인상이 향후 양국 관계를 결정 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지란지교’ 수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마영삼 공공외교대사는 “중국측에도 한국 유학생들과 중국 대학생들이 중국 학생들을 상대로 한국어를 교육하는 지란지교 방식의 수업을 중국에서 실시하는 안을 제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또 교육과학기술부 등 다른 정부부처가 시행하는 교육 사업과도 조율해 가면서 중국 유학생들의 다양한 한국 체험을 장려할 계획이다.

<홍석희 기자 @zizek88>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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