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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행제로’ 야구영화·드라마…팬들 너무 잘 아는게 병?
‘681만 대 6%’. 지난해 프로야구가 동원한 관중 수와 이달 들어 KBS 2TV에서 방송 중인 수목극 ‘난폭한 로맨스’의 최근 시청률이다. 한쪽은 700만을 향해 쌓아올린 진기록이며, 다른 한쪽은 7%를 깨고 아래로 곤두박질친 기록이다. 프로야구의 새 역사를 만든 주인공은 20~30대 여성으로 드라마 주 시청층과 겹치는데, 결과는 이렇게 다르다.

특히 KBS는 직전 수목극 ‘영광의 재인’에서도 남자 주인공을 야구선수로 내세워 여성 야구 팬심(心)을 공략했지만, 현재까지의 흥행 스코어는 ‘0승’에 가깝다.

드라마뿐만 아니다. 최근 막 내린 영화 ‘퍼펙트 게임’, 지난해 개봉작 ‘글러브’와 ‘투혼’ 등 야구 소재 영화들의 흥행 성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퍼펙트 게임’ 관객 수는 150만, ‘투혼’은 21만, ‘글러브’는 189만 등으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404만)이나 ‘국가대표’(803만) 같은 비인기 종목을 소재로 한 영화와 비교해 흥행몰이엔 실패했다. ‘야구=필패’라는 공식이 등장할 법하다.

야구는 인기 있지만 야구 소재 영화와 드라마는 ‘백전백패’하는 현실. 도대체 왜 이런 것일까.

이를 두고 야구 마니아들은 다른 스포츠 종목과 달리 야구가 워낙 대중적인 데다 규칙이 정교해 극중 경기 장면에서 리얼리티를 살리기 어려운 점을 우선 꼽는다.

박동희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30일 “축구는 공 차는 연기를 쉽게 할 수 있고, ‘국가대표’의 스키점프는 대중적이지 않아서 동작이 틀려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야구는 타격이나 투구폼이 어색하면 관객은 금세 알아챈다. 그러면 극에 흥미가 떨어지고 몰입도도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1987년 5월 16일 롯데 최동원 선수와 해태 선동열 선수의 명승부를 다룬 영화 ‘퍼펙트 게임’의 경우 ‘사실’과 ‘가상’의 부적절한 배합이 패인으로 꼽힌다. 가공 요소가 너무 많아 ‘역사적 사실과 실존 인물을 얼마나 실감나게 그렸을까’란 관객의 기대감을 저버린 게 패착이란 분석이다.


이런 야구 종목의 전문성 때문인지 안방극장에선 본격적인 야구 드라마를 보기 어렵다. 주인공의 직업이 야구선수이거나 구단이 배경이 될 뿐이다. ‘난폭한 로맨스’는 매회 해당 내용과 관련된 야구용어를 제목으로 쓰는 등 야구를 곳곳에서 차용하긴 하지만 알맹이는 결국 야구선수와 여자 경호원의 로맨스다. 서로 티격태격하다 위기를 겪고 해결해가면서 사랑을 깨달아가는 이야기 구조는 멜로물의 흔한 기승전결이다. ‘영광의 재인’ 역시 야구가 자주 등장한 초반부보단 출생의 비밀과 갈등이 짙어진 후반부에 가서야 시청률이 호전됐다.

야구 드라마의 잇따른 흥행 부진은 최근 의학 드라마의 흥행불패 행진과도 대비된다. 뇌의학 소재 KBS 2TV ‘브레인’은 호평 속에 막을 내리며 MBC ‘하얀거탑’, SBS ‘외과의사 봉달희’, MBC ‘뉴하트’ 등의 성공 전철을 밟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전문영역의 신선함, 늘 긴박한 병원의 생리, 적절한 로맨스 등이 버무려지는 의학드라마 흥행코드는 앞으로 방송될 예정인 ‘제3 병동’ ‘뷰티풀 라이프’에서도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위원은 “야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흥미를 느껴야 하고, 야구를 아는 사람이 봐도 재밌는 영화나 드라마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는 결국 스토리와 연출력 문제”라고 평가했다.

<한지숙 기자 @hemhaw75>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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