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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랑머리 제자에 교사들 “…”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공포후 개학 맞은 학교표정
기존학칙-조례 ‘애매한 공백’
교사들 적극적 제재 못해

“규제 공백 상태입니다. 학생인권조례는 공포됐는데 기존 학칙은 여전히 적용되고 있어요. 어떤 기준에 맞춰서 아이들을 통제해야 하는지 애매한 상황입니다.”

지난 30일 개학한 서울 용산구 소재 A중학교. 첫 등교가 시작된 31일 만난 A중학교 B교감은 난감한 모습을 보였다. 개학을 맞아 학생 생활지도에 직접 나섰지만 일부 학생의 두발이나 복장에 대한 적극적인 제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등굣길에 오른 학생 중 일부는 밝은 갈색으로 염색을 하고, 눈썹 아래까지 내려올 만큼 앞머리를 기르고, 무스 등을 발라 일명 바람머리를 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주로 졸업을 앞둔 중3 학생이었다.

B교감은 “학생답게 하고 다녀야지”라고 말을 할 뿐 그 이상 적극적인 제재는 하지 않았다.

지난 26일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한 후 서울 일선 초ㆍ중ㆍ고교가 본격적인 개학을 맞았다. 시교육청은 초ㆍ중ㆍ고교에 2월 20일까지 조례에 따른 새로운 학칙을 제정하라고 지시한 상황이지만 교과부가 이를 중단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리는 등 갈등이 계속되면서 일선 학교 현장은 그야말로 ‘애매한 공백 상태’를 겪고 있다.

또 인권조례에 대한 학생과 교사 간 온도 차도 극명했다. 헤럴드경제가 31일 오전 A중학교와 서울 서대문구 소재 C중학교에서 만난 20여명의 학생 중 대부분은 “학교가 두발과 복장을 제재할 명분이 없다”며 학생인권조례의 내용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A중학교에서 만난 최모(16) 양은 “염색도 해보고 싶고 머리도 길러보고 싶다. 머리를 기르면 묶고 다녀야 하는 규칙이 있는데 솔직히 이걸 왜 제재하는지 이해가 잘 안된다”고 말했다.

C중학교에서 만난 윤모(16) 양도 “선생님은 파마하고 짧은 치마 입으면서 우리만 못하게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집에서 부모님도 내 헤어스타일에 대해 간섭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허나 교사들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학생인권조례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학생들이 조례의 내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파마해도 된다’는 식으로 접근할 경우 생활지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교사들의 주장이다.

서울 서대문구 소재 C중학교 학생지도교사는 “충분한 기간을 두고 학생인권조례 취지에 대해 아이들에게 설명해줘야 하는데 너무 성급하게 시행하는 것 같다. 학생들은 조례 내용을 잘 알지 못한 채 ‘이제는 파마해도 된다’고 단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교과부와 교육청의 계속되는 갈등으로 인권조례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 탓에 학칙 제정을 유보하고 있는 학교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C중학교 관계자는 “현재 학칙 제정을 유보하고 있는 상태다. 교과부와 교육청 갈등이 악화하고 있어 학칙 바꾸는 것은 잠시 미뤄두고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수진ㆍ김성훈ㆍ정주원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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