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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읽기의 ‘비옥한 즐거움’을 선사하다
타계 1주년 故박완서 작가 소설전집 22권 출간

고인의 문학적 편력 집대성


근대 개성 배경으로 쓴 ‘미망’

당시 음식·의복 세밀한 묘사

생활사 자료로서도 큰 가치



“좋은 글이 있으면 뭐하니. 애정을 가지고 좋은 책을 내줘야 하는 거란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독자가 읽어주지 않으면 아무 생명력이 없는 거란다.”

소설가 박완서는 생전에 장녀 호원숙 씨에게 자주 이렇게 말했다. 작가와 독자를 만나게 해주는 책의 소중함을 누누이 강조한 것이다.

작가가 생전에 기획하고 생애 마지막까지 직접 손보고 다듬고 매만진 ‘박완서 소설전집 결정판’이 출판사 세계사(대표 최윤혁)에서 전22권으로 묶여 출간됐다.

첫 등단작인 ‘나목’부터 작가의 자전소설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비롯, 마지막 장편소설인 ‘그 남자네 집’, 작가의 유일한 연작소설인 ‘엄마의 말뚝’ 등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온 소설 15종을 최초 집필시기 순으로 담았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쓰기를 주로 해온 박완서 작품 가운데 ‘미망’은 좀 색다르다. 작가가 경험하지 않은 구한말부터 해방까지의 공간을 무대로 삼은 작품으로, ‘꿈엔들 잊힐리야’라는 제목으로도 나왔으나 이번 결정판에는 작가의 뜻에 따라 ‘미망’으로 제자리를 잡았다. 개성 지방에 뿌리를 둔 집안 5대의 가족사를 그린 이 작품은 개성의 풍광과 생활상, 음식, 의복 등의 기록이 세밀해 생활사 사료로서의 가치도 크다. 

소설가 박완서의 추모 1주기를 맞아 ‘박완서 소설 전집 결정판’을 내면서 작가의 장녀 호원숙 씨는 “엄마의 책을 다시 읽어내는 일은 고통이자 축복이었다”며 “무엇보다 언어의 즐거움, 이야기의 즐거움, 표현의 즐거움을 주셨다”고 말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한 작가의 전집 출간은 작가 개인의 문학적 편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당대의 사회 흐름과 변화의 맥락을 문학 안에서 집대성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문학평론가 이경호 한성대 교수는 26일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전집 출간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박완서 전집 발간의 의미에 대해, “모든 장르에 걸쳐 고르게 작품활동을 하면서, 동시대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평생 문제작을 낸, 그러면서 뜨거운 대중적 사랑을 얻은 작가로서 박완서 문학의 자리는 특별하다”고 말했다.

작품의 주제도 다양해 분단과 전쟁, 70년대 속물자본주의의 타락한 중산층 세태, 여성문제, 노인문제, 성장소설 등 프리즘이 넓은 것도 박완서 문학의 특징이라는 것.

이번 발간작업에 기획위원으로 참여한 박완서 작가의 장녀 호원숙 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1년간 저에게 맡겨진 숙제가 축복이자 고통이었다”며, 가족으로서 독자로서 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그동안 엄마의 원고를 다시 하나하나 보면서 내팽개치기도 하고 다시 펼쳐보는 건 큰 산맥을 종주하는 것 같은 어려움이었다는 것. 항상 무언가 의문점을 주시고 있어서 그걸 알고 싶어서, 하나하나 다시 펼쳐보았다고 말했다. 


각 책에는 작가의 옛 사진들이 들어 있다. 대부분 가족과 지인들이 찍은 사진들로 공개되지 않은 것이 많다.

또 국내 문학평론가, 동아시아 문화전문가, 박완서의 ‘재수굿’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등을 영역한 스티브 앤스타인 교수 등 박완서 문학을 조명해온 전문가들의 평론과 해설도 들어 있다.

책 디자인은 북디자이너 오진경 씨가 맡았다, 조각보처럼 밝고 따뜻하며 소박한 느낌으로 박완서의 멋에 다가갔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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